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마저 사라진 학교"… 故김건우 학생 노제ㆍ기자회견
"애도마저 사라진 학교"… 故김건우 학생 노제ㆍ기자회견
  • 김연주
  • 승인 2019.05.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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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이 숨진 자리에서 오열하는 유족
▲김 군이 숨진 자리에서 오열하는 유족

故김건우 학생 노제ㆍ기자회견이 30일 오전 11시 포항시 북구 Y중학교 정문 앞에서 열렸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포항지회, 경북노동인권센터, 경북장애인부모회 등 7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는 故 김건우 학생의 유족들도 참석했다.

숨진 김 군은 지난 3월 25일, 평소 존경하던 도덕 과목 교사로부터 ‘성인물을 보냐’는 지적과 20여 분 동안 얼차려를 받은 후, 체육 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아 유서 형식의 글을 쓰고 학교 5층에서 투신했다. 

노제와 기자회견에 앞서 장성성당에서는 故김건우 학생 장례미사가 봉헌되었으며, 김 군의 유족은 영정사진을 안고 Y중학교를 방문하여 같은 반 학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건우 학생의 급우들을 만난 아버지 김상철 씨는 “건우 친구들 마음속에 맺힌 미안한 마음을 덜어주고 싶었다. 건우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친구들이 아이를 제대로 보내줄 수 있도록 꼭 만나서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4월 30일, 유족은 숨진 김건우 학생의 영정사진을 안고 마지막으로 교실을 찾았다. 
▲ 학생들이 없는 '텅 빈 교실'에서 건우 학생의 어미니는 ‘친구들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잘지내. 건우가’라고 아들을 대신하여 칠판에 인사를 남겼다. 학교 측은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교실을 비웠다"고 말했다. 옆 교실에 건우 학생의 급우들이 있는 걸 알게 된 유족들은 학교 측에 요청하여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김 군의 아버지는 "건우 친구들이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건우를 잘 떠나보낼 수 있게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군이 투신한 장소를 돌아본 유족들은 “수업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덕 선생님도 체육 선생님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학교 측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만 한다. 부모 마음도 모르는 이들이 어떻게 교육자인가”라며 끝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는 학교 측에 오열하며 항의했다. 

신경진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장은 “김건우 학생의 이름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 건우 학생의 죽음 이후 경북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남은 세상을 바꿔 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경북 교육의 변화를 위해 함께 하자”고 말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건우 학생을 보내야만 하는 아프고 아픈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만 잠시 분노할 뿐 이내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오늘의 참담한 심정은 바로 그런 우리의 태도가 빚어낸 결과는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른 채 진정 어린 사과를 외면하는 학교 측의 태도는, 반성하는 것도 사과하는 것도 익히지 못한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교육의 공간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뜻을 모으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2014년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자살은 청소년(9∼24세) 사망원인 1위이다. 2017년 청소년 자살은 인구 10만 명당 7.7명이었다(운수 사고 3.4명, 암 2.7명). 올해 2월 경북도교육청이 작성한 ‘학생 자살 등 위기학생 관리를 위한 대책(안)’에 의하면 경북지역 자살 학생 수는 2015년 2명, 2016년 2명, 2017년 3명, 2018년(11월까지) 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경북지역에서 학생 자살 시도는 100여 건에 이른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고 김건우 학생의 아버지
▲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고 김건우 학생의 아버지

건우 학생의 아버지 김상철 씨는 “두 아이가 다닌 학교였다. 열여섯 살 아이에게 교실이 자기 세상의 전부였다. 학교가 삶의 전체였다. 그런 아이가 죽어 피투성이가 돼서 돌아왔는데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모조차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하는 게 지금의 학교”라며, “다음 달 23일이 아이 생일이다. 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꿈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 故 김건우 학생 아버지 기자회견 발언 동영상]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건우에게 부끄럽지 않고 부모들이 또다시 이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 학교 당국의 잘못된 태도를 바꿔내고 진정한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이후 대응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며, ‘고 김건우 학생과 가족에게 교육청·학교의 사과 및 진실 규명’, ‘학생 인권 존중과 관련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학생 인권 실태 조사 시행’ 등을 교육청과 학교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