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과 나의 행복할 권리는 다르지 않다
[인터뷰] 당신과 나의 행복할 권리는 다르지 않다
  • 박재희
  • 승인 2019.09.10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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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공동체 ‘브솔시냇가’의 이윤정 씨를 만나다

 

2017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사업이었던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및 정신요양시설 실태조사’의 경북지역 조사원으로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기회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라 불리는 곳은 종종 드나들었지만, 정신장애인요양시설을 집중해서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 시설과 폐쇄 병동이 합쳐진 듯 한 그곳은 대게 외딴 산골짜기 거대한 부지에 우뚝 서 있었다. 

개개인의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옷에, 똑같이 머리를 빡빡 밀고 있던 사람들, 문짝도 없이 화장실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창의 생활실,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마당에 나가 담배를 태우던 모습… 그때 알았다. 내가 쓰고 있던 화장품 로드숍 제품이 이곳에서는 포장되어 저렴하게 팔린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 지역에서 탈시설 운동을 하던 동료들은 고민에 빠졌다. 도무지 같은 세계의 풍경이라고는 믿을 수 없던 그곳의 사람들은 언제부터 거기서 살게 된 걸까? 정신장애인 요양 시설과 정신병원의 입퇴소만이 반복되는 삶이, 왜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듯 강요되는 걸까? 탈시설을 이들과 함께 그려갈 수는 없을까? 우리는 무수한 물음표에 대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고민을 키워가던 중, 포항에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돕는 공동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항시 남구에 있는 ‘브솔시냇가’는 정신장애를 가진 동료들이 서로 지지하는 공동체이자,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주간재활시설이다.

이곳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이윤정 씨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배우자 이야기만 나오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브솔시냇가를 만나 지금의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직장생활을 하기까지, 26번의 정신병원 입·퇴원. 이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30년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브솔시냇가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정 씨.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름은 이윤정입니다. 브솔시냇가에 나오게 된 지 10년이 되었네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 하나 이렇게 셋이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이는 올해 50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풀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에게 브솔시냇가를 소개해주세요.

브솔시냇가는 클럽하우스 모델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클럽하우스 모델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목표로 일상을 나누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나 읍 단위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은, 단순히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이 오셔서 낮 동안 같이 일상을 나누고, 일을 하며 서로 동료로 대하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서로 부를 때 똑같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같이 일을 해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낮 동안 동료들을 만나고, 일도 하는 공동체라는 말씀이네요.

일 중심 일과라고 하는데, 컴퓨터를 할 수 있는 분은 ‘브솔투데이’이라는 소식지도 쓰고, 쓰레기통이나 청소, 음식물 처리 같은 일도 나눠서 맡고, 가까운 지역의 봉사활동도 나갑니다. 무엇보다 다른 회사에 가서 취직을 하고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취업지원을 해요. 일을 하는 회원분들 중 80% 정도가 취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도 각자 맡아서 요리하기, 취직한 회원들에게 지지 전화 보내기 등 각양각색의 일을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활동이 많아요. 전 세계적으로 클럽하우스가 많이 있습니다. 해외에 가서 우리 사례도 알리고, 외국 활동가들이 우리나라 심포지엄에 오면 참석해서 배우기도 하고요.

3년 전부터는 한동대학교에서 하는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 양성교육도 듣고 있습니다. 동료지원가가 뭐냐면요, 예를 들어 인터뷰하는 박재희 씨가 조울증이 있고 내가 조울증이면 일반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사가 도와주는 것보다도 먼저 경험한 사람이 도와줄 수 있다는 개념이에요. 이제 교육은 끝났고 실습만 남았네요. 한동대, 위덕대, 제주도에는 강의도 나가고 있습니다.

 

△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해 강의 중인 이윤정 씨의 모습. 사진제공 이윤정.

정말 바쁘시네요! 여러 활동이 있지만, 브솔시냇가가 동료가 동료를 지지하고 같이 일을 나누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지인 중에 누가 아프거나 상을 당하면 병문안도 가고 상갓집 조문도 가잖아요? 그것처럼 우리는 동료나 가족처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회원분들 중 대부분이 취업해 있는 곳이 ‘히즈빈스’ 카페인데, 여기에 취업한 회원에게 지지 전화도 하고, 방문도 갑니다. 일이 너무 어려워 힘들지 않은가 살피고, 이런 일들을 회원들이 직접 합니다. 면접 볼 때 응원도 해주고 취업할 수 있는 회사 소개도 해주고요.

일은 크게 3가지 부서에서 나눠서 합니다. 회원지원부, 사무홍보부, 교육지원부가 있어요. 회원지원부는 말 그대로 회원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곳이고, 사무홍보부는 사무 자료 입력이나 소식지 발간, 홍보 관련 업무를 합니다. 교육취업부는 외부 봉사 인력을 통해서 교육을 열고 교육을 통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해요.

 

브솔시냇가의 뜻이 뭔가요?

브솔시냇가의 말 뜻은 성경에서 나왔는데요. 성경에 따르면, 다윗과 600명의 사람들이 전쟁터에 나갔는데, 싸울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싸우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중에 낙오한 사람들이 브솔시냇가에 머물렀다고 해요.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병사도 머물렀던 사람도 전리품이나 식량을 똑같이 나눈다고 합니다. 브솔시냇가 사람들이 뭘 했느냐. 전쟁에 나가서 승리하라고 기도했다고 해요. 같이 기도를 했기 때문에 같이 전쟁을 치른 겁니다. 거기서 따온 말이에요.

 

브솔시냇가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저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산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20살 때 조울증이 생겼고, 지금 나이가 50인데요. 정신병원만 26번 입·퇴원을 반복했어요. 20살 때 입원했을 당시의 상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정신장애인분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걸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나는 30년이 걸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빨리 회복이 되어서 직장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동료들을 지원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26살, 27살 때쯤,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할 때, 이대로 생활을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이 26번이지, 한번 입원하면 3개월 정도 있었어요. 그리고 퇴원 후에도 3개월 동안은 직장을 갖질 못해요. 약을 먹다가 땀을 많이 흘리면 약 기운이 빠져나가기도 하고, 일을 바로 하기 어려워 3개월 정도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정신장애는 겉으로는 식별이 힘들지만, 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다가 우연히 브솔시냇가를 알게 되면서 일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프러포즈를 해서 결혼도 했고요.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한껏 들뜬 표정으로 아내에게 프러포즈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프러포즈가 정말 로맨틱하네요(웃음). 브솔시냇가에 오신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조울증으로 우울하고 기분이 붕 떠서 어지러운 상태를 알기 때문에, (조울증을 가진) 다른 사람도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니 짜증을 안내게 됩니다. 나도 그렇게 아팠는데, 같은 사람들에게 짜증 낼 필요가 없고 싫은 내색을 안 하게 되는 것이지요.

동료니까 이해하게 되는 건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오면 스트레스받는 것이 없어요. 머리를 안 감았다 치면 머리 감으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밥을 흘리고 먹어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단 자유가 있는 겁니다. 

집에 있으면 ‘적’이 많아요. 하루 종일 집에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저 아들 어떻게 책임 지노, 저 상태로 있어서 앞날을 우예 살겠노” 하고 걱정을 합니다. 걱정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더 무거운 겁니다.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서 브솔시냇가에 와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고, 책 보는 사람도 있고, 청소하는 사람도 있고, 상담하는 사람도 있고, 아프면 왜 아프냐며 들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내용들을 다 듣고 할 때 마음이 풀리는 겁니다. 직접 밥해서 먹으니까, 내가 만든 밥 내가 먹는데 잔소리할 거 없습니다. 눈치 볼 게 없어요, 동료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니 동료의식으로 대하게 됩니다.

 

△ 브솔시냇가 개소 1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 발언 중인 이윤정 씨. 사진제공 이윤정.

브솔시냇가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재미있었거나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처음 여기 왔을 때, 사무국장님이 사무를 보고 계셨어요. 선물할 걸 가져가야겠다 싶어서 집에서 치약 50개를 가지고 갔는데요. 사무국장님이 덥석 쥐면서 고맙다며 받아 갔어요. 그때 처음으로 여기 발을 디뎠는데, 정신장애 2급으로 있으면서 의료급여 지원을 받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읍사무소에 가서 뭔가를 할 행정능력도 안되고… 그때 사회복지사분이 도와줬는데, 의료급여 필요하다면서 같이 항의를 했어요. 그때의 기억이 너무 고맙네요.

 

어머니가 손이 불편하다고 해서 

엄마를 부를 때 ‘장애인 엄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동료들이 생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나 편견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교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일반 사회에서도 벌어지는데, 정신장애인들을 편견이 있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귀신이 들렸다는 둥 하는 거 말이에요. 당뇨가 있어서 당뇨약을 먹는 사람들은 약 먹고 혈압체크하고 그렇게 삽니다. 그런 경우 약만 먹으면 된다고 보는데,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기도원에 데리고 가서 기도하고 며칠을 굶기고 하는 식인 거죠. 

조울증의 경우, 도파민이 호르몬 생성 작용을 하는데 조절이 안돼고 정상 분비되지 못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예요. 약을 통해서 조절하면 되는 일이지, 열흘 금식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편견들이 많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조현병인데 무당이 굿을 해서 귀신 쫓아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 사건이 비일비재합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을 안 하더라도, 약만 잘 먹고 내원 잘하고 상담만 잘 받아도 돼요. 잠 못 자고 ‘설친다’고 바로 병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면 강제로 가게 되지요. 끌려가거나 부모님이 119에 전화해서 강제로 입원시키는 안 좋은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요즘 사건사고 뉴스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나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시민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걸음걸이가 둔한 할아버지를 봤다고 쳐요. 버스 창가에서 봤는데, 집에 가보니까 자기 친할아버지인 거예요. 어머니가 손이 불편하다고 해서, 엄마를 부를 때 ‘장애인 엄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애인을 편견으로 안 바라볼 것 같아요. 사람을 바라볼 때 장애인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경북지역에도 장애인 인권 운동 단체가 있는데요, 아직은 정신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활동이 부족한 것 같아요. 지역 장애인 인권단체나 활동에 대한 아쉬움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실제로는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낫게 하려고 굿하지 마라, 우리는 신들린 사람이 아니다’라고 우리 입으로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가서도 ‘정신장애인은 사탄 마귀 안 씌었다, 약만 잘 먹고 생활 잘하면 된다’고 우리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임도 강제로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는 우리 사람들과 가족, 동료조차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료지원이나 솔직한 대화, 강의를 하고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박재희 씨도 지금 아픈 데 없죠? 내가 어떻게 보이나요? 정신장애가 심해 보이나요? 박재희 씨도 행복해지고 싶지 않으세요? (네, 행복해지고 싶어요.) 저는 오늘 저녁에 기도회 가서 박재희 씨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 거예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대통령 될 사람 따로 있고, 평생 힘들게 살아야만 되는 사람 따로 있는 것 아니잖아요. 비난하고 편견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신장애인도 정신장애가 있다고 해서 불행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일하는 곳에 오세요. 긴 시간은 못내도 더치커피 한잔 내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