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별 이야기] 별 보는 사람들의 '밤 하늘 달리기'
[좌충우돌 별 이야기] 별 보는 사람들의 '밤 하늘 달리기'
  • 김용식
  • 승인 2019.03.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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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 110개의 천체를 찾는 ‘메시에 마라톤’
▲ 2018. 3. 17 열린 제3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사진 손창익
▲ 2018. 3. 17 열린 제3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사진 손창익

오는 30일 밤, 경남 산청의 별아띠 천문대에서는 ‘별 보는 사람들’이 모여 밤새워 마라톤을 한다. 길을 따라 달리는 마라톤이 아니라,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110개의 메시에 목록을 찾아 족히 10시간 이상 밤하늘을 달리는 것을 ‘메시에 마라톤’이라 한다.

메시에 마라톤은 언제나 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1년 중 춘분을 전후한 시기, 위도가 북위 25°이면 최적지이다. 적지가 아닌 곳에서는 목록을 더하거나 빼거나 다른 목록들과 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경남 산청은 35°22´으로 최적지는 아니지만, 해가 지고 천문박명 무렵부터 해가 뜨기 전 천문박명 무렵까지 하늘이 맑고, 달이 없으면 완주를 생각해 볼만하다. 위도가 36° 전후인 대한민국에서는 어디나 비슷한 조건이 된다. 올해는 경남 산청 외에도 4월 7일 강원도 횡성 천문인 마을에서 제19회 메시에 마라톤이 열린다. 

또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기지부에서는 자동도입 기능이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진행하는 ‘제1회 Goto 메시에 마라톤’을 3월 30일 밤 충북 제천의 별새꽃돌 자연탐사 과학관에서 연다. 보통의 ‘메시에 마라톤’은 자동도입 기능이 없는 천체망원경으로 천체를 찾아가는 안시관측으로 진행된다. 이와는 달리, ‘Goto 메시에 마라톤’은 자동도입 기능이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진행한다. GO TO 기능을 사용한다 해도 지구의 자전 속도는 같기 때문에 동쪽 하늘로 떠오르는 대상이 일정하여, 메시에 목록을 찾는 데는 안시관측이나 Goto관측이나 똑같은 시간과 비슷한 품이 든다.

 

▲왼쪽부터 제4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제19회 메시에 마라톤(그림 조강욱), 제1회 GO TO 메시에 마라톤 안내 포스터와 소개 그림
▲왼쪽부터 제4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제19회 메시에 마라톤(그림 조강욱), 제1회 GO TO 메시에 마라톤 안내 포스터

산청 별아띠 천문대에서 열리는 메시에 마라톤은 2016년 시작하여 올해가 4회째이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가 국제천문연맹(IAU: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10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하는 IAU100 행사로 등록한 대회이다.

대회라고는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찾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 찾기 어려운 천체를 찾았을 때는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과 관람자들이 모여들어 탄성을 자아낼 뿐, 감독관도 없고 채점관도 없다. 단지, 참가선수는 나누어진 기록지에 찾은 대상을 순서대로 적어나가면 그 뿐이다. 주최 측에서는 참가자 중 1, 2, 3등에게 앞으로도 더 잘 찾으라고 아이피스 하나씩을 상품으로 내놓는다. 수상자가 잠을 못 이겨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하면 다음 순위에게 상이 넘어간다는 조건까지 달아서.

IAU 100주년을 기념하여 많은 분들을 초대하고 싶었지만, 대회 진행과 장소의 문제로 참가 인원을 제한했더니, 참가 신청 시작 3일 만에 참가자와 관람인원이 마감 되었다. 진행팀에서는 참가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기자들을 초청하여 뉴스로 소식을 전하고, 사진과 타임랩스 등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각 진행 기관에 관람할 수 있는지 문의해 보고 어렵다면 내년 메시에 마라톤을 기약해 보길 권한다. 날은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지구가 춘분점에 있는 시기인 3월 21일 무렵이 된다. 필자도 30일, 밤을 새워 하늘을 달린다.

 

▲ 2018. 3. 17 열린 제3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참가자의 망원경 위로 오른 북두칠성. 사진 손창익
▲ 2018. 3. 17 열린 제3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참가자의 망원경 위로 오른 북두칠성. 사진 손창익

혜성 사냥꾼이 만든 목록, ‘메시에 마라톤’으로 부활하다

‘메시에 마라톤’에서 찾아가는 메시에 목록은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를 기리기 위해 이름의 첫머리 글자 M을 딴 110개의 목록을 말한다.

18세기 천체망원경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천문학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혜성을 찾으려는 열기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천체망원경 성능과 천체에 대한 이해의 한계로, 밤하늘에 어슴푸레 비치는 성단, 은하, 성운 등은 새로 나타나는 혜성인지를 판별하는 데 많은 혼란을 주었다.

혜성 사냥꾼이었던 메시에는 혜성을 정확하고 빠르게 찾기 위해 함께 일하던 피에르 메셍(Pierre Méchain)과 함께 혜성으로 오인되는 성단, 은하 등의 천체들에 대해 스케치를 남기고 지도를 만들어 혼란을 방지하고자 했다. 이렇게 배제를 위해 만들어진 목록이 현재 우리가 만나는 메시에 목록이며, M1번부터 M110번까지의 대상 천체들이다. 메시에가 목록화한 대상은 103개였으나, 후세의 천문학자들이 메시에가 남긴 기록 등을 통해 확인되었거나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록을 추가하여 110개가 되었다. 

 

1783년 메시에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케치 한 안드로메다 은하(M31)와 M32, 그리고 메시에가 발견하고도 목록에 넣지 않았다가 1967년 마지막으로 포함된 M110. 그림 구글검색
▲1783년 메시에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케치 한 안드로메다 은하(M31)와 M32, 1967년 마지막으로 포함된 M110.

메시에 마라톤이 누구에 의해 제안되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다.  메시에 목록은 사계절 동안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목록이 완성된 후에도 천문인들 사이에선 이를 하룻밤에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메시에 목록을 하룻밤에 다 볼 수 있다는 것을 맨 먼저 알아낸 사람들은 1960년대 스페인의 아마추어 천문가들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역시 하룻밤에 목록 전체를 보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70년대, 북미지역 천문가들과 스페인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단체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기원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렇게 시작된 메시에 마라톤은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천문잡지 'Sky & Telescope'와 'Astronomy'의 주최로 열렸고, Sky & Telecscope 잡지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후 1980년대 중반 공식적인 메시에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었고, 1985년 3월 23일과 24일 미국의 개리 래틀리(Gerry Rattley)가 첫 완주를 이뤄내면서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완주자의 명단은 메시에 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기록된다.

일본에서는 시즈오카(しずおか)의 아마추어 천문가 제안으로 천문잡지 '月刊天文'이 주최하여, 1987년 3월 이바라키(いばらき)현의 츠쿠바(つくば)산에서 열린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학교, 동호회, 천문가 단체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한국에서의 메시에 마라톤은 안시관측을 주로 하는 천문인 모임인 ‘야간비행’에서 2000년, 강원도 횡성 천문인 마을에서 진행한 것이 최초로, 올해 19회째이다. 다음으로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2016년부터 경남 산청 별아띠 천문대에서 개최한 대회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기지부가 올해부터 개최하는 Goto 메시에 마라톤 대회가 있다.

이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 경남 거창의 월성우주창의과학관 등에서 개최됐고, 대회 형태로 진행하지는 않지만 별을 보는 사람들끼리 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있다.

천체 관측 장비의 성능이 좋아진 오늘날은 NGC(New General Catalogue)목록, IC(Index Catalogue)천체 등에 도전하는 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이 NGC목록에서 가장 볼 만한 대상 400개를 정리해 놓은 '허셜400', 109개의 밝은 성단, 성운, 은하의 목록을 정리한 콜드웰(Sir Patrick Caldwell-Moore)목록 등 다양한 도전이 이뤄진다.

 

▲ 국제천문연맹(IAU) 100주년 기념 행사로 등록된 행사 안내 지도
▲ 국제천문연맹(IAU) 100주년 기념 행사로 등록된 행사 안내 지도

< IAU 100주년 기념행사로 등록된 한국행사들 >

O 시민과 함께하는 공개 관측 : 2019년 3월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인천지부에서 진행하는 매월 셋째주 목요일과 금요일 밤 공개 관측 행사

O 메시에 마라톤 : 2019년 3월 30일부터 31일까지, 경남 산청 별아띠천문대에서 열리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의 제4회 메시에 마라톤

O 국제천문연맹 100주년 행사 : 2019년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 백스코(BEXCO)에서 한국천문학회(KAS) 주관으로 열리는 IAU 100주년 기념 강의와 전시회

O Star busking : 2019년 5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부산과학기술인연합회의 거리 관측행사

O 스타파티 : 2019년 9월 28일부터 29일까지, 경북 영양 밤하늘 보호공원에서 열리는 천문인들의 축제

O 아폴로 달 착륙 50주년 기념 행사 : 2019년 7월 20일, 전남 고흥의 국립청소년우주센터에서 열리는 스타 파티

O 천문 연구원들의 24시 온라인 방송 : 2019년 10월1일부터 11월1일까지 한달간 진행되는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삶과 관측활동의 모든 것

O 아인슈타인 학교 : 2019년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충남 청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리는 과학 학교

O 한국아마추어천문인의 날 : 2019년 11월 16일, 대전 한국천문우주연구원에서 열리는 한국 아마추어 천문인들의 모임

*메시에 마라톤 소개 영상  "EBS 지식채널e - 나를 찾아줘"
 https://www.youtube.com/watch?v=h2kAAmgvjc4

*미국의 메시에 마라톤 명예의 전당
 http://messier.seds.org/xtra/marathon/hall.html

<strong>▲ </strong>110개의 메시에 목록. 사진=메시에 마라톤 명예의 전당
▲ 110개의 메시에 목록. 사진메시에 마라톤 명예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