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핵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 이주 요구하면 농성 5년 넘겨
월성 거주지 곳곳에 제한구역 표지판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시 양남면 월성핵발전소 정문 앞에 있는 나아리 마을 도로 곳곳에 빨간 선으로 ‘한수원 경계 부지’를 표시해 놓았다. 빨간 선에서 한 발 떼면 주민들이 사는 집이고, 한발 떼면 제한구역이다.

주민들이 사는 건물 바닷가 쪽 공원에는 ‘제한구역 알림’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했지만, 정자에는 마을 주민들이 쉬고 있으며 공원 안에 텐트까지 친 사람이 보인다. 월성홍보관과 봉길터널로(31번 국도) 사이에 있는 공원에는 제한구역 안에 시민들이 이용하는 궁도장까지 설치해 놓았다.

 

△ 한수원이 양남면 나아리 마을 도로에 표기한 ‘한수원 경계 부지’ 표시. 경계 부지 안쪽에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 발 차이로 주민이 제한구역에 맞붙어 살고 있다. ⓒ용석록 
△ 한수원이 표기한 제한구역 안쪽에 있는 공원에는 관광객들이 텐트까지 쳐놓고 쉬고 있다. ⓒ용석록

나아리 주민들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월성핵발전소에서 약 1.5km 거리에 있는 집수조를 통해 지하수와 표층수가 섞인 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지금은 수도 관로를 깔아 정수된 수돗물을 사용한다. 이미 알려진 사실처럼 나아리 주민 조사자 100% 모두의 몸에서 방사성물질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가 이주 요구 농성을 시작한 지 5년을 넘겼다. 이주대책위는 2014년 8월 24일부터 주민 30여 명이 대책위를 구성해 농성을 시작했다. 이주대책위는 처음 3년 동안은 매일 아침 한수원 출근 시간에 맞춰 이주 촉구 상여 시위를 했고, 최근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시위를 하고 있다.

 

△ ‘월성원전 인접지역주민 이주대책위’는 매주 월요일 아침 한수원 월성핵발전소 정문까 상여를 끌고 가는 집회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용석록

8월 19일 아침 이주대책위 상여 시위가 끝난 뒤 김진일 이주대책위원장과 황분희·김해준 부위원장을 만났다. 김진일 부위원장은 그동안 이주 관련해 국회의원이 법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진척이 없다며 갑갑해 했다. 김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한 결과 주민 70%가 이주를 원하고 있으나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제한구역인 914미터까지는 이주시켜야 하고, 915미터부터는 안전한 것이냐”며 나아리와 나산마을 곳곳을 안내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과 상가들이 제한구역과 맞붙어 있어 사고 시 주민들이 겪을 수도 있는 피해가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월성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삼중수소와 각종 방사성물질은 주민 건강을 일상적으로 위협한다.

김진일 위원장과 김해준 부위원장이 사는 양남면 나산4길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생기면서 각종 피해를 보고 있다. 나산마을회관과 이어져 있던 나산4길은 봉길터널로 연결되는 도로 건설로 인해 마을이 고립됐다. 도로 건설 이후 자연녹지로 묶여 재산 피해까지 보고 있다. 주민 거주지 울타리에 제한구역 표지판도 바짝 붙어 있다.

김해준 부위원장은 “살아가면서 내 생명, 재산, 자식 모두 피해를 보고 있으니 살아가는 낙이 없다”고 했다. 한수원은 월성핵발전소 건설할 때 지역 발전이 되고 잘 살게 될 거라고 선전했지, 주민들은 재산과 건강 모두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주대책위는 9월 21일 농성 5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안전법은 제한구역 설정을 원자력 시설로부터 560미터, 700미터, 914미터로 발전소마다 각각 정해 놓았다.

 

 

글ㆍ사진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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