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경주공투단, ‘혜강행복한집 폐쇄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즉각 수립하라’ 기자회견
“대표이사 교체는 가짜 대책”… 진짜 몸통 ‘수용시설 폐쇄’ 한목소리



“경주시는 혜강행복한집 폐쇄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즉각 수립하라” 투쟁보고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 모습

경주지역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유린 및 비리 문제가 연이은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경주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12월 16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 시설 폐쇄와 탈시설 대책을 즉각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공투단 소속 시민사회·노동 등 단체와 권영국 변호사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공투단 측은 경주지역 시설 5곳 중 3곳에서 인권유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주시가 진짜 몸통인 수용시설을 폐쇄할 의지 없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며 ▲인권유린 사태 혜강행복한집 폐쇄 및 거주인 탈시설·자립 생활 지원 대책 마련, ▲조속한 시일 내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협의 개최, ▲인권단체가 참여하는 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 시행 및 탈시설 종합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종한 공동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경주시장이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문제 해결을 위해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협의를 약속했지만, 아무 결정 권한 없는 과장만 한 번 만났다”며 “지난주 금요일, 경주시장에게 직접 답을 듣고자 시청을 찾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서야 국장을 겨우 볼 수 있었다. 경주시가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같은 이유로 올해만 경주시청을 수차례 찾았다. 경주시는 사법처분 결과를 보고 조치한다고 한다”며 “유죄판결을 받은 경주푸른마을에 행정처분을 했는가? 대법 결과까지 본다는 건 처분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사업 허가권은 경주시에 명확하게 있다. 법인에 대한 권한은 경상북도가, 예산 집행에 대한 권한은 보건복지부가 가지고 있다. 세 곳이 합의하거나 한 곳만 처분을 결정해도 시설은 폐쇄할 수 있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종한 420경주공투단 공동대표,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아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박돈분 경주장애인부모회 부지부장, 배예경 420경주공투단 공동대표

경주시가 탈시설을 ‘권리’로서 보장하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아리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하며 “발달장애인이 탈시설 하면 혼자 버스를 탈 수 없고, 돈 관리를 못 하는데 어떻게 나가서 사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나가서 살면 거지가 되니 종이박스 챙겨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기준으로 탈시설 자격을 부여하고, 시설에서 나가면 교과서에 나올 법한 모범적인 삶을 혼자서 해내라고 강요한다. 이는 온전히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아리 활동가는 “지역사회가 장애인의 자립 생활 보장을 위해 주거 지원,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등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경주시는 나와서 살 수 없다고 변명하지 말고 자립 생활을 지원하라”며 “모든 지역의 수용시설이 완전히 폐쇄될 때까지 싸워나가자”라고 결의를 모았다.

배예경 공동대표는 “경주시 앞에서 결의대회, 기자회견, 시장 면담, 피케팅으로도 모자라 경북도청까지 점거하며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을 논의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명쾌한 답도 듣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갈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경주시장이 책임지고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끈질기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두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 장애인탈시설 자립생활 대책 즉각 마련하라!’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이날 참여자들이 요구한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협의는 지난 7월 26일, 주낙영 시장이 공투단 측에 직접 약속한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경주시가 1차 협의에서 결정 권한이 없는 집행부만 참석해 형식적으로 진행했고, 후속 협의도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투단의 주장이다.

이에 공투단은 10월 14일부터 인권유린의 온상 혜강행복한집 폐쇄 및 거주인 탈시설 대책 마련,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경주시청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경주시가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경주시가 후속 협의를 개최할 의사가 없다고 하자, 이에 항의하며 지난 12월 13일 경주시청을 긴급 방문했다. 그 결과, 조속한 시일 내 시민행정국장이 참석하는 탈시설 자립생활 협의 개최와 경주시장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경주시가 책임 있게 참여하는 탈시설 정책협의가 추진되지 않으면 공투단은 경주시장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0월 14일, 국정감사 지적에 대한 조치로 혜강행복한집 및 경주푸른마을 실태 점검을 시행하고, 경상북도에 향후 같은 사안 발생 시 시설 폐쇄 등 엄중 조처를 하도록 관리ㆍ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관련 기사 보기: 혜강행복한집 실태 점검 보건복지부 “비리 반복 시설, 폐쇄 등 엄정 조치”)

또한, 경주를 포함하여 최근 영덕군에 이르기까지 경북 도내 장애인시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담당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각 지자체가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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