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페인트를 뒤집어쓴 빨강 장미꽃이 담장 곁에 서서 이사 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6월 2일 일요일 오전, 김춘화 할머니는 아침에 모내기하고 나서 이삿짐을 정리하러 왔다. 쌍둥이네부녀회장님은 이사를 마치면 복숭아 봉지를 싸러 간다고 했다. 삼평 1리 버스정류장 바로 옆 파란 지붕 집. 삼평 1동 경로회관에서 각북면사무소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100를 가면 새집이다. 

유월 더운 볕 아래 사람들이 금세 오랜 살림 집기들을 트럭에 실었다. 가장 먼저 전기밥솥과 소금 자루가 새집 안방 가운데에 놓였다. 할머니가 달걀 한 판을 두 손으로 들고 새집 대문으로 들어온다. 커피잔들을 스테인리스 쟁반에 담아 새집으로 가져온다. 마당 가득 쌓여 있던 짐들이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았다. 풍각반점에서 다 같이 짜장면을 먹고 돌아와 짐 정리를 마무리했다. 
 
하얗게 칠한 울담에 벽화를 그리고 새집에 붙일 이름도 공모할 예정이다. 삼척 신규핵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고시해제 소식을 얘기하면서 탈핵 도보 순례를 하던 성원기 교수님 안부를 궁금해했다. 투쟁하던 날들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사한 소감을 들려달라고 했더니, “투쟁은 끝이 없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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