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구조고도화 투쟁 승리 보고서
KEC 구조고도화 투쟁 승리 보고서
  • 이미옥 금속노조 KEC지회 수석부지회장
  • 승인 2019.11.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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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막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KEC가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자 선정에서 또다시 탈락했다.

당연한 결과다. KEC지회는 2019년 구조고도화 저지 투쟁을 시작하며 이번만큼은 공장 폐업 반대를 넘어 제조업 공동화를 부르는 구조고도화 정책의 전면 수정 등 근본적 해결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투쟁은 그런 의미에서 KEC지회의 투쟁일 뿐 아니라 공단 노동자 모두의 일자리가 걸린 대리전이었다.

2019년 초부터 구미시가 KEC 공장 땅에 복합환승터미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KEC는 창사 50주년을 맞아 구조고도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14년 죽을 고생을 하며 막았는데 5년 만에 닥친 폐업 위기에 KEC지회는 저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관계자를 만나 KEC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이 현실이 되면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구조고도화 정책이 제조업 활성화가 아니라 산업단지를 유통단지로 변질시키는 위험천만한 사업이 되고 있으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KEC 구조고도화의 불씨를 제공한 구미시는 “KEC가 사업 신청을 해봐야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구미시는 거짓말을 했다. 이미 1월에 KEC 담당자를 만나 복합터미널 이전 건립을 논의했던 것이다. 산단공도 마찬가지였다. KEC 지회가 “4번이나 대형 쇼핑몰 건립 사업을 신청하고 탈락했는데 똑같은 사업을 언제까지 받아줄 거냐?”고 따지자 “KEC가 신청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역시 2013년 산자부가 홍의락 의원에게 했던 ‘KEC 구조고도화 사업과 관련해 입주업체, 시민단체,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없는 한 신청받지 않겠다’던 약속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었다. 

KEC는 2010년 이후 공장 경영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공장 용지에 대형 쇼핑물과 오피스텔, 각종 위락시설을 짓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일하는 데 쏟아야 할 노력과 시간의 몇 배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

1년에 4번이나 있는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 공모 때만 되면 산단공의 홈페이지를 뒤져야 했고, 신청이 확인되면 구미시와 산단공, 국회를 미친 듯이 찾아다녀야 했다. 공장 폐업을 막고 우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죽을힘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2019 구조고도화 반대 투쟁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 공모 규정 변경” 약속 지켜야

이번 구조고도화 싸움은 2014년 KEC 폐업 반대를 전면에 내세웠던 방식과는 달리했다. 10년 동안 계속된 고용불안의 고통을 이후에도 지속할 수는 없었고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고도화 전면 폐기를 내세우고 싸웠다. 산단공과 구미시에 10년간 진행한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에 대한 토론회를 제안하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가졌다. 그러나 산단공도 구미시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참석한 토론회를 통해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이 부동산 투기로 변질하는 것과 축소되어 가는 공모절차, 규정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결국,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 공모 규정을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

① 탈락한 사업은 계속해서 신청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KEC처럼 10년 동안 같은 사업을 반복해서 신청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② 구조고도화 대상 부지를 폐업 부지로 한정해야 한다. 가동 중인 공장마저 전면적인 상업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상 부지를 엄격하게 제한해 제조업 축소를 막아야 한다.

③ 이해당사자의 사전 합의와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산업부가 2013년에 약속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과 대립을 피하려면 이런 절차와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2012년 진행하던 공청회마저 생략되었다.

KEC지회는 공모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경을 요구했다. 산단공은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투쟁에서 KEC지회가 거둔 성과다.

처음 산단이 시행하려고 했던 구조고도화 사업의 취지대로 노후화된 산단을 리모델링하고 정주요건을 개선해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모 규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자본이 더 이상의 탐욕을 멈추고 산단에서 진행하려는 진정한 구조고도화 사업을 살려 나갈 수 있다. 구조고도화의 광풍이 휩쓸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경영이 정상화되고 공장 다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편히 일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10월 1일 회사가 구조고도화 사업을 신청한 후 심의위원회에서 부적정 결정이 날 때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겼다. 조합원들과 함께 일자리를 지켜낸 기쁨과 안도감으로 긴 숨을 내쉬었다. 매번 반복되는 구조고도화 저지, 폐업 반대 싸움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민간대행사업 공모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단공은 “우리도 이번에 문제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공모 규정 변경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산단공이 약속한 공모 규정 변경이 이루어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글 _ 이미옥 금속노조 KEC지회 수석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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