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배진교를 만나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배진교를 만나다
  • 박지영
  • 승인 2019.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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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삶 속의 평범한 이웃으로 살고 싶다 

이성애자가 누리고 있는 그 평범함

위급 시 병원 응급실에서 내 파트너가 법적 보호자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평범함을 위해 싸우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 대구퀴어문화축제 배진교 조직위원장

2009년 1회를 시작해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여는 사람, 원하는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 배진교를 만났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 6월 28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렸다. 주최측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했고, 경찰 1,000여 명이 배치되었다. 건너편에는 반(反)동성애 기독교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1회를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이했고, 2009년 대구는 서울에 이어 지방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이날은 1년 중 364일 동안 편견과 낙인, 차별로 억눌린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유를 만끽하는 해방의 날이다. 올해는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인 스톤월 항쟁 50주년 되는 해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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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굿즈 이미지. 스톤월 항쟁을 표현했다. 1969년 6월 28일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의 작은 게이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 뉴욕경찰이 급습하여 마구잡이식으로 동성애자들을 체포했다. 이를 계기로 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스톤월 항쟁’이 시작되었다. 이후 해마다 6월전 세계 각지에서 성소수자들의 투쟁과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은 ‘게이프라이드 행진’이 진행된다.

배진교는 2014년, 2015년 축제를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손꼽는다.

2014년 대구시설관리공단은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2.28기념공원 사용을 불허했다. 조직위는 국가 기관의 부당함에 공식적으로 맞섰고,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는 일부 기독교 단체가 처음 등장했다.

2015년 대구 중구청은 시민과 충돌을 이유로 동성로 야외무대 사용을 불허했다. 시민단체와 연대 시위하여 무대 사용을 최종 승인받았지만, 동성애 반대 기독교 단체는 인분을 투척하고 차량 밑으로 들어가 퍼레이드를 방해했다. 그들의 집단적인 방해 행동은 대구 시민들에게 퀴어문화축제를 알리며 회자되었고 오히려 흥행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혐오 표현에 대한 반발과 그에 대한 처벌로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었다. 그해 ‘불어라 변화의 바람~’이라는 슬로건처럼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변화의 불을 활활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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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2016년 대구퀴어문화축제 포스터

전국 최초, 경찰 대상으로 성소수자 인권 교육

2018년 반동성애 기독교 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조직적 방해를 시도했다. 집회 시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무리 지어 다니며 혐오 표현으로 참가자들을 위협했고 퍼레이드 진입로를 막았다. 경찰 800여 명이 현장에 있었으나 어떤 경고나 저지를 하지 않았고 불법행동을 묵인했다.

2018년 대구중부경찰서는 대구 퀴어 행사와 관련한 인권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었다. 국가인권위는 ‘적법한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제3자의 집회 방해로 인해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표명을 제시하고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배진교는 말했다.

“경찰과 축제조직위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축제를 위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왜 퀴어문화축제를 하는지, 왜 우리가 같이 여기에 서야 하는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경찰에게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실시한 것은 전국 최초이다. 대구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이 바람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 대구중부경찰서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 교육

2019년, 11회 축제 당일 비 소식이 있었고 조직위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전국 9개 지역에서 진행되는 퀴어문화축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축제를 위해 1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축제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대로의 축제다. 비가 오면 야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안전사고 예방과 진행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 옳다. 연기는 생각하지 말자.”

배진교는 느린 진부함보다 앞서가는 무모함을 선택했고, 강행했다.

 

인권의 확장성을 힘으로 큰 판을 벌이는 대구퀴어문화축제

많은 시민의 자발적 활동 참여와 역량, 힘이 축적되어 축제는 이루어진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퀴어 인권만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결합하는 많은 단체에서 청년, 알바노조, 여성노동, 장애인 등 다양한 고민과 의제들을 가지고 나온다. 올해는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등 47개로 조직위가 구성되었다.

개인의 커밍아웃은 사회적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며, 지역은 몇 배의 용기를 내야 축제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다. 대구문화퀴어축제를 위해 유학 중 캐나다에서 일시 귀국하는 학생도 있다. 다양한 성별, 연령, 계층의 사람들, 소중하고 귀중한 인연들이 모여 해마다 다른 그림을 그리며 11회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2019년 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
△ 2019년 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배진교는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연대의 힘과 운동성을 자랑한다. 성소수자 당사자들만의 문제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관계의 힘이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한 인권 교육”

배진교는 소우주 성문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며 학교에서 성인권 강의를 하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2015년 무지개인권연대를 만들었다. 현재 회원 30명, 활동가 5명이며 성소수자와 엘라이(성소수자는 아니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앞으로의 활동에 관하여 배진교는 말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관련 법을 제정하는 것과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음은 인권 교육이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한 인권운동으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 2018년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