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藍山)마을' '게발' 혹은 '끼발'이라고도

가끔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저 산을 넘으면 어떤 마을이 나올까?' '저 강을 건너면 어떤 마을이 나올까?'

심지어 '저 미지의 장소에 다다르면 복사꽃 만발한 무릉도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빠질때도 있다. 지난 주말에는 겨울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아직은 쌀쌀한 강바람을 맞으며 구미보까지 가 보았다. 구미보에 닿아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자 문득 멀리 보이는 저 강너머에는 어떤 마을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물론 구미 지역 문화 관광지도를 수시로 뒤져 보는지라 저 강너머 마을에 금오서원이 있음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보를 건너 근처 마을을 구경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 날은 마침 한가하여 자전거 GPS 어플을 켜고 그곳까지 달려 보았다.


강의 좌안에 있는 인증소를 출발하여 지도에 나오는 선을 따라 약 2KM 가량을 가다보면 금오서원이 있는 구미시 선산읍 원리에 다다른다. 감천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이 풍요로운 마을은 게모양을 닮은 남산 끝자락에 있다하여 '남산(藍山)마을' '게발' 혹은 '끼발'이라고도 불렸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옮겨진 금오서원이 있는곳이라 하여  원동(원리), 서원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을 앞을 지나는 낙동강에는 조선시대 소금배와 고기잡이 배가 오갔고 남산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있다. 뒤로는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남산이 있고 앞으로는 풍요의 상징인 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라 하겠다. 현재 60여 가구가 이 마을에서 풍요로운 물과 기름진 땅을 기반으로 하여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곳에 세워진 금오서원은 고려말 충신 야은 길재선생의 충절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선조때 세워졌다.


길재선생은 고려때 성균박사(成均博士)를 지냈고 문하주서(門下注書)에 임명되었으나 고려의 쇠망을 짐작하고 노모의 봉양을 구실로 사직하였다. 이후 태종이 그의 학식을 높이사 벼슬을 주려 하였으나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충절에서 낙향, 은거하여 금오산 기슭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현재 그 자리에는 채미정(採薇亭 : 경북기념물55)이 있다.

금오서원은 선조3년(1570년) 금오산에 처음 세워진 이후 사액서원이 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선조35년(1602년) 현 위치로 옮겨지었다고 한다. 당시 선산부사 김용(金涌 : 1557~1620)과 지역민들이 서원자리가 너무 외딴 곳에 있어 관리가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장소로 옮겼다고 하는 점이 흥미롭다. 지금의 금오산이라면 구미시에서 가장 번화한 형곡동과 가깝지만 당시에는 외진곳이었고, 남산마을은 당시 번화지였던 선산읍에서 가까웠으나 현재는 오히려 구미시내에서 떨어진 외딴곳이니 말이다. 



서원이 금오산에 있을때는 길재만을 향사 했으나 현재 자리로 옮겨온 후에는 선산지역 출신 혹은 관련이 있는 김종직, 정붕, 박영 을 함께 모시다가 나중에 장현광을 더하여 다섯 명의 유학자를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제향하고 있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도 훼철되지 않은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라 하니 길재선생과 사림의 후예들, 선산(구미) 지역 인재들의 힘을 흥선대원군 또한 무시 할 수 없었음을 추측 할 수 있다. 조선 영조때 실학자 이중환(李重煥)이 쓴 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일선(선산)편을 보면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일선(현 선산) 에 있다. 하는 내용이 있다. 그만큼 구미 선산 지역은 옛부터 충절의 고향이었으며 글하는 선비와 인재들이 많은 고향이었던 것이다.











금오서원 측면으로는 새롭게 조성된 금오서원 녹색길이 있다.

총 3코스인 금오서원 녹색길은 가장 긴 3코스로 돌면 3.2Km 가량 된다. 산의 높이가 낮고 거리가 짧아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좋을듯 하였다. 남산 인근지역의 문화자원인 금오서원과 봉수대, 천연기념물 제357호로 지정된 수령 약 400여년의 독동리 반송 등이 있어 학생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관광자원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것 같다. 이렇듯 잘 가꿔진 전망대 길은 방문객이 없이 한산하여 다소 의아스럽다.
녹색길 전체 코스를 탐방해 보고싶었으나 로드용 자전거 타이어를 장착한데다 걸어간다고 해도 클릿슈주의 불편함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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