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니까, 기억이 살아났다. 내가 사드를 반대했던 이유들"

 


4. 소성리

성주에 사니까 금방 딴 참외를 먹는데 얼마나 달고 싱싱하던지! 신선하니까 맛이 좋지요. 참말로 성주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드가, 사드가 들어온다카대요. 사드가 처음에는 뭔지 모르지만, 군사 무기잖아요. 사드가 들어오면 군대가 들어온다는 건데, 이 작은 시골에 무슨 군대가 들어선단 말인가 싶어서 놀랐죠. 

그런데 군대도 한국군대도 아니고 사드를 운영하는 건 미국 군대라카대요. 그래서 더 놀랐죠. 그때 사드가 뭔가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었습니다. 진짜로 어마어마한 전쟁을 일으키는 무기대요. 성주주민들은 결사반대했었어요. 한반도에 사드 배치하면 안 된다고 막 싸웠어요. 그러다가 성주라도 저짝 구석진 대로 사드 넣으면 안 괜찮겠나? 하는 소리가 들리대요. 그카니까 옆에서 ‘우리 집 앞마당에 위험하고 드러운 물건 들이면 싫은데, 남의 집 앞마당에 갖다 놓아서야 되겠나’ 카면서 뭐라고 하대요. 위험물건 우리집 앞마당 아니라 남의 집 뒷마당에 둬도 불나면 그 불길 우리 집으로 오는 법이라고 하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된 마당인지 사드가 성주읍 성산포대가 아니라 소성리로 보내진다고 하더라구요. 읍에서 사니까, 멀리 떨어지고 외진 구석마을에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봤는데, 저는 소성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처음에 사드 배치하지 말라고 싸울 때 한반도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사드의 최적지는 한반도 어디에도 없다고 막 떠들어댔잖아요. 

그런데 소성리는 괜찮나? 소성리도 성주에 있는 마을인데, 한반도의 작은 마을인데… 그래서 혼자 살짝 소성리 마을로 가 봤다 아입니까. 

소성리로 들어서는데 작은 저수지가 햇빛에 넘실거리는 기라예. 얼마나 이쁘던지,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데 사람이 잘 안 보이더라구요. 나이 칠순이나 팔순 넘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바구를 즐기고 있대요. 참 평화로와 보이더라구요.

이 노인들이 다 죽고 나면 마을에는 아무도 안 살까 싶지마는 노인들은 몇 대에 걸쳐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살아온 사람들이고, 지금은 도시로 떠나갔지만, 곧 돌아올 자식들을 위해서 땅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더라구요. 마을이 마치 이쁜 치마폭에 둘러싸인 것 맨크롬 작고 아담하고 이뻐서 마을을 바라보는데 눈물을 펑펑 흘렸더랬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 전쟁 무기가 들어온다니 말이에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나서부터 지는 읍에서 소성리로 매일, 아니 매일은 아니고예, 자주 올라왔어예. 사드를 운영하기 위해서 군대가 들어오고, 장비가 들어오고, 기름이 들어오고, 경찰이 들어오고, 사드가 들어오고, 우리는 들어오는 군대를 막고, 경찰을 막고, 장비를 막고, 기름을 막고, 싸워야 했지요. 앞으로도 싸울 거고요. 소성리, 한반도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겠지요.

 

달마산에서 내려다 본 성주사드기지. 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 달마산에서 내려다 본 성주사드기지. 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5. 노인회장님

어제 소성리 마을을 둘러봤던 이야기 했잖아요. 소성리를 둘러보다가 마을 사람들은 사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라는고 궁금한기라예. 그래서 마을의 노인 한 분께 여쭤보았어예.
“어르신 사드가 이 마을로 들어온다고 카는데, 어떡합니까?”
참, 그 어른은 그때 소성리 마을의 노인회장님이셨어요. 노인회장님은 원래 소성리가 고향인데, 왜관의 미군기지에서 30년을 넘게 군무원으로 일했다고 하대요. 미군기지에서 처음에는 엄청 무시당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해요.  

노인회장님은 사드가 소성리로 들어온다고 하니까 펄쩍 뛰는 거예요. 왜관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30년을 넘게 지켜봤으니까 미군기지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거죠.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폐기름을 밖으로 방출해버린대요. 그래서 왜관의 강이나 흙에는 폐기름으로 오염이 돼서 엉망인데, 미군 부대는 나 몰라라 ‘생까고’ 만다는 거죠.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고, 가만히 놔둬 버리고. 

사드가 들어온다니까 노인회장님은 미군 부대가 소성리 달마산에 들어오면 여기 땅은 다 버린다고 한탄을 하시더라구요. 왜관 미군기지는 그래도 평지지만, 성주는 가장 상류에 미군기지가 생기니까 폐기름이나 위험한 물질을 마구 버려대면 땅을 오염시키고, 물을 오염시킬 텐데 농사가 어떻게 되겠냐는 거죠. 

노인회장님네야 연금 받고 생활하는지라 농사는 얼마 안 짓지만, 고향 땅이 못쓰게 될 테니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보수적이라면 남들 못지않게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노인회장님조차도 사드는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면서 길에서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도 하고, 데모하러 서울도 가고, 소성리로 사드를 밀어 넣은 '성주역적' 군수한테 항의할 때는 체면 같은 거 다 관속에 넣어두고 쫓아다니면서 항의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안보를 위해서 사드를 들여야 한다고 위정자들은 말하잖아요? 성주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소성리 달마산에 미군기지가 들어서고, 사드가 운영되면 미군이 함부로 버려대는 폐기름이며 위험한 실험물질이며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그 안에서 일어날 텐데, 땅이 오염되고 물이 썩어나면 이 땅에서 농사짓고 살아가야 할 민중의 삶은 파탄이 나고 말 텐데, 이게 누구를 위한 안보란 말입니까? 사람 살리는 안보를 해야지요.

사드가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고통에 신음하게 만드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사드를 정식배치하겠단 말입니까. 한반도에 미군기지 120개에서 줄이고 줄여 87개라고 하대요. 줄이고 줄여서 87개 만들어놨는데 왜 한 개 더 늘릴 궁리를 하십니까? 한반도의 미군기지 더는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 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6. 프롤로그

외치니까, 기억이 살아났다. 내가 사드를 반대했던 이유들. 사드를 정식배치하기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언론기사가 나왔다. 지금까지 사드는 임시배치라고 했었다. '임시'나 '정식'이나 딱히 달라질 게 있을까 싶었지만, 정식배치란 말에 내 마음은 요동쳤다. 처음 소성리에 발을 들였을 때,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이 평화로운 땅에 전쟁 무기가 웬 말인가?

연극 대사는 아직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성주 사드 기지 앞 평화 행동은 계속된다. 
외칠 말은 무수히 많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사드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사드 갖고 미국 가!’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주한미군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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