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부터 10일 까지 '대구mbc 시네마M'에서
국내외 영화 29편 상영, 선착순 현장 발권

 

1. ‘영화제란 무엇인가’ 탐구생활시간

 

대구경북지역은 타 시도에 비해 영화제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현재 외부에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자체적으로 굴러간다고 평가되는 영화제는 이번 8월에 20주년을 맞는 “대구단편영화제”와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 그리고 “대구여성영화제” 정도입니다. “영화제”라 이름붙인 행사는 숱하게 생겨났다 사라지지만 객관적 기준으로 영화제로 공인되기는 어려운 행사가 많은 편이라 좀 까칠하게 분류하면 이 영화제들이 거의 전부입니다.

우리는 흔히 영화제라 하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과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떠올리지요. 국내에선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를 쉽게 언급합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MZ 국제다큐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제들은 모두 중앙정부에서 직접 지원받는 ‘국제’영화제들입니다. 일정 기간 이상의 안정적 개최와 00개국 이상 다양한 나라에서 온 영화들을 소개하는 대규모 영화축제에 해당됩니다.

이외에도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애니페스트,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 각자 주제와 연륜을 갖춘 영화제들이 메이저 급 영화제들이라 하겠지요. 이런 영화제들은 대부분 정부 지원이나 기업 후원으로 기본예산을 마련하고 영화계 전문가들이 실무를 담당해 진행합니다.

국내에는 요즘 영화제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나 사회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영화제를 새로 개최합니다. 다른 문화예술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고 영화 관련 인력은 넘치는데다 시민들에게 홍보하기에도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시ㆍ군마다 영화제 하나씩은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경북에도 시ㆍ군별로 여러 영화제가 생겼다가 사라지곤 한 걸로 압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규모나 기반 면에서 영화제와 상영회의 경계선에 서 있는 행사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체 영화제와 영화제 아닌 것의 경계는 무엇인지, 영화제를 하기 위해선 갖춰야할 요건이 무엇인지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제는 이미 완성되어 대중에게 검증받은 영화에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청룡영화상’, ‘대종상’, ‘들꽃영화상’ 등이 있지요)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상업극장 구조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품평해 알리는 기능을 합니다. 다양한 영화제들이 자신의 기획 취지에 맞게 영화를 선정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그 결과로 주목받거나 선택받은 작품들은 극장 개봉이나 투자를 받고 영화제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관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를 통해 관련 인력이 훈련 및 고용되며,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 수요가 형성됩니다. 영화를 창작하기 위한 지원센터나 영화학과가 활성화되고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나 지원 대책이 지자체나 기업들에 의해 이뤄지면서 하나의 순환계를 이루게 되지요.

상업영화 시장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이런 구조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등 주제의식이나 실험성이 강한 영화들에게 최소한의 숨 쉴 구멍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 입장에서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 내 영화 관련 인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발생합니다. 다양한 영화제들이 존재하지만 특정한 전문분야에 집중하지 않는 다수의 영화제들은 이런 기능을 공통적으로 갖추게 됩니다. 즉 ‘문화예술’과 ‘산업’적인 양 측면을 골고루 갖추면서 상업영화시장이 선뜻 투자하지 않지만 영화계 전반에 필요한 공공적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2. ‘영화제’의 전성기에 영화제의 ‘가을’을 걱정하다

 

규모의 차이나 집중하는 방향은 상이할 수 있지만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최근 범람하는 국내, 특히 지역의 영화제들은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준비나 기반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 부호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지 도구적으로 지역마다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축제에 끼워 넣어지거나 이벤트 성격으로 급조되고, 행사 자체의 특색이나 지역 내 기반이 취약한데 레드카펫이나 부대행사에 집착하는 신규 영화제의 경우는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는 시니컬한 필자입니다.

맛집이 변질되는 과정에 대한 경험적 판단근거로 거론되는 요소들이 1. 주인이 바뀐다 2. 가게를 원래 구조와는 확 바뀔 정도로 확장한다 3. 체인을 차린다 등인데, 영화제의 경우에 비교 대입해본다면, 1. 행사의 주체가 불분명하다 2. 핵심인 영화 프로그램이 빈약하다 3. 영화 관련 참여보다 동원이 많다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일단 위 요소들에 해당된다면 의심의 레이저를 한번 쏴붙여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 전체에 영화학과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고, 지역 영화제작 등을 지원하는 영상위원회가 부재하거나(대구) 타 지역에 비해 활동이 미흡하고(경북) 독립영화협회나 독립ㆍ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반이 되는 환경 조성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영화제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사상누각 같은 언론기사나 정체불상의 회의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지곤 하는 게 지역의 풍경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지역에는 그런 영화제들조차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니 부작용이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으니 시행착오를 거쳐 제자리를 찾아나갈 확률조차 절대량이 부족한 상황은 썩 좋은 건 아닙니다.

조금 다른 지점을 짚어보려 합니다. 사회단체가 영화제를 개최하는 건 오래된 역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1996년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인권영화제도 같은 해에 시작되었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997년에 태동할 때 제1회 노동영화제도 같이 열렸었지요. 그렇게 대규모 국제영화제와 동 시기에 분야별 사회운동단체가 중심이 된 주제영화제들도 함께 시작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영화산업과의 연계로 속사정은 어찌 되었건 대형 영화제들이 맷집을 불려온 반면, 어려운 조건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조성하지 못한 (사회운동단위와 밀접하게 연관된) 소형 주제 영화제들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사라져 갔습니다. 그렇게 내용과 경험이 축적되지 못한 가운데 주로 지원 사업에 의존하는 부문 영화제들은 의외로 많이 생겨나서 지금도 적지 않게 존재하지만, 해당 영화제가 원래 표방했던 역할을 온전히 담당하고 있는지, 아니면 지원을 따내기 위한 도구적 용도로 변색되지는 않았는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큰 영화제들처럼 전문적인 역량을 지역의 소규모 부문 영화제들이 갖추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지역, 그 단위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적절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무작위 관객 동원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회운동과 연계될 수 있는 교육 및 토론의 장으로서 영화제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중소규모 주제영화제가 추구해야 할 바가 될 것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지원을 받아내는 게 사회단체의 주요 이벤트가 되고, 영화제의 효과 및 지역사회운동에의 기여라는 큰 그림은 오히려 잊혀진 건 아닌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원래 행사의 취지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복귀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돌아볼 때입니다.

 

3. 돌고 돌아 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영업을 해봅니다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2010년 1회부터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들이 당시 처음으로 정치권이나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의 의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복지담론을 지역사회에서 논의ㆍ활성화한다는 목적을 갖고 <영화, 복지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지역’의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주제” 영화제입니다.

10년의 시간을 경유하면서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재정(지원 사업 없이 조직위원회 참여 단체들의 분담금과 시민 후원으로 감당)과 빈약한 실무역량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사회복지 주제 영화제로서 시민들의 사회적 교육 과정과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을 최우선 중점으로 두고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사회복지영화’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매 영화제 때마다 지금 사회복지영화제가 보여줘야 할 영화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개막작] 개를 위한 민주주의
▲ 개막작 <개를 위한 민주주의>
[폐막작] 졸업
▲ 폐막작 <졸업>

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29편(장편16/단편13, 극영화9/애니메이션2/다큐멘터리18)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국내 다큐멘터리들은 장편의 경우 “역사적으로 보는 공간들”을, 단편의 경우 “비혼 여성의 주거복지”를 화두로 묶어봤습니다. 개막작 <개를 위한 민주주의>와 폐막작 <졸업>은 각각 경제위기와 포퓰리즘의 온상이라는 그리스의 당대 현실과, 원주 상지대에 비리재단이 복귀했을 때 대학 내 민주주의와 공공성 훼손의 참상을 전하며 지역사회 내 토론을 제기하려 합니다. 국내 극영화들은 “복지의 표정들”이라는 표제어로 구성했습니다.

해외 다큐멘터리 소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앞으로 닥칠 복지분야 쟁점들을 고찰하는 “복지의 소외된 공간들” 테마로 준비했고, 거장의 기원 코너는 일본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관찰다큐’ 형식으로 작업하는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명합니다. 사회복지 관련 내용 뿐 아니라 영화의 관람방식에서 복지 관련 의제를 제기하는 배리어프리 섹션도 건재합니다. 

비록 최소규모 영화제이고, 조건 제약 상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큰 영화제들 같은 화려한 쇼윈도는 제공해드리지 못하지만,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휘발되는 킬링타임 용 상업영화가 아니라 영화가 현실의 반영이 되고 영화 체험을 통해 현실에서 고민을 확장하는 계기로 이 영화제를 활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회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지역의 시민사회ㆍ노동ㆍ보건의료ㆍ복지현장ㆍ장애인부문단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재정을 마련하고, 단체 활동가들이 바쁜 활동 와중에 시간을 쪼개 스태프로 참여하는 영화제에 많은 지역 시민들이 참여해 유용하게 써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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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일시 _ 2019. 4. 4 (목) ~ 10 (수)

극장 _ 대구mbc 시네마M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400 대구문화방송 / 520석)

주관 _ 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조직위원회

 

관람 안내

1. 티켓 : 당일 상영분 한해 선착순 현장 발권

 ① 좌석지정가능, 자율관람료 후원

 ② 온라인 예매불가, 단체관람은 사무국에 사전문의

2. 주차 : 3시간 30분 이내 방송국 주차장 무료 주차 가능. 매표소에서 티켓 확인 후 차량번호 등록 필.

3. 휠체어석 안내 : 1층 출구로 입장, 동시 관람 인원 10명 이하

 

영화제 문의

1. 개막 전 : 사무국단체(우리복지시민연합) 담당 이샛별 

 ☎ 053-628-2590~1 / wooriwelfare@hanmail.net

2. 개막 후 :  사무국단체 온라인연락 및 현장 안내부스 이용

 블로그 : https://socialwelfarefilmfestivaldaegu.tistory.com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wffindae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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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상영시간표
▲ 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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