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애도가 이어지는 故 김용균 노동자 구미 분향소에서

 

"용균아! 동창회 한 번 하지 못하고 가는구나. 부디 가는 길 쓸쓸하지 않게 기도할게"

"선배님!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머리와 몸이 분리되고 찢겨 사망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고향 구미에 설치된 분향소 벽에 붙어 있는 가슴 아픈 글귀다. 오상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청년들과 후배인 여대생들이 와서 울먹이며 각각 남기고 간 노란 쪽지를 보는 가슴이 미어지고 쓰라렸다.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용균 청년의 죽음으로 우리는 슬픈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전의 정규직 입사를 꿈꾸며 2인 1조로 일해야 할 곳에서 혼자 일하며 지옥 같은 노동 조건을 견디다가 목숨을 잃었다. 컨베이어벨트가 손상되고 마모돼 찌꺼기가 들러붙어 화재의 위험이 높은 곳을 점검하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이미 사고 현장은 이해찬의 방문을 앞두고 압력 소방호스까지 동원해 철저하게 물세탁을 하여 현장을 은폐시켰다고 하니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기본수칙을 어겼다. 이건 국가가 아니라 숫제 범죄집단이나 마찬가지이다. 1100만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눈감아 소중한 목숨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니 국가가 죽인 거나 다름없다.

불법파견이 앗아간 청년 노동자의 목숨, 청와대는 대화 거부

어제와 그제는 1박 2일로 3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1박 2일 투쟁을 하고, 자식 잃은 고통과 슬픔을 감내하고 있는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가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려고 해도 코빼기도 안 보였다. 촛불의 명령으로 된 대통령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더이상 인내하기 힘들다.

졸업을 앞둔 어느 청년이 분향소에 들어와서 고통스럽게 가신 용균이 형이 넘 불쌍하고 그것이 곧 자기들에게 닥칠 세상이기도 하여 걱정된다며 울먹이다가 발길을 돌렸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효도하려고 들어간 직장일 텐데 너무 안타깝게도 소중한 인재가 떠나 버렸어요. 제가 고인 분 몫까지 열심히 살게요."

또 다른 청년이 엽서를 걸고 돌아선다. 이 사악한 구조를 깨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들이 제2, 제3의 김용균이 되어 고통을 겪고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고 / 은영지 참교육학부모회구미지회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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