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는 재미도 감동도 뒷북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도시로 왔지만, 화개장터 노랫말처럼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상주시에는..." 그럼에도 아직 이곳에 없는 것이 극장이다. 영화 보는 극장이 없다.

이곳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작은 영화관 만들기를 추진하고 계신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캬라멜 팝콘 파는 아르바이트 시켜달라고 조르기도 하였다.(손님 없을 때 한 주먹씩 쎄벼 먹어야지^^) 그래서 지금은 집근처 문화회관에서 주말을 이용해 상영하는 영화를 본다. 관람료는 1000원. 개봉한지 두세 달 지난 영화를 상영해준다.

지금까지 <밀정>도 <택시운전사>도 <부라더>도 보고, <아이캔스피크> 보고 펑펑 울다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고, 진주댁~! 이러면서 울었다. 약간의 단점이 있다면 가끔 허리가 길거나 머리 큰 앞사람의 뒤통수를 이리저리 피해 가며 봐야하는데, 이 점도 1990년 <붉은 10월>과 <천장지구> 동시 상영하던 계명소극장 생각도 나고 해서 풋풋하니 좋다. ‘뚝’하고 영화가 중간에 끊어지면 야유도 보내보고 싶은데 세상 좋아졌다.

이번에는 <강철비>를 1000원 주고 보고 와서 재밌어 죽겠다. 아내에게 ICBM, SLBM, MAD, 내쉬 균형, 크림슨 타이드 썰 풀다가 쫑크도 먹고. ‘야, 영화 좀 그냥 보자, 좀!’ 좀만 간절하게 기다리면 영화 <1987>도 걸어주겠지. 이러다 보니 현재 개봉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 관련된 감상들에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영화는 모두가 두세 달 지나서 본 셈이라 재미도 감동도 뒷북이다. 심지어 나는 지난주에야 ‘아수리언’이 되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정치, 사회 이슈들에 관해서도 인식이 늦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나도 심각하다. 이 문제는 뒷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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