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역사 이야기] 보고 싶은 조카 소율이에게
[근현대 역사 이야기] 보고 싶은 조카 소율이에게
  • 강철민
  • 승인 2019.05.2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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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기운이 봄바람으로 바뀌고, 특유의 봄 내음이 좋은 요즘이야. 

 

삼촌이 어릴 적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하굣길에 친구들과 놀던 개울가에는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봄이면 햇살에 물이 데워져서 손을 넣으면 뜨뜻미지근한 것이 차갑지 않아 기분이 좋았어. 

웅덩이 속에는 개구리 알이며, 올챙이며, 송사리 같은 것들이 가득 있었는데, 올챙이 옮기기 놀이가 아주 재밌었단다. 올챙이 등을 빨대로 살짝 빨아, 빨대 아래에 붙여 반대쪽 깡통으로 옮겨 담는 놀이였어. 

친구들과 이 놀이를 할 때면 주먹이며 이마에 땀이 맺혔어. 긴장을 놓쳐 빨대를 너무 세게 빨아버리면 쓴맛의 올챙이가 그대로 입속에 들어와 비릿했거든. 지금이야 상상도 못 할 놀이지만 삼촌이 어릴 적에는 늘상 친구들과 하굣길에 하던 여러 놀이 중 하나였지.

소율이는 잘 지내는지 궁금하네.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지, 어떤 고민거리가 있는지. 옛날 삼촌이 웅덩이에서 손에 담아 올려보던 그 개구리 알처럼, 교정 하늘에는 벚꽃이 흐드러졌겠지. 학교 생활에 열심인 네 모습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벌써 4월이네. 올해 3, 4월은 아주 의미가 큰 거 같아. 삼일운동과 임시정부가 백 년을 맞이하기 때문이야. 그에 걸맞은 갖가지 행사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것 같아. 삼촌이 활동하고 있는 연구소도 지역에서 작은 기획전을 마련했어. 비록 우체국의 작은 한 자리였지만 지역민의 관심도 컸단다. 

전시되었던 유물 중에 몇 가지를 선정하여 짧게 소개해달라던 네 제안이 참 좋구나.

 

▲ 경방단의 화재 진압복

 

얼마 전에 강원도에서 큰불이 났었지. 소방차며 소방헬기가 많이 동원되어 화재진압을 했었지. 소방관들도 고생을 많이 하셨어. 지금과는 그 활동이 여러모로 차이가 있지만 일본강점기 때 경방단의 화재 진압복을 소개해 보도록 할게.

위의 사진을 보도록 하자. 코트처럼 엉덩이를 감싸며 길게 뻗어 내린 상의(上衣). 생김새며 재질이 특이한, 작업복 같은 옷이야. 꼭 유도복을 연상시키는 이것은 경방단의 화재 진압복이야.

화재 진압이 유리하도록, 두껍게 직조된 천을 사용하여 만들었어. 목과 입을 감싸는 천을 두른 특이한 모자가 눈길을 끌지. 모자 중앙에는 당시 경방단의 휘장이 금속 재질로 양각 되어 있어. 옷에 붙은 황금색 단추에도 역시 경방단 표식이 양각 되어 있단다. 원래는 여러 개의 단추가 달려있었지만 오랜 세월로 유실되고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 진압복 상의 양쪽에 주머니도 하나씩 달려있고, 허리띠를 채울 수 있는 고리도 6개 바느질 되어 있어. 지금은 많이 낡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유물이야.

 

▲ 소방조 소두 임명장(좌), 경방단 소화반장 임명장(우)

 

그리고 함께 전시된 이 서류 또한 경방단과 관련된 유물인데, 일제강점기 당시 소방조 임명장과 경방단 임명장이야. 강원도 영월의 ‘녹전리 경방단’ 조직의 말단 임명직이지. 재미있는 건 이 사람이 경방단 뿐만 아니라 소방대, 비료제조원, 경찰보조원, 농업관리원 등 지역의 친일단체 말단은 다 맡았다는 사실이야. 일제가 당시 지역과 지역민을 얼마나 철저히 관리했는가를 알 수 있는 유물이지.

삼촌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 소율이 할아버지가 아기 때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점령당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를 일제강점기 시대라고 이야기한단다. 그때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쓸 수가 없었어. 대신 일본말과 일본글을 써야 했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 앞으로 차근차근 삼촌이 쓴 편지를 읽어보면서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도록 <해방 시기> 61페이지 하단을 보면, 위에서 소개했던 경방단 화재진압복과 같은 옷을 입고 훈련하는 장면의 사진이 나와. 재미있는 사실은 해방 후, 미 군정 시기 미군 장교가 일제강점기 경방단의 화재 진압복을 입은 조선사람을 훈련시킨다는 점이야.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다면 우리나라의 소방관 옷을 입고, 우리나라 소방기관의 훈련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야. 

소율이가 공부해보면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사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란 생각이 들 것 같아. 삼촌이랑 같이 차근차근 공부해보고, 역사 점수도 잘 받는 멋진 초등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어. 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

 

*경방단 : 일제는 중일전쟁의 개시와 함께 전시체제로 돌입하여, 1937년 11월 18일 「방공법조선시행령」을 제정, 공포하였다. 이어 1939년 7월 3일 「경방단규칙」을 제정, 공포하고, 소방조와 수방단을 해체하여 경방단으로 통합하였다. 경방단의 설치 목적은 일제가 유사시에 방공(防空)의 완벽을 기하여 치안을 확보하려는 데 있었다. 「경방단규칙」은 전문 16조와 2개 부칙으로 되어 있었으며, 방공, 수(水)·화(火) 소방 및 기타 경방 등이 주된 임무였다.
일제의 침략 전쟁이 확대됨에 따라 침략에 한국인을 동원하고 동향을 감시하는 것도 임무로 추가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 요약)

 

 

글 _ 강철민 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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