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생 성정체성 공개 교수ㆍ한동대 “명예훼손 불법행위 인정”
법원, 학생 성정체성 공개 교수ㆍ한동대 “명예훼손 불법행위 인정”
  • 김연주
  • 승인 2019.05.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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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중 학생 실명 거론하며 성정체성 관련 “악의적 표현” A교수, 1심에서 ‘명예훼손 인정’ 판결
법원, “사용자로서 학교도 관리ㆍ감독 책임 있다, A교수와 한동대 공동 배상 해야 ”

 


16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8호 법정에서 열린 한동대 학생 명예훼손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A교수와 학교가 공동으로 위자료 500만 원을 피해 학생에게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동대학교 교목실장 A교수가 수업시간 중에 피해 학생의 성적 취향과 관련하여 ‘혐오 발언’을 한 사실에 대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가한 불법행위”로 판단했다. 

또한,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학교법인도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며, “원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하여 언급하게 된 경위, 그 구체적인 내용, 표현방법, 표현상대방 및 그 규모 등을 종합”하여 피고 A교수와 학교법인 공동에 대해 “위자료 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고 A교수 외에 ‘B교수와 C교수에 대한 위자료 청구’ 및 1심 판결 후 언론사 광고란의 ‘패소판결공지’는 각각 기각됐다. 원고 측은 각각의 ‘피고 교수와 한동대’에 1천100만원 씩, 총 3천 300만 원을 손해배상 위자료로 청구했었다. 

1심 판결 이후 한동대학교부당징계공동대책위원회(이하 한동대공대위)는 포항지원 앞에서 ‘한동대 부당징계 학생 명예훼손 1심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학생 명예훼손에 대한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부당징계를 철회할 것을 한동대에 촉구했다.

한동대공대위는 2018년 8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와 공동으로 학생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 소장을 제출하였으며, 9개월여 동안 4차의 재판을 거쳐 ‘명예훼손 인정 손해배상’ 1심 판결에 이르렀다. 

 

▲한동대 학생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 기자회견에서 원고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 발언에 앞서 피해 학생은 “성소수자 혐오는 폭력이다. 민주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며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하루 전에 내려진 재판부의 판결에 뭉클하고, 감격한다. 피고들은 재판 결과를 수용하고, 부당징계를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송대리인 권영국 변호사는 “판결을 환영한다. 개인의 성적 취향, 성 정체성을 본인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공개하고 비난했을 때 처벌을 받는다는 것,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알리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선고 내용의 의의를 전했다.

▲ 한동대 학생 부당징계,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해학생 지지 활동을 해온 조수아 학생은 ‘학교 측의 반성’과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한동대학교 조수아 학생은 “명예훼손 인정을 환영한다.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학생을 교화 대상으로 보고, ‘자신과 다른 것’을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한 사람의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무참히 망가뜨린 것을 학교 측이 반성하는 계기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은 1990년 세계보건기구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되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2015년 11월 3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 성적지향,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 등 어떠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성소수자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고 평등과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하루 전에 내려진 역사적 판결”

학생 명예훼손 교수ㆍ한동대 “유죄” 판결에 지역 단체 ‘환영’

최영애 위원장은 “2016년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이 혐오 표현을 경험하고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을 겪는다고 나타났다”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1월 17일, “건학이념을 이유로 성소수자 강연회 대관 불허는 집회의 자유 침해 및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한동대 학생 등에 대한 징계처분 취소 권고를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하였으나, 한동대학교는 이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통보한 바 있다.

한동대공대위는 2017년 12월, 한동대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재학생에 대한 부당징계에 대응하고자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전국단위 여성인권단체 78곳이 모여 결성되었다. 1심 판결 이후 한동대공대위는 ‘징계 무효소송’과 ‘학생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한 오늘,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는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은 벅찬 소회를 밝히는 한편, “오늘 아침 한동대 성폭력 피해 학생의 자살 소식을 듣고 재판 결과를 마냥 기뻐할 수 없음이 마음 아프다”며 “한동대의 비상식과 맞서 싸우며 고통스런 시간을 견딘 피해 학생과, 함께한 지역 시민단체, 한동대 안에서 그를 지지하며 활동해온 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를 전한다. 피해 학생의 명예가 회복되고 학교로 돌아가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