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엄마가 없는데, 누가 누구더러 엄마래?”
“우리는 엄마가 없는데, 누가 누구더러 엄마래?”
  • 정경애
  • 승인 2019.12.1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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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활동지원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3급(활동지원 월 20~30시간뿐인) 장애인들에게도 활동 지원 서비스를 더 늘려달라며 눈부시며 뜨거웠던 여름 햇살 아래 경산시청 앞에서 커다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여성이 차 타고 지나가는데 나를 향해 웃으며 “경애야 나야, 누구누구 엄마…”라며 말하고는, 내가 대답해주길 바랐는지 계속 내 쪽을 바라보며 지나갔다. 

내가 눈이 많이 안 좋았기에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그 여성의 얼굴이 잘 안 보였다. 누군지(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음)는 몰라도, 그 여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분이 점점 싸~한 것이 내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곧, 흥분이 되었고, 온 신경이 경직되고, 힘이 팍! 들어갔다. 점점 분노 게이지가 높아지면서 엄청 불쾌했고, 역겨웠다. 

왜냐하면, ‘시설 직원이다’란 직감에 번개가 칼이 되어서 머릿속 뇌를 반으로 싹! 베는 듯 스쳐 갔기 때문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기분까지도…. 그 여성이 지나간 뒤 치를 떨면서(분을 못 이기니까 많이 힘들었음) 막 중얼중얼거렸다.

엄마는 무슨 엄마? 누가? 누구? 옛날부터 “엄마”라 자칭하면서 우리를 인간(사람) 취급하지 않음과 동시에 당신들이 행했던 수많은 못된 짓들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 어디에서 누구 엄마래, 어? 참나, 기가 막혀서 정말!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 거지?

난 4살 이후 엄마가 없었기에 “엄마”란 존재는 없다. 매일~ 매일~ ‘엄마’라는 직원들에게 시달렸고, 하루하루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 그렇게 난 자라온 것이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었고, 내가 좋아서 진심으로 웃어본 적도 없었다.

난 그냥 ‘내가 아닌 것’이었다. 죽고 싶게 할 만큼이나 수도 없이 날 힘들게 했던 사람(얼굴과 이름 다 기억함)들을 보게 된다면 내가 겪었던 만큼 똑같이 복수(정신적, 심리적, 신체적 고통)할 것이다. 바늘꽂이로 만들고 싶군!

 

옛날 생각들이 떠올라 분노의 욕을 쏟아부었다. 시설(직원들)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나 자신조차도 불감당이고, 주체(통제)할 수가 없다.

자립해서 몇 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시설 직원을 “엄마”라고 부른다. 그렇게 칭하라고 누가 정했나? 

난 그 ‘엄마’란 소리를 들으면 온~ 신경들이 쭈뼛쭈뼛 곤두서고, 분노의 화산이 펄펄 끓을 정도로 정말 듣기 싫은데 지금도 여전히 듣고 있다. 특히나 당사자와 같은 또래 직원이나, 어린 직원에게도 ‘엄마’라 부르는 소리는 더더욱 듣기가 역겨워서 미친다.

물론 본인들의 의사결정이 먼저이며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먼저 사실을 알아야 할 권리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서서 진심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본인은 이제 더 이상 시설 사람이 아니다. 엄마라고 부르지 말아라. 엄마가 절대 아니다. 우리와 직원들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똑같은 사람(사회인)이다. 어린 직원에게는 ‘00 씨’라고 불러도 되고, 호칭을 부르는 것도 자유다”라고 알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힘은 들지만, 욕먹을 각오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직원들이 월급을 받고 일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자기를 자식처럼 키워주는 착한 사람이라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엄마라고 부르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말 한마디에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인데….

시설 직원을 바라보며 거주인들은 ‘착함’, ‘고마움’, ‘은인’, 한편으로는 무조건적인 ‘복종과 순종’, ‘눈치’, ‘무서움’, ‘두려움’, ‘무조건 몽둥이’를 떠올린다. 밥 먹게 해주나 안해주나가 달린, 감히 위를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존재다. 그러니 함부로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지….

올 8월 누굴 만나러 시설에 갔었는데 직원을 “엄마”라 부르라고 하더군. 그 소릴 듣는데 입에서 확!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 뭐야…. 경식 오빠 만나러 왔는데 섣불리 사고를 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참았다. 

오빠 입장 생각해서도 그렇고 또, 뭐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의 넓이가 100%라면 한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시설 직원들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아무런 말(대응)을 못했지…. 

그러고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시설 거주자였네…. 그렇다. <우리들의 내면은 (심리적·정신적으로) 지금도 시설의 우물 [속]>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더더욱 더 시설 직원들을 강력히 피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10월 초에 아는 오빠가 같이 술을 마시며 말했다. “시설 직원들이 (장애인 거주인)에게 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또 못 나가게 하는 줄 아냐? 나가면 분명히 나쁜 사람들한테 힘없이 당할 게 뻔하니까…. 걱정이 되어서 못 나가게 하는 거다”라고 한다.

나는 분노했다. ‘뭣이라고?! 시설 직원들이 장애인을 걱정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고? 지나가는 똥개가 왈! 왈! 하며 비웃을 일이네.’ 시설 직원들에 의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지만 관뒀다. 얘기해봤자 뭘 알겠냐, 내 입만 아프고, 내만 힘들지….

15년을 넘게 만나고 있고, 제일로 좋아하고, 믿는 오빠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까 뭐랄까, 마음이 어둑해진 느낌이랄까? 실망이 좀 컸고, 또 며칠 동안 기분이 가라앉았다. 오빠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대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타격이 조금 남아있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억을 지우는 약이 있다면 그래서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진짜로 그랬으면 좋겠다.

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까지의 삶들을 다 버리고, “나”로 다시 태어나 “나”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런데 안 되겠지? 내 머리에서 시설과 관련된 그 모~든 그 어떤 것들도 하나라도 남김없이 모조리 싹 다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시설이라면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 필자 이외에 본문에서 언급된 이름은 ‘가명’임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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