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고리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입니다.”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된 지 오늘(6월 18일)로 만 2년이 되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시 기장군 고리핵발전소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가해 한국 사회의 “탈핵국가”를 선언했다. 만 2년이 지난 오늘 한국 사회는 탈핵국가로 얼마나 나아갔을까? 최근 탈핵운동 진영의 이슈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 이야기 순서 >

① 체르노빌 사고 직전까지 간 한빛1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무능력
② 신고리 3․4호기 운영 허가와 기장연구로 건설 승인, 늘어나는 핵시설 
③ 삼척 핵발전소 지정 고시 해제, 영덕은?
④ 고준위핵폐기물 10만 년의 책임,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⑤ 총평, 핵발전소 수출과 가짜 탈핵


 

2부_ 신고리 3ㆍ4호기 운영 허가와 기장연구로 건설 승인, 늘어나는 핵시설

 

빛바랜 탈핵국가 선언과 눈치 보는 원자력안전 규제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라는 약속을 했다. 준비 중인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 발언의 요지다. 

그러나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대통령의 탈핵국가 선언 이후 약 4개월 만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가 결정됐다. 대선 공약에서는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중단을 약속했지만,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으로 후퇴하고, 결국 ‘공론화’를 통해 약속을 파기했다. 그 결과 부산과 울산에는 향후 60년간 운영이 계속될 핵발전소의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를 두고 정부는 국민의 참여로 결정한 ‘모범적 사례’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비롯한 공론화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책임 회피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부산에는 올해 2월 신고리 3ㆍ4호기 운영이 승인되었다. 신고리 3ㆍ4호기는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과 케이블시험 성적서 위조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발전소다. 당시 한수원 부사장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 이면계약으로 밀양송전탑 공사를 서둘러 마무리해 신고리 3ㆍ4호기 건설을 조기에 완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리한 공사 강행은 결국 노동자가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올해 2월 상업 운전이 승인되었다. 

△한전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핵발전소. 한국전력 제공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발전소가 국내 발전소에서도 문제 된 격납건물 균열 발생과 윤활유 누출로 운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 모델이 된 신고리 3ㆍ4호기는 밸브 누설이 심사 과정에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 확인과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 운영이 허가되었다. 원안위는 “벨브 누설 저감조치를 2020년까지 시행하라”며 조건부로 신고리 3ㆍ4호기 운영을 허가해 주었다. 

신고리 3ㆍ4호기 운영허가 직후인 지난 2월 14일, 또 하나의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허가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했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건설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는 ‘사정판결’을 내린 것이다. 

‘사정판결’은 원고의 행정처분 중단 청구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고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판결이다. 법원이 보기에 원안위의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것보다 핵발전소 건설을 계속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더 이롭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월 부산의 11번째 핵시설인 ‘기장연구로’의 건설이 승인되었다. 기장연구로는 외형상으로는 산업․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스마트 원자로를 전 세계로 수출하기 위한 실증사업 단지로 추진된 시설이다. 

기장연구로는 농축된 핵물질을 사용하는 시설로 고준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일상적으로도 액체와 기체 상태의 방사성 물질을 외부로 방출하는 시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부산시는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다. 

이처럼 신규핵발전소를 백지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부산에는 신규 핵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들 시설이 탈핵 정책이라는 명분 좋은 구실 아래 안전성 문제가 가벼이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승인 과정에서 법원은 원안위의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운영허가 처분을 취소하지 않았다. 신고리 3․4호기는 밸브 누설 및 복합재난 사고 대응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향후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운영을 허가해 주었다. 

현재 ‘신고리 5ㆍ6호기 건설허가처분 최소소송’과 ‘신고리 3ㆍ4호기 운영허가처분 취소소송’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라면 핵발전소 백지화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안전에 대한 더 높은 기준으로 시설운영을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탈핵국가 선언으로 핵산업계를 포함한 보수진영의 공격을 의식한 탓인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규제조차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3부에서 계속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