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집단 감염에도 대학교 내 홍역 예방 안내 부족, '대학도시 경산'에서 홍역 확산 우려

▲ 추가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진료소 출입구를 정해 공지했다.

경상북도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 11일 경산지역 기숙사 학생 1명이 홍역 진단을 받은 데 이어, 22일과 24일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등 총 3명이 추가로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제2군 법정 감염병인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발열성·발진성 질환‘으로 공기감염과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발진 4일 전부터 4일 후‘까지 전염기에 해당하며, 잠복기는 7일에서 21일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올해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홍역이 지속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경북도와 경산시는 이번 홍역 집단 감염이 ‘해외 유입’에 의한 것으로, 홍역 확진 학생들이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가의 ‘유학생’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24일 추가 확진 환자 2명 중 1명은 과거 한 차례 예방접종을 했던 한국인 학생으로 밝혀졌다.

또한, 기숙사를 운영하는 경북글로벌교류센터는 입소 학생들로부터 ’결핵‘과 ’B형 간염‘ 등 2개의 감염병에 대해서만 보균 및 예방접종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지자체와 대학 측의 전염병 예방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홍역 확진이 잇따르면서 경북도와 경산시가 ‘홍역 발생 경로 파악 및 외국인 유학생 접촉자 관리 강화, 선별 진료소 운영, 추가 환자 역학조사 실시’ 등 홍역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홍역 진단을 받은 학생들이 재학 중이던 대학교에서는 적극적인 예방조치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25일 취재 결과 드러났다. 

영남대는 25일 오후 5시 경에 처음으로 재학생들에게 홍역 발생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으며, 내부 공문과 홈페이지를 통해 재학생 2명의 홍역 감염 사실을 공지했다. 재학생 김은지(가명) 씨는 “문자 내용을 보고 홍역 환자가 생겼나보다, 했다.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잘 모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영남대 건강관리센터 진료 종료 시각은 오후 5시다. 25일 오후 5시 경,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안내 문자가 전달되었다.
▲ 25일, 영남대 건강관리센터 진료 종료 시각인 오후 5시 경에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안내 문자가 전달되었다.

 

천마아트센터 3층에 위치한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 홍역 예방접종 주사를 맞았다고 밝힌 유학생은 “한국에 온 지 1달 됐다. 아직 휴대전화를 개통하지 않았다”며 “홍역 의심증상이 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서 따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영문으로 된 홍역 관련 공지는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았다. 

학생회관식당과 학생지원센터, 건강관리센터, 종합강의동 등 학생들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물에서 홍역과 관련한 대응 지침이나 안내문은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영남대에서 강의하는 한 비정규직 교수는 “학교로부터 홍역 발생에 대해 어떤 내용도 전달받은 바 없다”며, “학교의 공식적인 정보 전달 체계로부터 비정규 교수들은 동떨어져 있다. 전염병인 홍역이 학생들에게 발병했다는 사실조차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북도 복지건강국 보건정책과 구자숙 사무관은 “홍역은 감염력이 강해 모니터링과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치사율 낮아 별도의 격리나 활동 제한은 없었다. 경산시보건소, 질병관리본부와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학내에서 홍역 예방 안내와 공지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경북글로벌교류센터는 '경산지역 최초의 유학생 기숙사'이며, 2014년 8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1인실 2실, 2인실 119실 등 수용 가능 인원은 총 240명이다.

경산시는 지난 23일 기숙사 학생 110명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미접종자 120명은 26일 새벽 등교 전에 예방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25일에는 홍역 확진 유학생이 재학 중인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의 학생 81명과 교직원 8명 등 90여 명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추가로 홍역 환자가 발생하자 기숙사 측은 27일 예정이던 1학기 입사생 오리엔테이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승렬 영남대 교수회 의장은 “학내에서 홍역 집단 감염은 세계화에 따른 중요한 경고”라며, “학생들의 건강과 질병 관리에 대해 교육기관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산시의 설명에 의하면 경산지역 유학생은 3600여 명(28개 국가)에 이른다.

경산시는 “발열, 발진 등 홍역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경산시보건소(☎053-810-6314)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99)로 신고해 달라”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경산중앙병원(☎053-715-0119)과 세명병원(☎053-819-8500) 등 2개 의료기관과 경산보건소에서 홍역 의심환자 선별 진료소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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