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고 문화가 바뀌어도 남기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집 설거지 담당은 나이다. 설거지나 청소, 분리수거, 음식 쓰레기 처리 등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왕창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실행하면 커다란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이던 헌트나 컬링 준결승 마지막 스톤을 멋지게 장식한 안경선배 같은 마음도 드는데, 하필 그런 때엔 아내가 설거지를 이미 해두었다. 나는 비실비실 변명을 한다.

- 오늘 저녁에 하려고 일부러 모아둔 거라니깐.
- 알겠는데, 밥 먹을 숟가락은 있어야 될 거 아냐? 콱!
- (도망가며) 아! 분리수거 해야겠다. 천정까지 쌓였다야.

최근에는 설거지를 하다 보니 이상하게 거품이 잘 나지 않았다. 세제를 자꾸 짜도 그랬다. 아내가 그 안에 물을 넣어놓은 것이다. 세제통의 바닥까지 남은 세제를 깨끗하게 다 쓰기 위한 방법이다. 이유는 잘 알겠지만 풍성한 거품과 파워풀하고 공격적인 설거지 스타일이 나의 주특기인데 좀 답답한 건 사실이다.

- 헤이! 추석, 설날 명절 선물로 얻어온 세제가 저기에 잔뜩 있는데, 이 방법을 이제 그만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 우리 엄마가 항상 ‘그랬어.’
- ... ...

세월이 흐르고 문화가 바뀌어도 남기고 싶은 것이 있다. 나도 그런 것이 있는데, 콩나물국은 항상 맑게 끓인다. 우리 엄마가 ‘그런다.’(칼칼한 고춧가루 콩나물국도 시원하지만.^^).

물론 풍성한 거품과 파워풀하고 공격적인 설거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내가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독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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