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존엄하다고 했다. 고용의 형태나 업무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노동은 없다. 울진핵발전소의 청소노동자 150여 명을 비롯한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 울진지회 윤성민 지회장을 만났다.

 

울진지회 노동조합의 조합원 현황은? 

공공연대소속 조합원은 약 580여 명 정도 된다. 4개 발전본부 중에서는 울진지회가 조합원이 가장 많다. 직종은 한수원 하청으로 청소, 시설관리, 수처리, 조명설비, 유리화설비(방사성폐기물을 유리 조각으로 압축을 해서 크기를 줄이는 작업), 스포츠센터, 특수경비가 있고 한전kps 하청으로 경상정비 파트가 있다. 

조합원 중 제일 많은 직종은 청소 쪽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단기 1년씩 계약으로 업체 사장들이 전부 이 지역 사람들이다. 몇 년 전에 청소노동자 세 분이 해고된 일이 있었다. 노무사, 변호사도 지원하고 2년 정도 매일 정문에서 피케팅도 했다. 1심과 2심 모두 부당해고라고 판결이 났다. 그럼에도 업체 사장이 민사소송까지 갔고 결국 우리가 이겼다. 원직 복직에 1년 동안의 월급에 대한 부분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그때 청소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많이 가입했다. 이후 노동조합에서 업체와의 교섭 과정에서 명절상여금, 복리후생비, 체육대회비, 회식비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 윤성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 울진지회장. 사진 출처 : 탈핵신문

핵발전소에서 맡은 업무는? 

발전소에서 일한 지 11년 됐다. 경정비 파트로 1차 계통 밸브를 7년 정도 했고, 그전에는 핵연료 팀에서 3년 넘게 일했다. 핵연료 팀에서는 계획예방정비 때 연료를 뺀 홀을 청소하는 일 등을 한다. 한전KPS도 들어가지만, 내부의 업무를 하는 것은 주로 하청 노동자들이다. 

밸브 업무는 기계정비 파트인데 한전kps와 동등한 일을 한다. 배관을 연결하는 밸브는 주기마다 점검을 하게 되어 있는데 계획예방정비 기간 동안 수만 개의 밸브를 점검한다. 납조끼를 입고 밸브를 분해하는 작업을 하는데 밸브를 들고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 점검하면서 피폭이 많이 된다. 특히 울진1발전소는 프랑스형이라 공간이 좁아서 작업환경이 더 좋지 않다. 밸브나 핵연료, 두 파트 모두 방사선 피폭이 많이 되는 업무다.

 

그 외 피폭 위험이 큰 업무는 무엇인가? 

핵연료 팀은 연료를 빼서 연료관 이송을 해야 하는데 연료관을 열 때 피폭량이 상당하다. 증기발생기 파트도 피폭이 상당히 많이 된다. 커버를 여닫는 것은 한전KPS와 같이하는데 부수적인 점검은 하청 노동자들이 한다. 작년에 방사선 피폭이 많이 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문제가 되었다.

 

과피폭으로 일을 못 하는 경우가 있나? 

그런 경우는 없다. 1차 계통에서 기준치의 피폭을 당하면 다른 일을 맡긴다. 한전KPS 파견자들이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오면 업무 시작 전에 방사선 피폭 검사실에서 홀바디(체내외 전신 스캔 방사능 측정) 검사를 한다. 그런데 하청업체 직원들은 안 해준다. 우리는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만 받는다. 

체외 피폭은 씻어내면 되지만 체내 피폭이 문제다. 우리도 계획예방정비 기간 홀바디 검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더니,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하는데 왜 홀바디 검사를 해야 하냐고 하더라. 한전KPS 직원은 계획예방정비 기간 파견을 가면 그때마다 홀바디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안전에 있어 큰 차별이다. 그런 사례가 많은가? 

우리는 정비 보조 업무다. 계약상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전KPS 직원이 연락이 안 되고 상황이 급해 혼자 들어가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하청업체 직원이 다치는 상황도 있었다. 

보온작업은 석면가루도 나오는 위험하고 힘든 업무인데 그것도 거의 하청업체 직원들이 일한다. 도장업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장업무는 신나를 많이 마시게 된다. 하루는 우리 조합원이 머리가 띵하다고 하더라. 적정한 휴게시간 없이 계속 일하면 그만큼 위험한 거다. 한전KPS 직원들은 힘들고 더러운 일에 한 명도 안 붙는다. 원청사는 일이 먼저지, 사람이 먼저가 아니다.

 

경상정비 파트는 한전KPS와 계약 설계가 어떻게 되어 있나 

건설 노임 단가로 설계되어 있다. 원래는 직종을 가지고 설계금액을 잡아야 하는데 돈으로 설계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예를 들어 10억이 있으면 10억 원에 맞춰 직종을 끼워 맞추는 형태다. 그래서 어떤 업무는 1.4명으로 설계된다. 1명도 2명도 아니고 1.4명이다. 정상적인 설계가 아니다.

 

생명안전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정부에서 왜 지키지도 못할 정규직 전환 이야기를 꺼낸 건지 모르겠다. 자회사는 분명 또 다른 하청용역이지 정규직이 아니다. 방사선안전 관리 쪽도 그렇다. 방사선안전 관리가 왜 생명안전분야가 아닌가. 1차 계통 돔 안에 있을 때 방사선안전 관리 파트도 납조끼를 입고 작업한다. 폐기물도 방사선 노동자들이 분류하고 드러밍작업을 한다. 한수원 직원들은 사무실에 있다. 

정부도 한수원도 조사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관리직 직원들만 만나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관리직 직원들은 모두 한수원이다.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업무가 무엇인지, 왜 생명안전 업무로 포함되어야 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모두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 핵발전소는 1급 보완시설인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명안전 업무 분야가 아니라고 하면 누가 생명안전 업무를 하는가.

 

원청사의 차별이나 갑질이 심했을 거 같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한수원은 하청 노동자, 시설 유지 보수 청소노동자들을 무시하고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 안 한다. 자기들 체육대회나 행사할 때 청소노동자들이 짐도 나르고 음식도 나르고 오뎅탕을 끓이기도 했었다. 한수원 간부들이 이사라도 하면 그 집에 가서 짐 나르고 청소에, 도배까지 했었다. 시방서에 그 업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냐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 이후부터 안 시킨다. 

나는 나이 많으신 청소노동자분들에게 그 많은 수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텨낸 게 대단한 거라고 말한다. 그분들은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새 인생을 사는 거 같다고 하신다. 노동조합이 회사랑 처음 단협하면서 정년을 만 65세로 합의했다. 최소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때 퇴사해야 그분들도 걱정이 덜하지 않겠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은 누가 담보해야 하는가? 

몇 년 전 영광에서 경상정비업무노동자가 취수구 쪽에서 일하다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전KPS 노동자와 우리 하청 노동자 조합원이 죽었다. 원청사는 무슨 일이 터지면 백 프로 우리를 외면한다.

 

한수원이 만들려는 자회사는?

한수원이 만들겠다고 하는 자회사는 두 개다. 4개 본부의 자회사니 인원이 엄청나다. 특수경비는 5개 본부(새울, 울진, 고리, 영광, 월성+기타 양수발전까지)가 한 회사다. 특수경비법 때문에 특수경비직종은 다른 업무랑 묶을 수가 없다. 다른 하나는 한수원의 용역인 단순노무의 자회사다. 경상정비는 한전KPS니까 아직 직접고용문제가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한전KPS 본사와 이야기 나눴는데 직접고용방침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걸 반대하는 게 한전KPS 사내노조다.

 

한전KPS 사내노조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가 직접 고용되면 모든 복지 등을 균등하게 해야 하니까 본인들의 복지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복수노조 문제가 있다. 한전KPS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한전KPS가 따내는 계약이 많아야 정규직 전환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 물량 확보를 위해 투쟁하자고 했는데도 그건 싫다고 한다. 그냥 우리가 직접고용되는 게 싫은 거다. 직접고용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5직급을’이다. 정직원이라기보다 무기계약과 같은 형태로 진급도 어렵다. 우리가 무슨 승진을 바라겠나. 그래도 고용이 안정되니까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거다.

 

이후 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비 분야와 방사선안전 관리 분야 노동자들이 11월 중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아무런 피드백이 없으면 산자부에 면담 요청하고 세종청사 앞에서 집회할 것이다. 요구 사항은 생명안전분야의 직접고용이다. 지금은 노동조합 상관없이 모두가 같이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한전KPS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연대하기로 했다. 

정비 분야가 아닌 다른 부분의 자회사 전환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이 있었다. 오랫동안 직접고용을 위해서 싸워 왔지만, 워낙 지역 업체 사장들한테 시달리니까 당시에는 자회사라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서 자회사 없애라고 하면 노동자들은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면 되는 거다. 자기가 앉힌 사장 아닌가. 우리 조합원들 데리고 갔을 때 처음엔 이해를 못 하고 자회사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들 했다. 그런데 안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 만나고 나서 울면서 나오더라.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 같은 처지다. 

 


강언주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 탈핵신문(nonukesnews.kr)과 기사제휴로 게재한 기사입니다. ⓒ 탈핵신문, 무단 전재ㆍ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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