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마을대책위, “반복되는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유린 유일한 대안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 요구
경주시청 항의방문 끝에 주낙영 시장·이영석 부시장 면담 성사
“가해자 분리 즉시 조치 및 대책위와 탈시설·자립생활 대책 논의” 합의

 

△푸른마을대책위·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소속 참여자 50여 명이 ’반복되는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유린, 이제는 끝내야 한다! 경주시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유린 사태 해결과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푸른마을대책위·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소속 참여자 50여 명이 ’반복되는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유린, 이제는 끝내야 한다! 경주시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유린 사태 해결과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최근 10년째 경주 시내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유린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가운데, 지역 장애·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주푸른마을인권침해사건진상규명대책위원회(이하 푸른마을대책위)가 경주시를 강하게 규탄했다.

7월 26일 오전 11시, 푸른마을대책위는 경주시청 앞에서 “경주시 장애인인권유린 사태 해결과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가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유린사태 해결에 책임지고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푸른마을대책위와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소속 50여 명의 참여자가 함께했다.

이날 발언자들은 시설 현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탈시설·자립 생활 대책 마련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배예경 공동대표는 “10년 전 A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던 14살의 장애청소년이 약물 과다 투여와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반복하다 세상을 떠났고, 작년 또 한 분의 장애인이 비슷한 사유로 사망했다. 올해 B장애인시설에서 또 인권유린 사건이 터졌다”며 “더 이상 보호라는 명분으로 사람의 인권을 짓밟지 말라. 경주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립 생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윤해수 공동대표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목숨 걸고 싸운 결과”라며, “우리 요구는 특별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비장애인이 누리고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경주시는 방임 및 학대 시설에 즉각 대응하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김종한 공동대표는 “A장애인시설 재판 당시, 장애인 거주인이 죽었는데도 당사자에 대한 내용은 어디 가고 시설 비리만 다뤄졌다”고 꼬집었다. 또한 “신라가 신분제도인 골품제의 한계를 뛰어넘고 어릴 때부터 차별 없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삼국통일의 힘인 화랑도 정신이었다. 그런 신라가 왜 망했는가? 화랑도가 어지러워지고, 부패해서 망하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우리가 직접 경주시장을 만나 장애인시설 부정부패 척결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정책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예경 공동대표, 윤해수 공동대표, 김종한 공동대표, 송정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경산시지회 사무국장, 김성열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송무근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지부장.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예경 공동대표, 윤해수 공동대표, 김종한 공동대표, 송정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경산시지회 사무국장, 김성열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송무근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지부장.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익제보 이후 해고된 시설 노동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의 송무근 지부장은 “내부 공익제보와 잘못된 시설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힘든 결정의 대가로, 지난달 제보자가 해고되어 해고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해고가 예정된 남은 조합원 두 분을 격려해달라”며 발언을 열었다.
 
송지부장은 “지난주 B시설 원장이 불구속으로 검찰에 사건 송치되었다고 들었다. 가진 것 없는 노동자, 서민, 민중이 절박한 생존권 투쟁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구속되던 사례에 비하면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규탄했다. 

또한 “장애인수용시설은 장애인을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가정과 단절시키는 창살 없는 감옥일 뿐이다. 시설 정상화와 탈시설 과정에서 조합원의 고용은 지켜져야겠지만, 우리가 탈시설을 함께 할 수 없다면 똑같이 차별받으면서 더 낮은 곳을 외면하는 집단이 될 뿐”이라며, “(탈시설은) 재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 노동자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참여자들은 경주시장실이 위치한 본청 2층으로 집단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지난해부터 경주시장 면담을 지속해서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경주시장이 면담에 응할 때까지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을 경주시 측에 전달했다. 약 20여 분간의 항의 끝에, 주낙영 경주시장 및 이영석 부시장 간의 면담이 성사되었다. 면담은 영상회의실에서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이 '시설수용은 이제 그만!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를 약속하라', '시설 인권침해 철저히 조사하고 범죄시설 폐쇄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경주시장실 앞 복도에서 항의중인 모습.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참여자들이 ‘시설수용은 이제 그만!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를 약속하라‘, ‘시설 인권침해 철저히 조사하고 범죄시설 폐쇄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경주시장실 앞 복도에서 항의중인 모습.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이날 면담에서 대책위 측은 “경주 장애인 거주 시설 5곳 중 3곳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다. 비슷한 경북의 기초단위인 구미시의 경우 시가 시설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경상북도에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탈시설 논의까지 진행하고 있다. 경주시에서 시설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조치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책위는 ‘▲시설장에 의한 폭행이 명확하게 드러난 B시설 가해자 즉시 분리 및 강력한 행정처분 조치, ▲범죄시설 이사진 전원 해임 및 공익이사진 구성, ▲수용시설 정책이 아닌 탈시설·자립 생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주 시장과 이 부시장은 대책위와의 협의 끝에, ▲B시설 가해자 즉시 분리 및 조치 결과를 대책위에 공개, ▲사법처분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행정처분 진행, ▲대책위 측과 협의체 구성 및 시설 현안을 비롯한 탈시설·자립생활 대책 논의 등을 약속했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기자회견 참여자 간 면담 진행 모습@푸른마을대책위
△ 주낙영 경주시장과 기자회견 참여자 간 면담 진행 모습.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한편, 경주시가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고자 시행된 ‘경주시민청원’의 첫 성립 청원이 ‘장애인수용시설 문제 해결’ 요구 건으로 채택된 가운데, 면담결과와 성원 내용에 대한 향후 경주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배예경 지부장은 “시설 현안을 단지 문제 수습 선에서 그치지 않고, 탈시설·자립 생활 권리 보장의 방향에서 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면담결과는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또한 “오늘 면담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경주시는 지금껏 사법처분 결과가 있기 전에는 조치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며, 사실상 수용시설 정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입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이 시설로 가지 않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의 조성은 결국 경주시 권한이나 법의 문제가 아닌 경주시 의지의 문제”라며 “이후 협의를 진행하며 탈시설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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