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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박작가 에세이 '이야기꾼'타인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며, 감사한 일 아닌가!
뉴스풀협동조합 | 승인 2018.05.27 12:41

나는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음...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했다는 게 정확하겠다. 지금도 누구든 자기가 겪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면 ‘우헤헤’ 하면서 잘 듣는다. 최근에 낸 만화책(아재라서書)에 나오는 영도(가명)와 친해진 이유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 나와 영도는 타고난 지각쟁이였다. 나야 늦잠꾸러기였기 때문에 그랬지만, 영도가 지각하는 이유는 좀 달랐다. 어느 날 아침에 영도는 자기가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어느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사거리 한복판에 있는 넓은 화단의 꽃들 사이에 어떤 사나이가 누워있었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은 그 사나이를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바쁜 출근길을 재촉했다고. 이미 길을 건넌 영도도 지각하면 안 되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죽은 것 아닐까?’ 영도는 다음 파란불을 기다렸다가 그 사나이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불가능한 용기였다. 사나이는 눈을 뜨고 말했다고 한다.

- 왜?

- 아니, 죽었나 해서...

- 자고 있잖아! 왜 깨워? 돈 있냐?

돈에 관한 실랑이를 하던 영도는 다음 파란불 차례에 잽싸게 뛰었다고 했다. 영도와 나는 이때부터 친해졌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그의 엉뚱한 용기가 부러웠고 앞으로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느 날은 로프 하나만을 자전거 뒤에 싣고 무전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아무런 절벽이 나오면 기어오르려고 했다는데, 결국 로프를 사용하지 못한 채 어느 시골집 아주머니께 물 한바가지 얻어 마시고 돌아온 사연은 만화책에도 인용하였다.

내가 만화에서 하는 이야기들 중에는 이런 사연들이 많다. 나의 경험과 그들의 경험들을 이렇게 저렇게 흥미롭게 엮어서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므로 나의 반복되는 생활이란 단순하여도 누군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면 즐거워하며 기억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 아버지에게 들었던 야매 이빨장이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웠다. 그는 일반 치과보다 저렴하면서도 실력이 뒤지지 않아서 많은 동네어른들의 오랜 신뢰를 받고 있으며 누구도 그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는다고 했고 나보고도 고발할 생각 말라고 하였다. 전혀 모르던 또 다른 세계 같았다. 또 얼마 전에 장인어른에게 들은 이야기는, 자신이 1980년대 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할 적에 엉뚱하게도 전문 상담사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래 떨어져있는 부부들이 갈라서는 일이 많아서 그러했다고 한다. 죽어버리겠다는 사람 말리는 전문가셨다고 한다. 그의 딸인 나의 아내는 어릴 적에 아빠가 분명히 돌고래 구경시켜준다고 약속 해놓고 안 지키는 바람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하루 동안 친구네 집으로 가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이 도시 근처를 지나다가 들른 친구는 소주를 마시며, 우리 동창 중 한 녀석이 지난 박근혜최순실 청문회에 나쁜 역할로 등장했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의 존경하는 한 형님은 매일같이 산에 올라 배낭에 바윗돌 한두 개를 넣어 와서 자신의 집 담벼락을 쌓았다고 하는데, 3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재밌어서 듣고 있으면 깔깔대기 바쁘다. 곰곰이 듣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 중에는 나중에 보면 뻥쟁이, 허풍쟁이들도 간혹 있지만 재미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가치를 동일하게 인정한다. 고단하고 따분한 삶 속에서 타인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며, 감사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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