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산시청 점거 농성중인 택시노동자들. 사진 김연주

경산지역 3개 택시업체 노동자 공동투쟁단(민주노총택시지부ㆍ대림택시평산노동조합ㆍ경산교통대림택시노동자, 이하 공투단)은 경산시청 점거 농성 3일째인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위장 파업’과 ‘노예각서’ 강요, ‘불법 직장폐쇄’를 강행한 택시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019년 1월 전액관리제(월급제) 시행을 앞두고 경산지역 택시 업체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로 지난 11월 14일부터 교섭대표노조(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경북본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업주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하 대구노동청)과 경산시청에 각각 직장폐쇄와 휴업신청을 했다.

12월 16일,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려는 택시노동자에게 사업주는 ‘최저임금 미지급 및 운송경비 전가 관련 유류비 소송 포기’, ‘퇴직금 중간 정산’ 등에 관한 동의서 작성을 택시노동자에게 요구했다. 동의서에 서명한 택시노동자에게만 선별 배차를 하면서 공투단은 12월 31일부터 경산시청 로비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공투단은 동의서 서명 거부를 이유로한 승무 거부는 위장 파업이며, 부분적 직장 폐쇄는 불법적 직장 폐쇄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대구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입장문 발표에 이어 공투단은 경산시청 신임 경제환경국장과 대구노동청 노사상생지원과장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고 경산지역 3개 택시업체에 대한 대구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2일, 공투단이 점거농성 중인 경산시청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모습.
2일 대구노동청 과장, 경산시청 경제환경국장과 간담회. 사진 김연주

대구노동청 권오형 과장은 “청장에게 보고가 된 사안”이라며 “특별근로감독은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국 대림택시분회장은 “유류비와 체불 임금 소송 포기 강요 외에도 부당 해고, 임금 체불, 부당 승무 정지 관련 고소·고발이 90여 건”이라며 “200일 동안 천막농성을 하면서 비리 택시 업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요구했다. 대구노동청이 8개월째 수수방관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공투단에 따르면 대구노동청 근로감독관 2명이 이날 오후 택시 업체를 방문했으나 사업장 문이 잠겨있는 등 구체적인 현장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투단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는 대구노동청의 확답을 받을 때까지 경산시청에서 로비 농성을 유지하고, 매일 오후 6시에 규탄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1월 1일, 아침해가 경산시청 농성장을 비추고 있다. 사진 김연주

 

택시노동자의 이야기

2일 저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대림택시분회 백영하 조합원이 입원한 경산 계양동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백영하 조합원은 지난 12월 29일, 영남대 의료원에서 열린 투쟁 문화제에 다녀오는 길에 넘어져 왼손 인대를 다쳤다. 경산시청 로비 농성을 시작한 31일부터는 매일 아침부터 밤 10시, 11시까지 청사 밖에서 농성장을 지켰다. 깁스 한 손으로 끼니때마다 농성 중인 동료들의 국밥 그릇을 나르며 함께했다.

부상당한 손이 급격히 부어오르며 통증이 심해져 농성 3일째를 맞은 2일 병원을 찾았고, 손 전체에 염증이 번져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바로 입원했다.

백영하 조합원은 2002년 10월 대림택시에 입사해 17년 동안 일했다. 2019년 7월 초 노조에 가입하고 임금체불과 가스값 비용 불법 전가를 노동청에 고발하자, 사업주는 ‘회사 지시 위반’과 ‘업무 방해’로 백 씨를 고소했다.

그는 “17년 동안 일하면서 해고를 두 번 당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 네 번 해고당한 조합원도 있다”고 했다.

 

대림택시분회 백영하 조합원. 사진 김연주

지난해 10월 1일 차량 고장이 나서 이튿날부터 택시 운행이 어려워졌다. 회사는 택시 수리를 한 달 이상 미뤘다. 사납금을 제외한 운송수익금마저 6월부터 지급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신청했고, 1차 지급분을 받았다.

백영하 조합원은 “노동청장이 경산 택시업체 문제를 모를 리 없다, 부당노동행위를 수차례 고발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며 대구노동청에 불신을 드러냈다.

배우자 문정희 씨는 “무릎이 아프지만 생계가 어려워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장이 몇 달만 일을 안 주면 고개 숙이고 들어올 거라고 했다더라. 시청도 노동청도 업자 편”이라며 “얼음판에 사람 올려놓고 얼음 녹기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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