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위원장의 간절한 소망!

▲ 월성원전 입구에 있는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농성장

"(30여 년 전) 처음 이사 올 때만해도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한 건지는 몰랐어요. 다들 값싸고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했거든요."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 황분희 부위원장의 말이다.

그러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났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대 의학연구원이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원전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역학조사 연구 정부용역 결과도 2011년에 나왔다.

연구결과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생의 상대위험도가 원전과 거리가 먼 지역주민의 2.5배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무렵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신호는 황 부위원장의 몸에도 찾아왔다. 갑상선 암에 걸린 것.

월성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은 2014년 8월25일부터 월성원자력발전소 입구인 원자력홍보센터 옆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2015년엔 동국대, 조선대, 한국원자력의학원 공동조사 결과, 경주시 나아리(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마을-글쓴이 주) 주민 61명의 소변조사에서 모든 사람에게 삼중수소(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원자로의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한다. 섭취하면 체내에서 장기간 방사선을 발생시켜 세포의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한다.-글쓴이 주)가 나왔다. 소변에서 나온 삼중수소의 양은 리터당 평균 8.36베크럴(1초에 방사선이 1개 방출되면 1베트럴-글쓴이 주), 최대 28.8Bq/l이었다.

2016년 검사에서도, 검사대상 40명 모두 삼중수소가 나왔다. 황 부위원장 손자(당시 만4세)의 소변에서는 17.5Bq/l가 나왔다. (남성보다 여성이 방사선에 더 민감하고 세포분열 속도가 빠른 어린이는 '20배' 민감하다고 한다. - 글쓴이 주)

"손자의 몸에서 삼중수소가 나왔다는 걸 알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보다 손자 몸에 삼중수소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훨씬 큰 충격을 받았다고 황분희 부위원장은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원전 건설 공사가 끝나고 상가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주 지진이 이어지면서 나가는 사람만 있고 더 이상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 핵발전소 주변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나아리는 더 이상 부동산 거래가 없어) 땅 값이 제롭니더, 집이 안 팔리니 이사를 하고 싶어도 가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이주대책위원회는 정부, 경주시, 한국수자력원자력공사(이하 한수원)에 방사능 위험이 없고 원전사고의 불안이 없는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2014년 12월에는 원전 지역 주민 619명과 함께 암 발생 등 원전 방사선 피해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걸었다. 이 소송은 몇 차례 심리가 진행되다가 지금은 심리가 중단된 상태라고 황 부위원장은 전한다.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주민의 요구에, '방사능을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주 대책 마련의 근거가 없다'고 정부나 한수원은 말한다. 하지만 2015년 8월 22일 이주대책위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ECRR(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 크리스코퍼 버스비 박사는 '정부가 주장하는 방사능피폭 기준치는 외부피폭(사람이 신체외부에 있는 방사능을 자연 발생시키거나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물질로부터 방출된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글쓴이 주)에 근거한 기준치인데 세포단위에서 발병하는 암은 내부피폭(공기, 농산물 등을 통해 사람의 몸속에 들어온 방사능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글쓴이 주)의 경우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에서도 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주대책법안인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2016년 11월 22일 발의했으나, 정부가 8조원의 예산이 든다며 강하게 반대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주대책위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경주시청을 출발해 경주역, 성동시장을 거쳐 경주시청으로 돌아오는 '경주탈핵순례'를 하고 있다. 탈핵순례 때는 이주대책 마련 요구뿐만 아니라 고준위핵폐기물(방사성폐기물은 고준위폐기물과 중•저준위 폐기물로 나눠진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선구역에서 작업할 때 입은 작업복, 덧신과 샤워나 세탁 시 나온 물, 사용된 공구 기기 등 방사성폐기물을 말하고 고준위폐기물은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하고 남은 핵물질 연료 즉 사용 후 핵연료를 말한다. - 글쓴이 주) 처리장 설치 반대도 요구하고 있다.

안 그래도 원전으로 위험한 지역에 다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들려는 지역 정치권에 황 부위원장은 분노한다.  2018년 11월 29일, 경북도의회의 '탈 원전 정책 철회 촉구 결의안' 소식은 황 부위원장의 억장을 무너지게 만들기도 했다. 황 부위원장은 경북도의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황 부위원장이 암에 걸렸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원전 방사선 피해자 집단소송은 왜 중단되었을까? 자세한 내용은 '듣는TV뉴스풀' 음성으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 설을 이틀 앞 둔 2월 3일, 황분희 부위원장이 경주탈핵 순례 때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석면의 위험성으로 인해 학교마다 석면 철거 공사를 하고 있다. 석면은 얼마나 폐로 들어가야 질병에 걸리는 지 정확히 모른다. 석면이 정말 위험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방사능도 마찬가지다. 내부 피폭량이 어느 정도여야 암에 걸리는 지 정확히 모른다. 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쟁이다. 왜냐면 세포의 작용이 사람마다 다 틀려서 같은 양으로도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은데 누구는 암에 걸릴 수 있고, 더 적은 양에 노출된 사람도 암에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의 방사능에 의해 암에 걸린 분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정부나 한수원 측이 더 이상 기준치 이하 타령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설을 이틀 앞 둔 2월 3일, "설 준비하셔야 되는 데 인터뷰한다고 번거롭게 했네요"라고 했더니 황분희 부위원장은 "설 보다 많은 분들에게 원자력의 위험이 알려 지는 게 더 중요합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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