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때가 찼습니다.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는 때가 왔습니다. 

바로, 고준위핵폐기물입니다. 핵발전소 안에 있는 임시저장소가 거의 찼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핵발전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40년 넘게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는 정부 말만 듣고, 믿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제 그렇게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는 때가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매일 똑같이 주어지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 ‘크로노스’라는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은 크로노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시간, 정말 중요한 무엇인가를 위한 때입니다. 바로 ‘카이로스’라는 때입니다.

지금까지 대책 없이 쌓아놓기만 한 이 핵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면으로 바라봐야만 할 때입니다. 카이로스는 카이로스에 맞는 태도와 행동을 요구합니다. 먼저 핵폐기물에 대한 정확한 평가, 반성이 공개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으로 위험한 물질입니다. 우리는 전기를 만들어 쓴다고 이런 물질을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면, 핵발전소 조기폐쇄로 핵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핵발전으로 생겨나는 고준위핵폐기물의 가장 근원적인 대책은 핵발전 조기 포기입니다. 핵발전소와 고준위핵폐기물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이전에도 사고와 고장이 끊이지 않았지만, 요즘 영광의 핵발전소를 보십시오. 한빛1호기에서는 출력 급증 사고가 났고, 3호기는 계획정비 중에 압력누설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려할 정도의 사안”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조기폐쇄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완벽하게 감당할 수 없지만,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최선의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러면 그 핵발전소는 폐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땜질식 처방은 지금 같은 카이로스의 때에는 맞지 않습니다. 아니, 효력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든 핵발전소를 가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임시저장소 포화를 막아야겠다는 의중만 보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정부의 주인인 우리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여기 모인 이유입니다. 크로노스라는 시간은 계속 주어지지만, 카이로스라는 때, 기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때, 오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핵폐기물의 문제를, 우리의 의지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정말, 때가 찼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_ 조현철 예수회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 6월 22일, 경주역광장에서 열린 “핵폐기물 이제 그만, 10만인 행동 출정식”에서 발언했던 내용 전문을 뉴스풀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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