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 수상 한수원, "성폭력 은폐 의혹"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성희롱 사건 폭로 이후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오후 2시 한수원 본사 정문 앞에서 ‘한수원 성범죄 전력 감독 선임 강행'과 '직장내 성희롱 사건 무마'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하 ‘대경여연’)과 경북상담소시설협의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경북지역 사회단체 및 정당 소속 회원 등 60여 명이 참석했으며, 한수원의 공식 사과와 성폭력 특별 실태조사, 2차 피해 예방 대책 마련 및 외부 젠더 전문가를 포함한 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강혜숙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2018년 새해 벽두는 안태근 사건으로 열었다. 2019년 새해 벽두는 빙상계 스타 선수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고, ‘조재범 사건’에 국민들은 경악했다”며 “성폭력은 재범율이 가장 높은 범죄임에도 한수원은 성폭력 전력이 있는 자를 축구 감독으로 임명했다. 한수원 역시 남성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이상 성폭력을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며, “한수원은 감독 임명자에게 책임을 분명히 묻고, 가해자 엄중 처벌과 피해자 보호, 한수원 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조속히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권영국 경북노동인권센터장은 이번 사건이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임을 강조하며, “한수원 자체 조사만으로 진상규명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젠더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 조사단을 만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포항여성회 금박은주 대표

참가자들은 “사회초년생이었던 여성 피해자에게 직위를 이용해 전형적인 직장내 성희롱이 자행되었다, 한수원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하고 반문하며, “최근 5년 동안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 중 영구 제명은 9.7%에 불과하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다짐대회’ 관련 보도자료에서 “(한수원은) 2017년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공공부문 최고 수준의 양성평등 기업문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지난 1월 23일 한수원 인재개발원에서의 직장내 성희롱 폭로와 여자 축구단 감독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공기업 조차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과 은폐 의혹에 참가자들은 건센 항의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성범죄 전력 감독 선임이 논란이 되자 한수원 측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문업체를 통해 2차 합격자 3명에 대해 축구협회 관련 인사 등에게 평판 조회를 했으며 조회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측은 기자회견이 열린 본사 정문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참가단위 대표들은 한수원 정재훈 사장 공식 항의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장의 해외 출장으로 면담을 다음으로 연기하고, 한수원 인사처 간부들과 본사 내 회의실에서 약 40분 동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다음은 여성•사회단체 대표자와 한수원 인사처 간담회 주요 내용이다.

여성•사회단체 대표단 참석자(이하 ‘대표단’):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회장, 윤명희 경주여성노동자회 대표, 강혜숙 대경여연 상임대표, 권영국 경북노동인권센터장, 박창호 정의당경북도당위원장, 김정순 대구여성회 대표 등 총 9명

한수원 측 참석자(이하 ‘한수원’): 정용석 인사처장, 이해영 인사처 총무팀장 포함 5명

기자회견 참가단체 대표단과 한수원 인사처 간담회 모습

대표단) 사전에 사장 간담회 요구 공문을 발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친 것에 대해 항의한다. 공기업인 한수원에서 여성 축구단에 성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감독을 채용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다.

한수원) 사장 부재중이고 모든 집회는 건물 밖에서 가능하다, 통제하는 것으로 비춰져 언짢았다면 양해를 구한다. 축구 단체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한수원 홍보에 큰 이익은 되지 않지만 여성 축구 인재를 위해서 과감하게 2~30억을 투자해왔다. 감독 채용 시에 헤드헌팅 전문 업체에 의뢰해 평판 조회를 거친다. (업체에서) 축구협회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언론에 난 것이 전부 사실은 아니며 부풀려진 면이 있다.

내부적으로 초기에 상황 확인 후 9월에 바로 격리 조치하고, 10월에 감독을 징계해임했다. 축구연맹이나 협회에는 피해자의 신분 노출이 우려되어 알리지 않았다. 선수단은 제주도에서 훈련 중이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서 협회나 사정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대표단) ‘피해자 보호’라고 하지만 사실상 ‘기업 보호’다.

한수원) 직장내 성희롱 사건 1차 조사는 성희롱심사위원회에서 성희롱으로 판단했고, 감사위원회의 심의가 길어지다 보니 당사자 폭로로 이어진 듯하다. 최근 징계수위를 올리고 성폭력 가해자는 중징계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말 감독은 계약만료 상황이었다. 계약만료로 끝나는 것을 막으려고 10월 26일 경 징계해임을 결정했다. 사업소에서 사건 발생 후 바로 축구 감독을 분리 조치했다. 절차대로 이행했다.

대표단) 어떻게 지난해 한수원이 여가부 선정 '성폭력 예방 우수기관'이 되었나, 실효성 없는 점검이었다. 실효성 부분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수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일벌백계할 계획이다. 성범죄자는 법령에 따라서만 공개할 수 있다. 축구협회에 별도로 전달할 의무는 없다.

대표단) 처음부터 감독 선임을 하지 않았다면 성폭력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해자의 명예회손을 운운하는 것에 분노한다. 여성 축구 선수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렇게까지 방치한 것에 분노한다.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한수원 이해영 인사처 총무팀장(좌), 정용석 인사처장(가운데)

한수원) 전수조사 할 것이다. 조직문화는 잘 바뀌지 않는다. 이 사회가 남성 중심 사회이고 공기업은 더욱 심하다. 변화가 더디지만 시민들이 나서 주시면 속도 날 것이다.

대표단) 언론보도가 ‘오보’였나? 피해자에게 각서를 요구하고 은폐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있다. 감독 영구제명을 하지 않은 것이 해임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다.

한수원) 피해자들은 정해진 조사 절차에 따른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징계로 해임하고 징계사유도 공개하지만 타 기관에 그 사실을 알리지는 않는다. 피해자 보호를 감사원의 목표로 한다.

대표단)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 분리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나?

한수원) 가해자는 직위해제 후 출근 정지 상황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징계할 예정이다. 

대표단) '비밀유지'가 악용될 소지에 대해 여성단체에서 계속 문제제기 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 뿐만 아니라 성폭력 발생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의 젠더 전문가를 조사기구에 정식으로 포함할 것을 요구한다. 피해자 보호라지만 기간 너무 길다. 기간 명시가 필요하다.  

한수원) 적극 검토하겠다. 감사실과 협의해서 성희롱 조사 기간 단축을 논의하겠다. 2018년 5월 인재개발원 성희롱 사건을 접수하여 7월 23일 감사에 착수했다. 최초 1명이었는데, 9월 경 2명이 추가되었다. 이번 주 중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다. 조사기간이 길어진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대표단) 지역 여성단체와 논의해서 피해자 심리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 2월 15일 까지 공적인 문서로 향후 대책에 대한 답변 줄 것을 요구한다. 정재훈 사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다. 가능한 면담일 3개를 정해서 알려달라.

한수원) 사장 면담 일정은 비서실과 논의하겠다. 2월 15일까지 서면으로 답변 제출하겠다.

대표단) 성폭력 사건으로 공공기관장 면담을 요구했을 때 거부한 적이 없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밖에서 떨고 있다. 다음에는 바리케이트를 치지 않았으면 한다. 2월 중 최대한 빨리 사장 면담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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