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말하기 궁색해서...

최근의 깡깡 추위 때문에 그런가, 아내가 몰고 다니는 소형차의 배터리가 두 번이나 방전되었었다. 보험을 불렀더니, 살려 놓으며 반드시 하시는 말씀이 30분 이상 시동 끄지 마셔요.

덕분에 점심식사로 집에서 차로 30분 좀 넘게 걸리는 도리사 칼국수-석쇠구이 집에도 다녀오고, 해물짬뽕 끝내주는 화령반점에도 다녀왔다. (방전되었다가 살려놓으면 시계가 안드로메다의 시간으로 가있던데, 그 시간은 어디인지 매번 신기하고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이 한 번 더 방전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거예요. 오래되어서 약해요.

그날이왔다. 깡깡 추위 올해 최고라서 그런지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 아내분께 바로 오늘이라고 보고 드렸더니, “배터리가 얼마지?”

-응, 제작년 가을에 내 차 배터리 바꿀 때 기억나지? 조선화로에서 고기 구워먹고 나온 날 말야. 10만원 좀 넘었었는데, 14만원이었던가? 아니야, 나한테 만원짜리 몇 장 있으니까 10만원만 줘. 당신 학교 다녀오는 동안 교체해 놓을게. 에헤이! 10만원만 달라니까. 더 나오면 내가 알아서 할게. 오는 길에 반찬가게 들른다고? 음, 그럼 나는 꼬막무침!

소형차라서 그런가? 배터리 가격이 7만원 나왔다. 꼬막무침과 양념 주물럭도 사온 아내를 다시 보았을 때 즉각 보고했어야 하는데, 잠깐 다른 생각하다가 말을 못했다.(요즘 창조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내가 참 고생이다.)

반나절이 지난다. 이게 참,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말하기 궁색해서 더 말하기 힘든 게 인생사다. 이다음에 배터리 교체시기가 다시 오게 되면 물가도 좀 올라서 배터리가 10만원 했으면 좋겠다는 비겁한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아내는 이런 종류의 일을 까먹는 법이 없다.) 그래 늦었다. 잊자. 잊어버리자.

아... 주머니 속의 3만원으로 무얼 해야 하나? 저녁에 사람들과 회의가 있는데, 우리도 회식 한 번 하자고 제안해볼까? 물론 품빠이, 아니 각출로다가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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