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문화유산답사기(3)

이 계절은 별스러울것 없는 한적한 시골의 어느길을 가더라도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져있다. 이런날들을 그냥 흘려 보내는것은 아름다운 이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만 같았다.

일단 라이딩 하기전 목적지를 정하는게 먼저일것 같아서 구미문화유산 지도를 펼쳐보았다. 이곳저곳 뒤지던중 국보 제130호로 지정된 죽장리 오층석탑이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문화유산마다 고유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기에 우열을 가리는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이겠으나 국보급 유물이라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였던것이다. 


                                                ▲국보 제130호로 지정된 죽장리 오층석탑

죽장리오층석탑은 서황사 경내(구죽장사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서황사는 선산읍내에서 선산IC방향으로 약2km를 가다가 죽장1리에서 우회전한 후 약 1km를 더 올라가면나온다. 구미에서 구미보와 선산읍내를 거쳐 이곳까지 이르는 길은 대부분은 평지이지만 절입구 약 1km 가량은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경사도는 완만하기에 초보자가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을것으로 보였다.



​서황사의 경내로 들어서면 단연 눈에 띄는것은 역시 죽장리 오층석탑이다. 5층석탑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높이가 10M에 이른다. 일제가 약탈해간 상륜부까지 더한다면 탑의 규모는 더욱 크게 느껴졌을졌을것 같다. 이 탑은 규모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 있기에 남성성이 드러나지만 통일신라(남북국)시대 석탑의 우아하고 정제된 아름다운 기품 또한 흘러 여성성 또한 가진것으로 느껴졌다.

선산군 해평면 낙산리에는 통인신라(남북국) 시대에 만들어진 3층석탑이 있는데, 죽장리 오층석탑과 연관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두 남매가 살았는데, 서로의 재주를 자랑하다가 누가 먼저 탑을 쌓는지 내기를 했다고 한다. 누이는 죽장리에서 오빠는 낙산리에서 석탑을 쌓기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아들을 몰래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누이가 먼저 웅장한 오층탑을 세워 이겼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드러난 여성성은 바로 전설속 이야기에 기인한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황사의 대웅전은 근래에 건축된것으로 초록의 넓은 잔디밭 뒷편에 단아하면서도 위엄있게 서있어 죽장리오층석탑과 조화로워 보였다.


 


<<낙산리삼층석탑>
​죽장리오층석탑(구미시 선산읍)은 누이가 낙산리삼층석탑(구미시 해평면)은 오빠가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탑의 밑바닥인 기단 부분은 18매의 잘 다듬은 돌을 지면 위에 쌓고, 그 위에 상하2중의 기단을 마련하였다. 일반적인 석탑의 몸돌에서 볼 수 있는 모서리에 새겨진 우주가 없고, 탑의 상층기단은 우주와 탱주를 판석과 결합하여 제작한것이 이채롭다.

1층 몸돌의 남쪽면에는 탑의 규모에 걸맞는 가로 66cm, 세로 107cm의 커다란 감실이 마련되었는데, 감실의 내부는 밖에서 보는것 보다 더 넓고 높아 내부의 불상이 편안해 보일정도였다. 감실에는 문을 고정하기 위해 파놓은 작은 둥근 구멍이 남아있다. 
   

 


이 탑의 지붕돌 경사면이 층단을 이루는 형태는 전탑(벽돌탑)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양식적으로는 해평면 낙산리 삼층석탑, 의성 탑리 오층석탑, 빙산사지 오층석탑과 비슷한 모전석탑으로 볼 수 있다.  





죽장사지에서 발굴한 주춧돌들이 탑 주변에 정렬되어 있는데 주춧돌들의 크기와 수량으로 천년전 옛 죽장사의 규모를 상상해 보았다.
 한 낮 더위가 너무나 힘든 하루 그날, 장중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죽장리5층석탑과 마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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