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수사와 경찰내 "성인지 감수성" 절실

 

△ 6월 10일 열린 포항북부서, 성폭력 수사, 공정성 촉구 기자회견
△ 6월 10일 열린 포항북부서, 성폭력 수사, 공정성 촉구 기자회견

지난 10일 포항여성회 주최로 포항북부경찰서의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와 관련해 공정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포항북부경찰서에서 불법 동영상 유포 피해자의 신변이 노출되고,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고압적인 수사 태도 등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마련했다.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회장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심각하다.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오늘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피해 당사자도 참석하여 본인이 수사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직접 발언했다.

피해자 B 씨는 “포항북부경찰서의 잘못된 수사 태도에 상처받은 피해자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피해자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 우리를 가해한 자들의 잘못이다.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우리를 이렇게 움츠러들게 하고, 그래서 많은 부담감을 뒤로 한 채 이렇게 맞서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 자의 잘못”이라고 항의했다. 

경북노동인권센터 권영국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는다면, 피해를 신고하거나 고소·고발하는 사건에서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 불법 동영상 유포 사건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소재지를 밝히고 싶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수사관이 가해자를 유인하라고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성폭력 사건의 수사기법이 맞는가”라며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포항북부서 2층 소회의실에서 포항북부경찰서장과의 항의면담이 열렸다. 면담에는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회장, 권영국 경북노동인권센터 변호사, 이찬교 경북혁신교육소공감 소장,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당위원장, 김정희 경북여성통합상담소 부소장과 피해 당사자 및 포항북부서장, 담당 수사관 등이 참석했다. 

피해자 B 씨가 담당 수사관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포항북부서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젠더감수성에 대한 부족했던 지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박은주 회장은 “성폭력 피해자가 분노해야 할 대상이 경찰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 이후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한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수사가 필요하다. 앞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찬교 소장은 “수사 기관에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피해에 공감하는 태도가 절실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포항북부서 관계자들은 “성폭력 수사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경찰 대상 교육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은 포항여성회에서 주최했으며, 경북노동인권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포항지회, 민주노총포항지부, 경북혁신교육소공감, 정의당포항시위원회,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