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동대에 ‘반기문 글로벌 교육원’이 지어졌다. 84억 원이 투입된 건물은 1,300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개원식에서 한동대 총장은 말했다. “반기문 글로벌교육원을 통해 이웃의 필요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반기문 교육원의 핵심 가치 중에는 ‘극심한 빈부 격차 및 불평등 해결’이 있다. 교육원이 지어진 한동대가 동성애자 ‘이웃’을 ‘반대’한다고 선언하고,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고 학생을 무기정학 시킨 학교라는 점만 빼면 훌륭한 말들이다.

 

ⓒ한동대학교 홈페이지
반기문 글로벌 교육원 ⓒ 한동대학교 홈페이지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교육원의 이름에 ‘반기문’이 붙은 것이다. 반기문과 한동대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2010년, 당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국제단체에서 한동대는 오랜 기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동대 전 총장이 한국 회장을 역임하고, 산하단체에서 한동대가 허브 기관으로 선정되는 식이다. 이후 반기문은 한동대에 지진 피해 복구 성금을 기부하거나 특별강연을 가기도 하였으며, 올해에는 한동대에서 명예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한 일간지에서 한동대 전 총장은 “세계 이끌 제2, 제3의 반기문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리하면, 글로벌 대학을 표방하는 한동대에게 반기문은 롤모델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한동대는 반기문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는 괴롭힘당하는 게이 소년과 나란히 서겠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트랜스젠더 여성과 비열한 성적 공격을 당한 레즈비언들과 나란히 서겠습니다. (…)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겠지만, 저는 LGBT인 이들이 어떤 위협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것입니다.”

굳은 결의가 담긴 연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반기문이다. 한동대가 존경해 마지않는 그는 UN 사무총장 임기 동안 성소수자 인권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임기 마지막 연설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소개했다. 여러 공식 석상에서도 그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그리고 꾸준히 드러내 왔다. 

 

ⓒUN
2016년, 반기문은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지속적 노력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며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 UN

2014년 반기문은 모든 유엔 구성원들에게 동성애 혐오를 벗어날 것을 경고하며 유엔 전 직원의 동성혼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유엔 회원국인 우간다에 대해서도 “동성애 처벌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2015년 미국에서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을 때도 그는 “미국 인권을 진전시킨 거대한 한 걸음”이라고 말하며 “역사적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UN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던 2016년에는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반기문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성소수자 인권 옹호’를 꼽기도 했다.

반면, 한동대는? ‘동성애 반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17년 한동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학교 차원에서 ‘반동성애’ 인사들을 초청해 대규모 강연을 매 학기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재학생을 무기정학 시켰다. 징계가 부당하므로 취소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마저 가볍게 무시하고, “사회적 폐해를 주는 동성애”라며 인권위를 규탄했다. 심지어 최근엔 재학생들의 결혼과 다출산 문화를 장려하는 센터를 만들면서 “조혼이 창조 질서에 맞는 삶”이며 “요즘 낙태도 쉬워졌고 동성애도 일어난다”며 이를 해결하자는 ‘조혼․다출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동대는 반기문의 어떤 모습을 닮고 싶은 걸까. 한국 최초 UN 사무총장이란 타이틀?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명성? 물론 임기가 끝난 뒤 반기문의 한국 행보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사무총장 시절 그의 활동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명확히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듭시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하면, 현재 학교는 ‘반기문 글로벌 교육원’을 포함한 신축 건물 세 동에 청소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 다른 건물의 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속셈이다. 기존 노동자들은 안 그래도 높은 업무 강도에 건물 세 개의 노동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한동대가 인권을 운운하며 건물을 지은 비용, 84억. 그들이 생각하는 인권에 학교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비용을 아끼겠다며 노동자를 더 고용하지 않고, 20년 넘게 일한 노동자에게 여전히 최저임금을 지급하며,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청소 비품마저 사비로 충당하게 만드는 이 학교는 대체 누구를 ‘이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글 _ 지민

한동대 부당징계 당사자. 비혼생활공동체에서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며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여행자>에서 활동합니다. 염치를 아는 사람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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