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km, 29일간의 여정” 탈핵희망순례단을 만나다
“539km, 29일간의 여정” 탈핵희망순례단을 만나다
  • 김연주
  • 승인 2019.06.30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일 고리핵발전소를 출발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경북ㆍ대구지역을 지나고 있다. 

24일 경주 외동지역에 입성하여 25일 월성핵발전소에 이르렀다. 온종일 장맛비가 내렸던 어제 영천 금호성당을 출발한 순례단은 경산 하양을 거쳐 대구 용계역까지 20.8km에 달하는 375구간 순례를 마무리했다.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일요일 오전 8시, 대구지역을 오롯이 지나는 탈핵희망순례 376구간의 출발점인 대구 동구 용계역을 찾았다.

성원기 순례단장과 어젯밤 청주에서 온 “청명”씨가 용계역 앞, 보쌈집 주차장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눈에 봐도 순례객이 분명한 이가 작은 배낭을 메고, 검정 양산을 들고 나타난다. 모두가 초면이지만 환영 인사가 이어진다.

"일요일이라 일을 쉬기도 하고, 대구는 접근성이 좋더라구요. 동대구역에 내려서 지하철 타고 왔어요. 창원에서 6시 6분 기차 탔어요"

참가자는 창원에서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온 권혜반 씨. 순례를 나서는 소감을 물으니, "하루라도 걸음을 보탤 수 있다는 거,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지요"라고 대답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전기를 무개념하게 쓰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하고 나서,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에 탈핵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권혜반 씨는 일요일 하루 순례에 참여하고 저녁에 창원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어젯밤 청주에서 대구로 온 "청명" 씨는 2017년 여름부터 순례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탈핵희망순례가 있는 여름과 겨울에는 '4일을 걷고 3일 일한다'고. 

"탈핵을 염원하기 위해, 탈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걷기였고, 그래서 순례에 참여하고 있어요." 

청명 씨는 출발을 앞두고 순례단에 합류하는 이들에게 선전물과 깃발을 나눠주고 방명록 작성을 안내했다. 볕과 바람에 빛이 바랜 복장이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생명평화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남은경 사무국장은 376구간을 순례하는 ‘대구’지역 참가자다. 남은경 사무국장은 "순례단이 대구지역에 왔는데, 대구시민으로서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주도 가까이 있고, 월성ㆍ고리핵발전소가 영향을 미치는 반경이 넓어서 대구도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대구시민들도 후쿠시마 사고를 기억하길 바라고, 위험을 알리는 활동에 최소한의 예의로서 같이 걸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일요일이라 많은 분들이 못 와서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출발에 앞서 참여자들은 인사를 나누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문'을 읽었다. 용계역 세움 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상쾌한 바람이 불었지만, 오후에는 날이 뜨거워질 거란 예감이 든다. 30일은 용계역을 출발하여 대구시청을 거쳐 북구 사수성당까지 걷는다. 7월 1일 사수성당을 출발한 순례단은 칠곡, 구미, 김천을 거쳐 4일 목요일 추풍령을 넘어 충북으로 향한다.

순례를 시작하며 길 위에서 성원기 순례단장과 짧은 인터뷰를 나누었다. 

 

삼척지역이 고시해제가 되었는데도 순례에 나선 이유는? 

처음 순례에 나설 때, ‘핵 없는 세상’과 ‘핵 없는 삼척’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핵발전소는 여전히 짓고 있고, 핵발전소 24기가 여전히 가동 중이다. 삼척은 핵발전소 백지화가 되었지만,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순례를 계속하고 있다.

삼척 주민들은 긴 시간 동안 탈핵을 위해 싸워왔고, 결국 핵발전소 건설이 백지화 되었다. 탈핵을 실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지화 결정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나.

삼척에서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지역에 반핵 단체를 조직했다. 삼척반핵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박홍표 신부가 대표를 맡았다. 삼척반추위는 주민투표를 해서 핵발전소 건설 찬반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장이 거부했다. 주민들은 시장을 주민 소환해서 새로운 시장을 뽑아 주민투표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주민 소환에 실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은 유권자 운동을 통해 반핵시장을 선출했다. 반핵시장이 주민투표를 시행해서 85%의 반대가 나왔다.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확인했지만, 그후 5년이 지나서 실제로 백지화되었다. 
이것은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가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앙 정부가 핵발전소를 찬성하면 탈핵은 사실상 어렵다. 삼척은 탈핵희망도보순례를 통해서 전국의 탈핵단체와 유권자 운동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순례를 시작하여 촛불혁명을 거치며 탈핵에 대한 실천력이 높은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가 있었다. 2019년 6월 5일, 삼척핵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발표했다. 탈핵운동은 지역 운동과 전국 운동이 결합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삼척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활동에 대한 백서 발간 계획이 있는가. 삼척에서 이후 계획은?

삼척시 차원에서 핵발전소건설백지화기념사업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삼척핵발전소백지화기념탑을 세운 적이 있지만, 제대로 기념을 못 해서 세 번째 핵발전소 반대 싸움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이 있었다. 유치 신청을 못 하도록 그때 제대로 기념을 해야 했다. 조례 제정을 통해 예산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기념탑 근처에 기념관이 건립되면 투쟁 당시의 현수막 등 투쟁 유물도 보관ㆍ전시될 예정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독일에서는 연합 정부를 결성하고 탈핵을 당 정책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탈핵을 위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고하게 탈핵을 당내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탈핵 정책은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통해 구체적인 탈핵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탈핵 운동이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을 통해 탈핵 진영에서 요구해야 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