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이주노동자 질식 재해 사망, “철저한 진상 조사ㆍ재발 방지하라”
영덕 이주노동자 질식 재해 사망, “철저한 진상 조사ㆍ재발 방지하라”
  • 김연주
  • 승인 2019.09.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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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1시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이하 포항고용노동청)에서 ‘영덕 오징어가공업체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추석 연휴를 앞둔 10일, 영덕군 A업체에서 청소 작업을 위해 깊이 3M 수산물 폐기물 탱크에 들어간 노동자가 질식으로 쓰러졌고, 이후 구조에 나선 노동자 세 명까지 연이어 가스 질식으로 사망했다. 숨진 노동자는 한국인과 결혼한 딸이 있는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 1명과 태국 국적 노동자 3명 등 총 4명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이하 이주연대회의)와 산재사망 유족은 ▲사고가 일어난 A업체 사업주 엄중 처벌, ▲모든 유독가스 배출업체 전수조사 및 안전 설비 구축, ▲이주노동자 자국어 노동안전교육 의무화, ▲고용허가제 폐기 등을 요구했다. 

작업을 지시한 A업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명시한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이나 호흡용 보호구 지급, 구조용 삼각대 구비 등의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좌철석 포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김용균의 사망 이후 많은 법안이 제정되었지만, 올바르게 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라며 “철저한 조사와 사업주 처벌, 엄격한 법 적용으로 노동자의 사망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 결과 황화수소가 3000ppm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500ppm이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양”이라 언급하며, 이번 사망사고는 “예고된 살인”임을 주장했다. 

 

△ ‘황화수소 농도와 인체 영향’. 밀폐공간 작업 질식재해 예방 종합매뉴얼(고용노동부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7) 이미지 자료 갈무리.

이어, 2016년 경북 고령 제지공장과 2017년 경북 군위 양돈 농가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질식 사망사고 이후 ‘노동부의 안이한 대책’으로 또다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밀폐공간 질식 재해 사망률은 51%로 일반 사고성 재해 사망률 1.2%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질식 재해 사고는 2인 이상의 구조자가 동시에 사망 혹은 부상당하는 사례가 많아 내부 공간의 안전 확인이 어렵거나 호흡용보호구가 없는 경우 반드시 119 구조대에 연락하도록 고용노동부 메뉴얼에서 밝히고 있다. (밀폐공간작업 질식재해 예방 종합매뉴얼, 고용노동부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7)  

그러나 A업체 사업주가 사고 당시 노동자들에게 직접 구조를 지시하면서 세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40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긴급상황 대응을 위해 ‘밀폐공간 작업 노동자에 대한 비상연락체계 운영, 구조용 장비의 사용,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의 착용, 응급처치 등에 관한 훈련을 6개월에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희생된 베트남 노동자의 딸 김지호 씨는 “한국은 발전한 나라다. 보호장비 하나 없이 짐승도 못 들어가는 곳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회사에서 보호장비를 지급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선희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주연대회의와 유족은 포항고용노동청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경태 지청장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돌아가신 네 분의 명복을 빈다. 이 사건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히 수사ㆍ조치하겠다. 수산업체 대표자 안전 교육을 시행하고, 이주노동자 자국어 안전 홍보물 배포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노총은 “위험한 노동은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있다며 “정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은 0.18%, 이주노동자는 1.16%로 6배나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제조·건설·농축산어업 등으로 취업 분야를 제한했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하고 취약한 지위를 악용해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은폐해 왔다”며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했다. 

숨진 태국 노동자 3명의 유족은 사업주와 보상금 지급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18일 시신을 화장한다. 이주연대회의는 “사업주가 유족에게 합의금으로 2천만 원을 제시하고, 돈을 더 달라고 하면 차라리 감옥에 갈 거라며 태국 노동자의 유족에게 합의를 강요했다. 영장 발부 시점에 사업주의 신병을 이유로 경찰과 노동청의 조사마저 중단된 상태”라며 “사업주는 애도와 반성조차 없었다. 노동부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