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별 중 하나는 꼭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는다.

전에 살던 도시보다 이곳은, 별들이 더 잘 보인다. 오늘도 오리온 별자리가 떴다. 나란한 별 세 개와 넓게 둘러싼 네 개의 별은 나에게 언제나 나비처럼 보였다. 네 개의 별 중 하나는 꼭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큰 딸에게 나비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초등 4학년의 삐딱함으로, ‘에게! 저게 무슨 나비야?’ 그리고 네 별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고향집에서 오줌 누다가 올려다 본 하늘에도 오리온 별자리가 있었다. 넷 중 하나는 희미했다. 고3때 삼총사가 두류공원에서 플라스틱 슬레이트로 눈썰매 타다가 죽을 뻔 했을 때도 넷 중 하나는 희미했다.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속리산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오늘도. 그때나 지금이나 도무지 다르지 않다.

오만하고 엉뚱하게도 나는 여태 딸에게 선명한 나비모양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는구나 싶다. 지금까지 뭐했나? 저 별 하나 몇 광년 당겨두지 못하고선.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라는 고백은 ‘원래 그런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딸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 다음엔 나비로 보이게 해놀게. 아빠만 믿으라고.

다행히 딸은 아직 ‘어떻게?’라고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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