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조에서 삼중수소 고농도 검출

 

영광군 한빛핵발전소의 격납건물에서 수백 개의 구멍이 발견되어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가운데, 경주시 월성핵발전소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이하 저장조)에도 구멍이 뚫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국 핵발전소 안전 전반에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올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한 자료를 살펴보면 사용후핵연료 수조 차수막이 파손된 이후 월성 1호기 주변에서 삼중수소가 고농도로 나타나고 있다.

1호기 주변의 지하수 관측공에서 1리터(ℓ) 당 최대 594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저장조의 지하수 집수조의 경우 1리터(ℓ) 당 최대 27만 3000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저장조의 지하수 집수조는 월 1회 방사능 분석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방사능 검출은 차수막뿐만 아니라 저장조의 콘크리트 구조물에도 많은 균열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즉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월성핵발전소 1호기 사용후 핵연료 수조 아래 있는 차수막 시설 단면도. 사진 경주환경운동연합

월성 1호기 저장조의 차수막이 뚫린 것은 7년이 경과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저장조는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하는 대형 수조다.

월성 1호기 저장조는 두께 1.22m 콘크리트 구조물로 되어 있고, 콘크리트 구조물의 바깥(콘크리트와 지반 사이)에 차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차수막은 PVC 재질의 얇은 막으로 저장조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 방사능 오염수가 지하수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는 최후의 방벽이다.

차수막 파손은 2012년 월성 1호기에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CFVS) 건설 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격납건물과 저장조 사이에 CFVS를 건설하면서 지반 보강을 위해 땅속에 박은 강관 파일 2개가 저장조의 차수막을 관통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CFVS는 후쿠시마 핵사고 같이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대량의 방사능 가스가 발생할 때 격납건물 압력이 치솟아 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사능 가스를 강제로 배출하는 장치다.

CFVS를 건설할 때 월성 1호기 설계도에 저장조의 차수막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구멍이 뚫린 사실조차 모르고 6년이 흘렀다. 이후 2018년 월성 2~4호기에 CFVS 추가 건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1호기의 차수막 파손을 확인한 것이다.

차수막 복구공사는 올해 11월 착공해서 내년 1월에 마칠 예정이다. 후쿠시마 핵사고를 경험하면서 마련한 안전 대책이 저장조의 차수막을 파손하는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온 것이다.

 

 

글 _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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