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거주시설은 감옥이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하라” 초대형 현수막을 들고, 보건복지부에서 기획재정부까지 행진.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들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어느 누가 당사자의 삶을 대신 결정할 수 없고, 어떤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장애를 이유로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감옥 같은 수용시설 안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지역에서 자유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고 길바닥으로 나와 외치며 싸움이 시작됐다.

지난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1박 2일 동안 거주시설폐쇄법 재정 결의대회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전국 집중투쟁이 진행되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 법제정을 요구하며 10년 내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전체 시설 거주인에 대한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로의 전환, 복지 공공성 강화를 외쳤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설치 및 신규 입소 금지 △범죄 장애인거주시설 즉각 폐쇄 △30인 이상의 대형시설 5년 이내 폐쇄 △2028년 4월 20일까지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중증장애인에게 지원(자립생활)주택 및 개인별지원서비스 제공 등을 법에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 장애인 활동가들이 기획재정부 건물 앞 도로에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하라’ 등의 문구를 새기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의 삶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는 빈곤이다. 장애인 노동권이 보장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왜 시설에서 나와서 살려고 하지?’, ‘나가지마. 니가 나가서 뭘 할 수 있는데?’라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집회에서 어느 활동가가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시설에 처박혀, 골방에 갇혀서 세상과 단절된 채 목숨만 붙어있는 삶을 거부한다. 힘들고, 고단해도 당당한 삶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선택하겠다.”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확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개인별 맞춤형 지원 서비스 보장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요구하며 기획재정부 앞에서 투쟁을 진행했다.

26일 저녁, 최옥란 열사 17주기를 기려 ‘기억하라 투쟁으로’라는 제목으로 장애 해방을 위해 활동하다가 돌아가신 장애 해방 활동가 합동추모제를 하였다. 추모제에 참가하면서 장애인 활동가들이 죽어야만 바뀌는 세상이 참 씁쓸했다.

▲ 26일 저녁,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도로에서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기억하라 투쟁으로’가 열렸다. 420공투단은 열사들이 남긴 유지를 낭독한 후 장작 더미에 하나씩 불을 밝혀 이들의 투쟁이 현재진행형임을 밝혔다. 사진 박재희(경산420장애인차별철폐공투단 집행위원)
▲ 26일 저녁,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도로에서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기억하라 투쟁으로’가 열렸다. 420공투단은 열사들이 남긴 유지를 낭독한 후 장작 더미에 하나씩 불을 밝혀 이들의 투쟁이 현재진행형임을 밝혔다. 사진 박재희(경산420장애인차별철폐공투단 집행위원)

치열한 집중투쟁 현장 속에 있으면 사람들이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고, ‘된장국을 만들어서 먹는다’고 대답한다. 배고파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당을 충전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본다. 그 활동가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활동가들이 있다. 우리는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집회에서 많은 활동가들 속에 들어가 투쟁하는 것처럼, 지역에 있는 사람들 속에 묻혀 함께 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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