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4.16에 관한 치유와 기억 투쟁 “로그북”
[이 영화를 보라!] 4.16에 관한 치유와 기억 투쟁 “로그북”
  • 김상목
  • 승인 2019.04.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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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_ 4.16이 지난 뒤 올리는 4.16에 관한 이야기

 

2014년 4월 16일 이후 5주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는 누군가에겐 엄청나게 큰 변화가,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뭉뚱그려 보자면 5년 중 전반부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전 정부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반격이 기적처럼 일어나는 순간이었고, 후반부는 그런 변화의 열망이 가라앉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하는 시간입니다.

혹자는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거리의 축제는 끝났으니 이제 관전하는 것으로 족하고, 다른 혹자는 다양한 쟁점 현안에 대한 근본적 변혁을 요구하며 차가워진 시선을 견디며 거리에 남아 있습니다. 사회 전반으로는 지난한 추모 행동을 통해 어느 정도 ‘사회적 참사’로서의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세력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에서 마치 5.18 광주민중항쟁처럼 폄하되거나 비하 대상으로 취급될까 걱정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올해처럼 갈수록 극우화되어가는 ‘제1여당’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망언이 쏟아지고, 마치 그들의 요새처럼 취급받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과연 ‘4.16’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지,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개봉영화가 아니지만 그와 관련해서 유의미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1_ 4.16을 기억하는 영화들의 연대기

 

최근 극장가에서는 4.16을 다룬 극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2018)이 관객몰이 중입니다. 한때는 전 정부의 외압 등으로 방송 보도도 수월치 않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지요. 2014년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후 격심한 논란에 휘말렸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감독 이상호, 안해룡, 2014)부터 <나쁜 나라>(김진열, 이수정, 정일건 감독, 2015), <그날, 바다>(김지영 감독, 2018) 등의 작품은 여러 곡절을 겪으며 극장 개봉을 통해 관객을 만났습니다.

개봉은 안했지만 영화제나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소개된 작품으로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매년 작업해 선보였던 <망각과 기억>(2016), <망각과 기억2: 돌아 봄>(2017),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2018)이나 단편애니메이션 <빅 피쉬>(2017), 유튜브에 공개된 다큐 <세월 X>(2016) 등 적지 않은 작업이 이어져 왔습니다.

아무래도 초반에는 언론방송의 외면이나 왜곡 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속보 형식의 다큐 영상이 먼저 나왔고, 뒤를 이어 감독 자신의 방향이 가미된 다큐와 단편 영화들이 속속 이어져 왔습니다. 4.16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런 흐름이라 하겠죠. 그리고 이전 정부의 부적절한 처신은 물론, 상업자본의 투자가 쉽지 않은 민감한 소재인지라 극영화보다는 상대적으로 작가 개인의 의지가 반영되는 다큐나 단편 영화들에서 관련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고요.

다큐라고 해도 초반에는 뉴스 속보의 형식, 혹은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방편으로 활용되던 경향에서 점차 작가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4.16의 다양한 단면과 의의 찾기로 나아가게 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역사적 과거로 기억되면서 그동안은 다소 자제해왔던 작가적 입장이나 표현들이 서서히 등장하는 중이라 보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주로 가설이나 주장을 펼치기 위한 목적성 작품(“다이빙벨”이나 “세월 X” 같은) 외에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나, 생존자 및 지인들을 위한 치유 위주의 작품들이 등장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서서히 다변화되어도 될 시기라는 판단이 관련 소재를 다루는 작가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2_ 용산 참사를 기록하는 영화들의 행로를 따르다

 

용산 참사가 4.16 이전에 있었습니다. 역시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으며 4.16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작품들의 선배 격이라 할 흐름을 형성했지요. ‘연분홍치마’의 연작 <두 개의 문>(김일란, 홍지유 감독, 2011)과 <공동정범>(김일란, 이혁상 감독, 2016)은 실제 사건이 발생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완성되었습니다.

아마 후대에는 관련 사건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기억될 이들 작품은 제작과정에서 작가들이 무척 뜸을 들이고 갈등하고 고민한 뒤에야 선보인 영화들입니다. <두 개의 문>은 철거민이 아닌 ‘가해자’에 가까운 포지션이라 할 경찰특공대의 시선으로 보는 용산 참사의 기록이고, <공동정범>은 보여주기 껄끄러운 생존자들 간의 갈등과 분쟁을 보여주는 내용이기 때문이었지요.

그만큼 사회적 참사를 다룰 때는 ‘윤리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집니다. 이것은 한국의 독립영화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사회운동과 연계되는 참여이자 대안 언론으로 활용되었던 기억 때문이지요. 혹자는 너무 과도하게 긴박되어 다양성이나 창의가 억제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할 정도이지요.(외국의 경우 오히려 상업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다양하게 작가적 의도가 부각되는 연출이 많은 편이라 이런 국내 경향에 대해 낯설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답니다.)

다큐멘터리 영상과 다큐멘터리영화는 동일한 것 같지만 다소 구분될 요소가 있는데, 4.16을 포함한 사회적 참사 발생 직후부터 일정 기간은 영화의 연출자(작가)가 예술적 표현이나 작가의 기호보다는 일종의 ‘대안 언론’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보니 ‘영화’로서의 완성보다는 ‘영상’의 속보성에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적 평가가 일단락되는 시기와 맞물려 그동안 억제해왔던 다양한 시도가 개화되면서 보다 ‘영화’적 방식의 작업이 후속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이제는 4.16을 기억하는 영화 중에서도 <두 개의 문>이나 <공동정범>, <생일> 같은 영화들이 나와도 될 만하다는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볼 시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로그북>이 도착했습니다.

 

3_ <로그북>이 4.16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작품을 만든 복진오 감독은 잠수사 경력을 가진 방송다큐멘터리작가입니다. 영화 제목인 <로그북 Log Book>은 다이버들이 자신의 잠수상황을 기록한 일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동안 주로 관련 영화들에서 조연 격으로 등장했던 잠수사를 중심에 놓은 작품입니다.

복진오 감독은 4.16 직후에 현장에 도착해 꾸준히 영상 기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일종의 ‘자원 활동’이었지요. 초반의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고 석연찮은 보도통제와 주먹구구식 일 처리로 인한 유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제대로 진행이 이뤄지지 못하니 유언비어가 횡행하고 정부 당국의 일 처리는 모호함 그 자체였지요.

그렇게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감독은 다이버라는 동질성으로 세월호 희생자 수색작업 중이던 잠수사 그룹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는 감독만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장 급박했던 시기를 복진오 감독은 잠수사 그룹과 동고동락하며 신뢰를 쌓았죠. 구조작업에서 민간 잠수사 그룹이 철수하고 한참이 지난 뒤 감독은 ‘로그북’을 넘겨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출발하게 되지요.

 

그렇게 <로그북>은 왜 초반에 저런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정작 구조는 실패했는가에 대한 하나의 단면을 충실하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퍽 조심스레 질문에 답하던 복진오 감독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공개하는 것이 맞다 판단했던 ‘윤리적’ 고민이 무척 많았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치유’가 작업의 가장 우선순위라고 밝히지만, 그래도 당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약간의 논쟁지점을 담아내는 데만도 5년이 걸린 셈이지요.

그런 고심 끝에 몇 개의 ‘문제적’ 컷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일방적인 선과 악의 대결은 아닙니다만,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고 아쉬웠던 민간 잠수사들의 입장을 일정 부분 대변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나름대로 소임을 맡았지만 논란도 컸던 <다이빙벨>과 대비되는 주장과 입장으로 비춰질 소지가 많은 작품입니다. 굳이 논쟁적으로 주목해서 볼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공개된 특정 내용들은 이후 평가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들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그런 ‘논쟁’이 시작되고 재평가해야 할 지점들에 대한 출발점으로 중시하는 편이지만, 엄연히 작품을 만든 감독은 민간 잠수사들의 분투로도 역부족이었던 참사의 상흔과 잠수사 그룹의 보답 받지 못한 희생, 후유증을 겪는 부당한 현실의 상황들에 대한 ‘치유’ 작업의 일환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그 둘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4.16이라는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이후의 방향 잡기에서 <로그북> 같은 작품들은 이후 속속 등장할 것이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형식의 접근법이 논란보다는 가치를 찾아가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테니까요.

일부러 4.16이 지나고 나서 극장 개봉을 추진하는 감독의 의도 또한 치유작업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 불필요한 선정적 관심을 피하기 위한 고민의 일환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적 가치는 물론, 잊혀져가는 4.16 당시 수많은 이들의 선의를 기억하는 치유의 촉매로서도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봅니다.

 

 

[ 작품정보 ] 

로그북 Log Book (2018)

다큐멘터리한국90감독 복진오

 

- 10DMZ국제다큐영화제(2018) 심사위원특별언급한국경쟁

- 19회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관객상폐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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