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지방선거 결과 분석 (2)

 

6.4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세는 구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게 호기로 작용했다. 세월호 참사로 성난 민심이 전국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쏠렸다. 구미의 옛 민주당은 활동과 지지도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이었으나 안철수신당세력과의 통합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오중기 새정치연합 경북도지사 후보는 14.9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구미에서는 이를 크게 웃도는 20.87%를 올렸다.

구미 새정치연합은 구미시의회 23석 중 2석을 차지했다. 비례대표 1석과 더불어 지역구 최초의 1석을 마련한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를 전혀 내지 못하고 비례대표 후보 2명을 내 1석을 차지한 것보다 진일보한 성과다.

세월호 참사, 민주당-안철수 통합에 힘입어
역대 최초로 2석 올리는 '진전된 성과' 올려


구미시의원 정당명부 비례대표에서 새정치연합은 24.15% 득표율을 기록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민주당계열 정당은 민주노동당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지지율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분열과 실책,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 고착화되어가는 양당체제화 속에서 구미 야권에서 민주당계열 정당이 가지는 점유율은 높아졌다.


구미시의원 비례대표 3석 중 1석은 새정치연합의 몫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김근아 전 민주당 구미을 위원장이 당선자 순서 1번을 달아 의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김근아 구미시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구미시장 선거에 최초로 후보를 낸 것도 특기할 만하다. 무소속 시장후보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를 거친 구민회 씨가 새정치연합에 입당해 선거를 완주했다.  

또 새정치연합은 도의원 후보는 내지 못했으나 가선거구(도량, 선주원남)에 안장환, 나선거구(송정, 형곡, 원평, 지산)에 이미경, 마선거구(인동, 진미)에 김정미, 바선거구(양포, 산동, 장천, 도개, 해평)에 이정혁 등 4명의 지역구 시의원 후보를 냈다.

이중 안장환 후보가 당선되어 구미 최초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다. 나머지 3명 후보도 보전항목 선거비용의 전부를 보전받는 15% 득표율을 넘기거나(이정혁 후보), 10%를 넘겼다(이미경, 김정미). 

구미 새정치연합은 선전했고 구미 야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후보자별 득표율과 정당 지지율을 견주면 새누리당 못지 않은 ‘정당 대비 후보경쟁력 저하’가 나타난다.

정당 차원에서의 구미 새정치연합 득표력은 얼마쯤일까? 시의원 비례대표 24% 득표로는 정확한 정당지지율이 나타나지 않는다. 시의원 비례대표에는 녹색당, 정의당, 노동당, 통합진보당 등이 후보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 야권의 표가 새정치연합에 몰렸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과 경쟁한 경북도의원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를 살펴보자. 새정치연합은 구미 지역에서 20.83%를 기록했다. 구미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70~75% 수준이라면, 구미 새정치연합의 독자적 지지율은 약20%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최소 20%, 최대 25%의 정당 지지율에도 불구
12~약15%의 득표율에 그친 새정련 후보들


하지만 구미 새정치연합에는 20% 득표율에 근접한 후보가 없다. 시의원 가선거구 안장환 당선자는 13.44%를 얻어 구미 지역 당선자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와 경쟁한 탓이다. 보수 무소속 후보들이 새누리당의 표를 잠식하지 않았다면 당선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나선거구 이미경 후보는 야권유일후보였음에도 12.09%에 그쳤다. 나선거구가 구미의 도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야권 지지율이 낮다는 한계가 작용했을 수 있으며, 동시에 이 후보가 원래 이 지역 거주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마선거구 김정미 후보는 14.02%를 기록해 3위 당선자와 불과 0.1% 차이로 석패했다. 김 후보 역시 마선거구 지역 거주자가 아니어서 밑바닥 사정에 어둡고 선거운동기간 중 결산검사위원을 맡는 등 여유롭게 선거운동에 임한 것이 패인이었다. 또한 야권층 유권자 일부가 녹색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도 김후보의 패배를 이끌었다.

가장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 새정치연합 후보는 바선거구 이정혁 후보였다. 이 후보는 야권유일후보였고  바선거구는 새정치연합 내지 범야권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야권 유권자만 제대로 결집해도 20~25% 득표는 충분히 가능한 지역. 그러나 이 후보는 3위 당선자와 불과 100표 차이로 석패했으며 득표율은 15.33%였다.

구미시장선거에 야권유일후보로 나선 새정치연합 구민회 후보도 14.02%에 지나지 않았다.  

구미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자기 정당의 지지자들까지 다른 후보에 빼앗긴 셈. 야권 유권자들의 응집력이 새누리당 지지자를 능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현실이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구미 새정치연합은 야권내 다른 정치세력이나 시민사회운동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가선거구와 마선거구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다른 야권 후보와 경쟁해야 했던 것이 그 결과다.

안장환 구미시의원 가선거구 당선자

구미 새정치연합은 ‘야권의 맏형’임을 내세워왔지만 사실상 ‘가출한 형’ 또는 ‘외아들’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른 야당이나 시민운동과의 협력관계가 거의 없었고, 안장환 당산자의 경우 심학봉 국회의원의 무죄를 기원하는 등 ‘이색 행보’를 거듭해오면서 눈총을 받았다.

바깥은 눈총, 안은 분열... 풀뿌리 활동 부진
2명 시의원의 원내 활동에 극복 여부 달려


둘째, 당 내분으로 당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일부 후보는 다른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불참하고 새누리당 후보의 개소식에는 참석하는 기이한 행보를 보였다. 새정치연합내 구미갑 대 구미을, 기존 민주당세력 대 신진입당세력 등의 내분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평소는 물론 선거운동에서조차 풀뿌리에 밀착하지 못하는 활동력 부진이다. 후보자들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었던 한, 다른 야당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들에게도 지지자를 내어준 결과는 이것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근거 지역을 벗어나 선거운동을 펼친 두 명의 시의원 후보는 이를 극명하게 상징한다.

어쨌든 구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김근아, 안장환 두 명의 후보가 시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원내활동에서 한층 더 힘을 얻게 된 것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위에 열거한 구미 새정치연합의 난점을 극복하는지 그 여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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