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Y 중학교 방학식이 열린 30일, 故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가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 김연주.


“겨울 교복 드라이해서 걸어 놨어요.”

포항 Y 중학교 방학식이 열린 30일, 정문 앞에서 피케팅을 하는 故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J씨가 말했다.

“교복사 가서 조끼를 새로 샀어요. 그날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아이 교복 조끼를 잘랐어요. 건우 학교 다닐 때 교복 바짓단이 들려있었는데, 수선 못 해줬던 게 마음에 걸려서 바짓단 늘이고 소맷단 늘여서 걸어 놨어요.”

교복 차림에 두꺼운 패딩 점퍼를 껴입은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을 보며 J씨가 말을 잇는다.

“등교하는 학생들, 건우 키만 한 아이 보면 ‘건우 진짜 닮았다’ 싶어서 눈이 가요. 방학식이 되니까 마음이 안 좋아요. 지난주는 졸업 여행이었어요. 건우가 3학년 올라가서, 2주 학교 다녔어요. 우리 애도 졸업여행 갔을 텐데, 졸업 사진 찍고, 졸업식에도 갈 텐데….”

지난 3월 25일, ‘라이트 노벨’을 읽다가 교사로부터 음란물을 본다는 이유로 가해진 ‘얼차려’와 ‘꾸지람’ 이후 건우 학생은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학교 5층에서 창밖으로 투신했다. [관련 기사 : "애도마저 사라진 학교"… 故김건우 학생 노제ㆍ기자회견]

그날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려준 곳은 학교가 아닌 경찰서였다. 학교로 부터 들은 바 없는 사고 정황들이 뉴스 기사로 먼저 쏟아지듯 보도되었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것’과 ‘진정한 사과’를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법적 결론이 안 나서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지금은 말하기 조심스럽다”였다.

“아이가 포항고(포항고등학교) 가고 싶어 했는데 포항고 교복 사러 갈까, 교복 사서 집에 걸어둘까… 집에 오면 항상 작은 애가 있었는데, 아이가 없으니까 쉬는 날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8월 6일, J씨는 ‘포항 **중학생 투신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1891)을 시작했다. 청원 마감인 9월 5일까지 최종 참여 인원은 5,089명. 청와대 답변을 듣는 데 필요한 20만 명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11월, 건우 학생의 부모는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Y 중학교 정문 앞에서 피케팅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등교하던 학생이 다가와 따뜻한 핫팩을 쥐어주기도 했다. 

“학부모 한 분이 와서 그래요, 건우가 이 모습 보면 얼마나 마음 아프겠냐고. 그만큼 우리 애들 힘들게 했으면 되지 않았느냐, 그런 말도 들려와요. 우리는 살려고 숨 쉬려고 발버둥 치는 거예요. 그날 장례식장에서 ‘수업 시간에 이런 일 있었다, 죄송하다,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 그 말만 있었어도….”

 

△ 방학식이 열리는 날, Y 중학교 앞.
△ 건우 학생의 책장 한켠, 작은 추모 공간. 사진 김연주.
피케팅을 마치고 건우 학생이 다니던 등하굣길에서.
△ 피케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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