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참학의 '찾아가는 새내기 학부모 교실'

우리 사회의 망국적인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서울 강남 부유층 가정의 극단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 행태에 환멸을 느끼며 공감하기도 했지만, 내 자식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디까지 뒷바라지해야 하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고민거리가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스카이 캐슬'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뭘 준비해야 할지 불안하고 막막한 학부모들이 많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둔 예비학부모들이다. 해서 <참교육학부모회 구미지회(이하 '구미참학')>가 2월 12일, 새내기 학부모를 위한 강좌를 마련했다. 3월이 입학이라는 시간상의 촉박함 때문에 예비학부모들을 한자리에 초대하기보다는 지역에 있는 금오유치원을 방문하여 예비학부모를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찾아가는 초등 새내기 학부모 교실'을 열어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학부모와 자발적으로 신청한 학부모 등 40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 '찾아가는 초등 새내기 학부모 교실' 참가자들. 사진 구미참학

두 딸을 둔 선배 학부모이면서 30년 교직에 몸담아 온 이성우 선생님이 강의를 맡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해 뭘 준비해야 할지, 교육의 한 주체인 학부모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할지 꼼꼼하게 얘기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철학자다운 해박한 지식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를 교육한다는 구실로 이뤄지는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예를 들어, 아이가 1학년에 들어가면 부모도 1학년이며 초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인간 정신사에서 서양인들이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온 게 히피 문화이고 ‘비틀즈’ 노랫말에도 나오는 내버려 두라는 의미의 ‘Let it be’를 예로 설명하여 귀에 쏙쏙 들어왔다.

또한,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를 무시하고 말문을 닫게 만들지 말고 "우리 함께 찾아볼까?"로 대화를 여는, 이른바 교육자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학교라는 환경은 아이들끼리 부대끼고 싸워야 정상인데 부모들이 친구들 간의 다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학교폭력문제가 중고등학교보다 초등이 더 심하고 1, 2학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면서 자라고 부대끼다가 화해하는 게 정상인데, 조폭 집단처럼 학교폭력문제로만 접근하여 학교폭력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모는 아이 세계에 개입하지 않아야 하는데 ‘앵그리’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는 바람에 오히려 아이의 변증법적인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릴 때 부모의 지나친 보호와 개입이 아이의 역량을 상실해 미래에 있을 폭력에 스스로 대처할 역량 혹은 내성을 잃기도 한다는 설명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학습과 인지 능력에서 아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지만, 부모와 교사 혹은 유능한 또래들과 협력하면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비고츠키'의 근접발달 영역을 예로 들면서 협력 학습과 집단지성이 중요한데 지나치게 경쟁에만 치중하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진정한 일곱 살이 뭐라고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했더니, "울지 않고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멋진 대답을 한 1학년 아이의 예를 들면서 믿고 기다려주면 다들 이렇게 멋진 아이로 성장하지 않겠냐고 매듭을 지었다.

▲ '찾아가는 초등 새내기 학부모 교실'. 사진 구미참학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에 이어 선후배 학부모 사이에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글을 떼고 학교에 가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예비학부모들에게, 글자를 잘 모르고 들어간 아이에게 담임 선생님이 더 신경을 써주셔서 얼마 안 가서 한글을 다 익혔다는, 먼저 1학년에 보낸 선배 학부모의 답변 등 훈훈하고도 정감 있는 대화와 토론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글 _ 은영지 참교육학부모회구미지회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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