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면 저절로 웃음이? 어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두 살 첫아이를 키우는 처남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 아내들과 아이들과 부모를 피해 담벼락 뒤에 숨어서 맞담배를 피우다가,

"매형! 신기한 게... 애가 뛰기만 하면 웃어요. 되게 신기해요."

나온 김에 한 가치 더 피우자며 줄담배를 물고 있던 처남이 이런 말을 하니까 한편 웃겼다. 담벼락 너머를 보니 초등학생 누나와 형을 쫓아 뛰는 두 살 남자 아이가 정말 웃고 있었다.
'깔깔깔깔깔... 까르르르르...' 이렇게.

- 그러네. 정말 그러네. 가만...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도 그랬던 것 같네?"
- 그니까요, 매형. 애들은 뛰기만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가 봐요."

아이가 뛰면 웃는다. 나는 이 말이 너무 좋았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세상에 이보다 더 예쁜 장면이 없을 것 같다. 아이가 뛰면서 깔깔깔 웃는 모습은 누구든 미소 짓게 만들 것이다. 사실은 나도 어릴 땐 그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그 기능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어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심각하다가도 뛸 때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전투 중에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 뛰어가다가 깔깔댈 것이다.

웃다보면, ‘뭐 하러 싸우고 있지?’ 지각하는 바람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쫓을 때도 깔깔깔 웃고 나면 잠깐 기분 전환이 될 것인데. 나의 멱살을 잡으러 쫓아오는 아내도 웃다가 화난 이유(나의 신용카드 결제액)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음... 아이들이 저 기능을 늦게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 아이를 키우며 든 생각을 말하는 처남이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맞담배 피우며 나누기엔 어색한 대화 같아서, 매형으로서 모범을 보이기로 했다.

- 처남! 나도 전자담배를 시도해 볼까 하네. 아이코스라고 있다대? 내가 사용해보고 금연에 성공하면 추천하지
- 네? 저는 그냥 이거 필건데요? 당구 치러 가요~
- 뭐... 그래. 애가 두 살이지?^^

처남과 나는 깔깔 웃으며 뛰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대화를 이렇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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