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우체국 앞, 집배노조와 우정노조 조합원 공동 피켓팅 모습. 사진 집배노조경주지부.
△ 경주우체국 앞, 집배노조와 우정노조 조합원 공동 피켓팅 모습. 사진 집배노조경주지부.

2018년 집배원 사망 인원은 25명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이 숨졌다. 노동조합은 “죽도록 일하게 해 결국 죽도록 만든”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를 규탄했다. 

오는 9일 총파업을 앞둔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요구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과 ‘집배 인력증원’이다.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량은 산재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집배노조칠곡지부 김상열 조합원은 말했다.

“5초 동안 심장이 뛰지 않았어요. 빌라 2층에 바쁘게 올라갔다가 잠시 멈췄는데 심장에 통증이 왔어요. 심장을 주먹으로 치면서 뛰어 내려왔어요. 바로 근처 작은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라고 해서 119구급차를 불렀어요. 심장에는 이상이 없대요. 집배원 일한 지 15년쯤 됐어요. 시간에 쫓기는 일을 장시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도 약 없으면 불안해요. 아침저녁으로 약 먹고 있어요. 갑자기 통증이 오면 오토바이 세워두고 약 먹어요. 약 세 첩을 한 번에 먹고 한 시간 있다가 일 시작해요. 심장약이 아니라 신경안정제에요.” 

동료들은 “선배가 신경안정제 복용한 지 10년이 넘었다. 옛날에는 한 시간이면 배달했는데 요즘은 1시간 반쯤 걸린다”라며 “너무 늦으면 항상 확인 전화하고 퇴근한다”고 했다.

 

집배 노동자의 집무 스트레스
△ 집배 노동자 1만5321명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평가 결과 자료. 집배 노동자의 집무 스트레스가 직무요구, 물리환경 등 다수 항목에서 공공서비스 노동자나 소방공무원 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료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 및 개선 방안(2018)>. 
△ 집배노조 김상열 조합원이 10년 이상 매일 복용하는 신경안정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배 노동자들의 심장 및 뇌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 폭식은 질병 유발의 원인이다. 불규칙한 식습관은 ‘위ㆍ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계 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배노조칠곡지부 이현규 조합원은 시간에 쫓겨 점식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일상을 전했다.

“점심 먹는 날이 옛날엔 한 달에 한두 번이었어요. 그땐 3분 만에 밥 먹었어요.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점심밥을 먹으니까 숨통이 트여요. 밥 먹고 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면 15분이에요. 하루 휴식시간이 2~30분이에요. 보통 3시에서 3시 반 사이에 밥 먹어요. 편의점 가서 김밥이나 햄버거 먹거나. 식당에 음식 주문해 놓고 ‘한 바퀴 돌고 와서 먹을게요’, 그러고 30분 후에 와서 식사해요.” 

2018년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우편업은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2019년 7월 1일부터 주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서 발표한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 및 개선 방안(2018)’ 자료에 따르면 일터에서 집배 노동자의 평균 체류 시간은 1일 11시간 이상이다. 집배 노동자 71.6%는 1일 업무량이 8시간 이내에 처리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과중한 업무량과 ‘겸배제(兼配制)’는 노동자들의 병가 사용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이윤한 민주노총 집배노조 경주지부장은 말했다.

“질병이 있지만 동료에게 미안해서 연가를 못 써요. ‘겸배제’ 때문에 동료들이 제 몫까지 배달을 해야해요. 대장에 구멍이 나서 병원 다녀오겠다고 해도 못 가게 해요. 병이 노출되어 있어야 해요. 속병은 인정 안 해요. 뇌출혈도요. 보면 멀쩡해 보이니까, 일하기 싫어서 그러냐고. 연가를 쓰려면 며칠 전에 보고해야 해요. 갑자기 아파서 병가를 쓰려고 얘기하면 ‘어제 술 먹었겠네, 나와’ 그래요. 현장에서 뛰다가 아파야 인정해요. 한 명이 죽으면 가정 파탄이 나요. 3~40대 가장이 죽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소방관·경찰관이 죽으면 순직 처리가 되지만, 집배원은 자기 몸 관리 못 했다며 순직, 산재처리도 거부해요. 이런 환경을 바꿔야 해요.”

 

△ 근무 중 ‘쇳덩이’에 부딪혀 골절상을 입은 집배 노동자가 깁스한 손으로 일하는 모습. 다쳐서 부은 손으로 며칠 동안 일하다 동료의 권유로 주말에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다. “겸배제”로 인해 팀원이 연가를 쓰거나 출근을 못하면 다른 동료들이 그의 몫까지 배달해야 한다. 아파도 ‘미안해서’ 병가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이다. 사진 집배노조경주지부

인구증가율의 ‘완화’에도 집배 노동자의 업무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대수 증가율은 14.2%로 17개 모든 광역시·도에서 상승했으며, 이는 곧 ‘배달점’의 증가로 이어진다. 우편물 배달량이 많아지면 이동 거리가 늘어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현규 조합원은 말한다.

“산간에 폭설로 차량이 통제돼도 집배원은 통과해요. 목숨 걸고 올라가요. 시골은 택배차가 못 가요. 택배 물품을 오토바이에 전부 다 실어서 가요. 절에 배달 가다가 무게가 많아서 두 번 넘어졌어요. 내려올 때는 오토바이 끌고 내려왔어요.

개발되는 만큼 충원이 안 돼요. 사람이 안 들어와요. 경산이나 대구혁신도시 쪽은 개발되는 도시라 집배원들이 죽어날 거에요. 충원이 안 되니까요. 2천 명은 충원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창구는 바빠지면 서로 대타가 되죠. 내가 가는 동네는 나밖에 모르니까, 아파도 대타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요. 아무도 그 동네를 다 몰라요. 자기 동네 외우기도 힘들어요. 한 집 주소가 네 개예요. 행정 주소가 바뀌어도 계속 그 주소로 보내는데, 아니까 반송 못 하고 배달하죠. 반송하면 민원이 들어와요. 주로 광고우편, 고지서, 택배…. 배달 시간만 6~7시간 정도 돼요.”

우정사업본부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동안 죽음에 이르게 하는 중노동에 신음하던 집배 노동자들이, 역사상 최초의 총파업을 선포했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쟁의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4.38%에 찬성률 92.87%로 파업이 가결되었다. 

총파업에 앞서 오는 6일 집배노조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토요 택배 완전 폐지’와 ‘정규인력 증원’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우정노조 역시 같은 날 ‘토요배달 거부’와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

 

△ 우체국 앞에 걸린 현수막. 토요집배 폐지와 집배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7월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1958년 3월 설립된 ‘대한체신노동조합’이 최초이다. 현재 한국노총 소속인 전국우정노조의 전신이다. 노동조합의 역사는 올해로 61주년을 맞지만,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여전히 제자리다. 

“물류 과장이 바른 소리 하는 사람 있으면 한 달 내내 오 배달을 찾아요. 경위서 2~3개 쓰면 징계 대상이 돼요. 징계받으면 객지로 발령 나서 주말부부가 되거나, 진급에서 불이익이 생겨요. 그래서 표적 감사를 제일 무서워해요.”

경주우체국 앞. 아침 7시부터 8시 반까지, 저녁에는 6시 10분부터 7시 10분까지 집배노조와 우정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피켓팅을 한다. 이윤한 집배노조 경주지부장은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고, 다치고 쓰러지기 전에 조합원들이 해보자고 했다. 두 노조가 같이 피켓팅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합원들도 함께해서 좋다고 한다. 지금 현장이 너무 힘들다. 이런 상황을 후배들에게 되물리지 않겠다, 그게 노조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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