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지역 대학 일제히 개강, 추석 연휴 곧 다가오지만 ‘해결 기미 안보여’
30일부터 단식 농성 시작, “경산시 무능 행정 규탄” 투쟁 계속
3일 경산지역 시민사회 단체, ‘불법 쓰레기문제 방조하는 경산시청 규탄 및 경산시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

 

△ 30일, 경산환경지회 주최로 열린 경산시 규탄 기자회견. 사진 김연주.

경산지역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파업이 61일 차에 접어든 8월 30일, 민간위탁 업체 계약 해지와 직접 고용, 파업 사태 해결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 주최로 경산시청에서 열렸다.

이날 단식 농성을 시작한 최종현 경산환경지회장은 “오늘 오전 경산시장과 만났다. 파업 초기와 오늘, 시장 이야기는 같았다. ‘경산시는 책임 없다, 노사 문제다’라는 말뿐”이라며, “상복 투쟁도 단식도 처음이다. 죽을 각오로 경산시의 무능 시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식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른 직접 고용,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체 계약 해지, 대체인력 투입 중단과 파업 장기화에 경산시가 책임지고 해결에 나설 것을 경산시장에게 요구했다. 경산시가 책임을 다하도록 강도 높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종현 경산환경지회장이 파업 61일 차에 단성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 김연주.

 

“쓰레기 수거, 불법 부추기는 경산시” 

경산시는 지난 26일 소각장에 공문을 보내 “불법 쓰레기 여부를 상관하지 말고 무조건 받아서 소각하라”고 지시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쓰레기 수거 인원이 부족하자 경산시는 기존의 재활용품 배출 장소에 그물망 대신 마대 자루를 설치하여, 종류에 따라 재활용품을 구분하지 않고 재활용품을 생활폐기물과 함께 수집ㆍ처리하고 있다. 

또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체가 빠르게 쓰레기를 수거하려는 목적으로 청소차 후면에 발판과 손잡이용 봉을 설치했다. 작업자가 발판에 탑승하여 이동하도록 하면서, 노동조합은 대구고용노동청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자료 영상 https://youtu.be/_LYrX29p_OY)

청소차 발판 탑승ㆍ이동은 환경미화 노동자의 산재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사고와 부상을 유발하는 발판과 구조물의 설치 및 탑승을 금지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업체에 산업안전보건법(제53조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조치 등)을 위반하여 불법운행 중인 청소차의 발판과 봉 철거 및 해당 차량 운행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산시 생활폐기물 위탁 수집ㆍ운반업체인 S환경은 8월 28일부터, G환경은 29일부터 현재까지 5톤 청소 차량 각각 1대씩 운행이 중지됐다. 

 

△ 28일, 발판과 봉을 설치한 청소차가 운행 중이다. 사진 김연주.
△ 재활용품 및 폐기물 배출 구역에 플라스틱ㆍ캔 등 재활용품의 유형별 확인이 바로 가능한 그물망 대신 내용물의 구분이 어려운 마대자루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김기욱 경산환경지회 사무국장.

한편, 경산시가 파업 기간에 공무원이나 공공근로 작업자를 재활용품 및 폐기물 수거에 배치하는 등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한 혐의로 노동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노동조합은 “가로 청소를 담당하는 공무직원에게 대형 폐기물 운반ㆍ수거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 비전문 대체인력 불법 파견에 대해 문제 제기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산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8월 중순부터 쓰레기 수거 현장에 공무원 투입을 중단했다. 공공근로 작업자는 노동조합 항의가 있어 8월 초부터는 투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민간위탁 업체의 불법 행위에 경산시는 아무런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관계법령 위반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를 경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 합동평가자료에 따르면 환경미화노동자의 재해 발생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망은 18명, 부상 1,804명으로 재해 노동자의 54.8%(998명)가 외부 위탁업체 소속이다. 

전체 사망자 18명 중 15명이 차량 관련 사고로, 경북지역은 경기, 서울, 부산, 경남에 이어 다섯 번째로 재해율이 높다. 
 

2일 경산지역 대학 개강, 쓰레기 배출량 가장 많은 월요일과 겹쳐…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 곳곳 ‘쓰레기 몸살’

△ 개강일인 2일 월요일 오후 3시경, 영남대학교 인근 원룸 주택 밀집 지역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쓰레기 배출량이 많지만 파업 전에는 늦어도 낮 12시 이전에 수거 작업이 마무리됐다. 사진 김연주.

6월 말부터 8월까지 2달 남짓 동안의 하계 방학이 끝나고 9월 2일 경산지역 소재 대부분의 대학이 2학기 개강을 맞았다.

2일 월요일 오후, 영남대학교 인근 원룸 밀집 지역에는 수거되지 않은채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서 눈의 띄었다. 경산시 임당동에서 ‘ㅁ부동산’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환경미화 노조가 파업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2달 동안 쓰레기가 잘 치워졌는데 오늘은 그대로 쌓여 있어 이상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교 개강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경산시 자원순환과 백종일 팀장은 “해법은 사실 없다. 노동청에서 대체인력 투입을 못 하게 한다”며 “(생활폐기물 수거) 대행업체 인력으로만 꾸려가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까지 파업이 계속될 경우 예상되는 쓰레기 대란과 시민 불편이 우려되는 것과 관련하여 “30일 부시장이 업체 사장들을 만나 최대한 빨리 해결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다”라며, “시에서도 고심 중이다. 3개 업체(대림ㆍ성암ㆍ웰빙환경)가 노력해서 대란까지는 가지 않으리라고 본다. 불편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 상여와 피켓, 현수막을 들고 경산환경지회 조합원들이 경산 시내를 행진하는 모습. 사진 김연주.
△ 상여와 피켓, 현수막을 들고 경산환경지회 조합원들이 경산 시내를 행진하는 모습. 사진 김연주.

생활폐기물 불법 수거가 계속되자 경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3일 경산시청에서 “불법 쓰레기문제 방조하는 경산시청 규탄 및 경산시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 배출 및 수거 현장과 매립지 등을 찾아 집중 감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7월 1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노동조합은 경산시 무능 행정 규탄 상여 시위, 시민 선전전, 경산시청 앞 천막농성 등을 계속해왔다. 파업 60일 차를 맞은 29일에는 경산시청에서 ‘직접고용 쟁취 임단협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장식 경산시 부시장과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노동조합은 파업 참가자들의 ‘무노동ㆍ무임금’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 채권 발행과 투쟁기금 모금을 전개하며 파업 투쟁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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