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무산되었지만… 집배 노동자 죽음 막기 위해 활동할 것”
“총파업 무산되었지만… 집배 노동자 죽음 막기 위해 활동할 것”
  • 김연주
  • 승인 2019.07.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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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국우정노동자 결의대회. 사진 집배노조.

집배노조 경주우체국지부 손용걸 조합원은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재생을 누른다. 영상에서 여섯 살 딸은 “아빠, 서울 가서 열심히 하고 와. 투쟁”이라고 인사했다. 민주노총 가입 후 처음 참여한 집회였다. 

6일,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 주최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우정노동자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경북지역에서는 집배노조 조합원 8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에서는 5년 동안 숨진 동료 101명의 죽음을 기억하며 조합원 101명의 삭발식이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집배노동자들이 외치는 ‘총파업 반드시 사수’, ‘정규인력 증원’, ‘토요택배완전폐지’ 구호가 청와대 앞을 메웠다.

손용걸 조합원은 “우정노조 때도 집회를 몇 번 가봐서 설레임이 없을 줄 알았다. 그때는 목적달성의 뜻도 없이 머릿수만 채우는 느낌이었다”며, “이번 집회를 가보니 내가 여기서 외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소수노조라서 더욱 이를 악물고 어용노조를 몰아내고, 우본(우정사업본부)의 횡포에 맞서야겠다는 투쟁심이 극에 달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 노조 조합원 93%가 찬성한 9일 총파업은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의 파업 철회로 무산됐다. 

파업 철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8일 집배노조는 “우정노조가 전조합원의 파업 열망을 짓밟았다”고 규탄하며, ‘토요 택배 유지’ 및 ‘특수고용 위탁 택배기사 증원’ 등 사용자 측 합의안을 수용한 우정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파업 철회로 집배 노동자들이 정상 출근한 9일, 경주우체국에서 집배노조 권용국 조합원을 만났다. 그는 다친 손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터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앞서 권용국 조합원은 6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우정노동자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하여 101명 삭발식에도 동참했다.
△ 파업 철회로 집배 노동자들이 ‘정상’ 출근한 9일, 경주우체국에서 권용국 집배노조 조합원을 만났다. 그는 다친 손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터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앞서 권용국 조합원은 6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우정노동자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하여 101명 삭발식에도 동참했다.

집배노조 다수의 관계자는 “우정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뜻에 반하여 파업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면서 무노조를 택하거나, 집배노조로 가입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8일 우정노조를 탈퇴하고 집배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A씨는 “찬성이 이만큼 나왔는데 왜 파업을 안 하나. 단 하루도 투쟁 못 하는 노조가 무슨 노조인가”라며 “파업 철회 발표를 듣고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가 변했고, 현 정부가 ‘사람 중심’을 말하지 않나. 과로사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큰 거 바라는 게 아니다. 일 압박감 좀 덜고, 인력 충원하고, 겸배 문제 해결하자는 거다. 우리도 가정이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 볼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집배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B씨는 “이번 파업에 엄청 기대했다. 우정노조는 액션만 취했다. 조합원을 배신했다”고 비판하며, “허망하고 일할 맛이 안 난다. (노조 활동을) 몸으로 해보고 싶어서 집배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우정노조가 수용한 정부안에 대해 김호열 집배노조 경산지부장은 “합의안으로 발표한 위탁 택배기사 증원도 결국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를 더 늘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소포, 택배 일부 물량이 감소하겠지만 우편이나 등기 물량은 줄지 않는다. 예산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동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집배노조는 우정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을 노동위원회에 요구하고, 교섭권 박탈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토요 택배 폐지와 ‘집배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한’ 정규인력 증원 등을 위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