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이어 고령에서도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반대"
경주 이어 고령에서도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반대"
  • 김연주
  • 승인 2019.04.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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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령지역에서 아림환경증설반대추진위원회 출범
주민들 공해로 인한 '환경성 질환' 고통 호소
불법 적재 의료폐기물 주민들이 찾아내... "허술한 의료폐기물 처리 시스템 진단 필요"

 

▲ 아림환경반대집회

고령군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체가 시간당 소각 용량 2.3톤에서 4.15톤 규모로 소각장을 증설하는 인허가를 추진하면서 경주에 이어 고령에서도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증설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3월 18일 고령지역 24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아림환경증설반대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1일 오후 3시, 다산면 송곡리 의료폐기물 처분업체 정문 앞에서 ‘아림환경반대집회’를 열고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추진위 소속 단체 회원 및 지역 주민 400여 명이 참여했으며, 경주 안강지역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주민들과 경북노동인권센터 권영국 변호사도 함께했다.

추진위는 “1만 명이 넘었던 다산면 인구가 8,700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주민들이 매연과 분진, 악취에 시달리고 아토피,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다산일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정주 환경이 나빠진 것이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이유”라며,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증설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는 모습
▲ 악취와 분진으로 마스크를 쓴 주민들

집회에 참석한 주민은 “업체가 ‘소각 용량 증설’ 내용은 빼고 ‘노후시설 교체’라고 설명하면서 주민동의서를 받아갔다”며, “아림환경은 주민을 우롱하고 무시했다. 소각장 증설계획을 취소하라”고 성토했다.

경주 안강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활동을 하는 이강희 참소리시민모임 부대표는 “행정시스템을 믿으라 하는데 믿을 수 없는 현장을 본 것이 슬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며, “검은 의료폐기물 소각지를 깨끗하게 바꿔내야 한다. 고령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아림환경은 2017년 기준 전국에서 네 번째로 소각 용량이 많은 업체이다. 시간당 1호기 1톤, 2호기 1.3톤 총 2.3톤씩 하루 평균 55.2톤의 의료폐기물을 소각하고 있다. 소각장 1호기를 시간당 2.85톤 규모로 증설하면 시간당 4.15톤, 하루 소각 용량은 ‘99.6톤’에 이르게 된다. 

 

▲ 정석원 아림환경증설반대추진위원회 위원장

정석원 추진위원장은 “소각 용량이 100톤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된다는 점을 업체가 악용하고 있다. 환경청은 업체의 증설 허가 신청이 21개 법률 조항의 요건을 충족하는가를 판단할 뿐이라며 주민들의 고충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구지방환경청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에 앞서 추진위는 지난 3월 29일 주민 제보로 밝혀진 아림환경 인근 의료폐기물 불법 적재 현장을 공개했다. 마을 주민 이모 씨는 ‘창고 주변에서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다. 동네 안에 저장해둔 불법 폐기물이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며, ‘사업주가 폐기물을 옮겨갈까 봐 매일 밤 창고 앞을 주민들이 지키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의료폐기물 불법 적재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발견 당시 촬영된 사진 자료에 의하면, 승인을 받지 않은 물류창고 내부에 처리기한 5일을 넘긴 의료폐기물 수백 상자가 쌓여있다. 

대구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는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수차례에 걸친 요청 끝에 예정 시간보다 3시간가량 늦은 저녁 7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하여 약 20분 동안 창고 내부를 확인했다. 환경청 담당자가 “주민들과 기자들 때문에 사업주가 못 온다고 한다. 사업주 동의가 없으면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라며 내부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분노한 주민들은 “환경청 직원들이 업체 가족 같다.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지키고 감시하는 것도 주민들이 하고 있다. 업체 편에 서서 직무 유기하지 말고 제대로 조사하라”며 규탄했다.

▲ 처리 기한이 지난 불법 의료폐기물을 보관 중인 창고 
▲ 왼쪽 아래 창문으로 적재된 의료폐기물 상자가 보인다

2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의료폐기물은 배출자와 위탁처분(소각)업체, 수집·운반업체 등 3자 계약의 형태로 처분된다”며, “해당 불법 적재 의료폐기물의 출처와 사건 경위를 일체의 의혹 없이 철저하게 밝히라”고 주장했다. 대구환경연합은 ‘명백한 사건 조사를 통한 신뢰 구축’, ‘주민들과의 소통’, ‘허술한 의료폐기물 관리·감독 시스템 진단과 대책 마련’ 등을 대구지방환경청에 요구했다.

2017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당해 전국적으로 의료폐기물 21만 9천 톤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93%를 중간처분시설을 통해 소각했다. 경북 경주ㆍ경산ㆍ고령지역 3개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체에서 전국 배출량의 3분의 1을 처리하고 있다. 처리하지 못한 전국 의료폐기물의 최종보관량은 571.9톤이다. 의료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의 처리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전국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령 다산면 주민은  “아침에 소각장 주변이 연기로 뿌옇다. 공단 근처에는 쇠비(쇳가루가 섞인 비)가 내린다. 피부질환으로 병원에 가면 원인불명이라고 한다. 소각 시설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에 대해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주민들과 군의원 모두 나서서 소각장 증설을 반대하고 있다. 업체 눈치만 보는 환경청이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연기를 뿜으며 가동중인 의료폐기물 소각장 모습
▲ 소각장 근처 다산일반산업단지 도로 주변 나무들

 

 

아림환경증설반대추진위원회 활동 경과

  3/4  아림환경 증설 문제 관련 주민설명회, 주민 100여 명 참석
3/18  아림환경증설반대 추진위원회 출범
3/25  증설 반대 현수막 무단 철거 수사 의뢰 접수
3/25  고령군청, 고령군의회 방문 및 주민 입장 전달
3/26  증설 반대 서명지 고령군 환경과 전달. 주민 약 600명 참가 서명
3/27  대구지방환경청 집회. 담당 과장 면담
3/29  송곡 1리 의료폐기물 불법 보관 창고 발견
 4/1  아림환경반대집회. 대구지방환경청의 직무유기 및 의료폐기물 불법 적재 등 2건에 대해 대구서부지방검찰청 고발장 접수

 

 

□ ‘의료폐기물’ 정의와 처리 규정

폐기물관리법에서 의료폐기물은 ‘보건ㆍ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ㆍ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 조직 등 적출물(摘出物), 실험 동물의 사체 등 보건ㆍ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의미한다. 

대구환경연합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종류별 전용 용기에 보관 △밀폐 포장 상태로 전용 운반 차량(냉장 설비 가동) 수집·운반 △전 과정 무선주파수인식방법을 통한 전산시스템 입력 등 ‘철저한 관리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보관시설 역시 △의료폐기물의 종류·양·보관 기간 등을 기재한 표지판 설치 △외부인 출입 제한 및 약물소독 △냉장설비 운영 등을 시행해야 한다. 위탁처분업소의 경우 1일 용량의 “5일분 이하”, 수집·운반업체는 ‘승인받은 임시보관장소’에서 “5일 이내”로 보관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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