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앙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석포제련소의 오염수가 기계적 결함에 의해 저장소 바깥으로 약간 흘러나갔다가 신속한 조치로 다시 들어왔다. 낙동강으로는 한 방울도 흘러나가지 않았다”며 “이 사실을 알면서도 환경부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지방선거 때 영풍석포제련소가 폐쇄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선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환경부가 경상북도에 신청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120일 조업 정지 건의 표류 일지는 다음과 같다.
1. 지난 2019년 4월 제련소 특별 지도점검 결과,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폐수 배출시설 및 처리 시설의 부적정 운영 등 6가지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경상북도에 조업 정지 120일 처분을 요청했다.
2. 경상북도는 5월 조업 정지 처분을 영풍 측에 사전통지했다. 이에 대해 영풍석포제련소는 소명 기회를 달라며 청문회를 신청했고 2번이나 신청 당사자인 회사 일정을 핑계로 날짜를 연기했으며 3번째 신청 후 9월에야 해당 처분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청문주재자(박인수 영남대 교수)는 조업 정지 1차 처분(20일)이 적법한지에 대해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처분을 가중 처분(120일)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3. 10월 경상북도는 환경부에 가중 처분 논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환경부는 11월 처분이 정당하다고 유권해석했다.
4. 경상북도는 11월 법제처에 다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경북도는 1차 조업 정지(20일) 처분이 쟁송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조업 정지 처분을 가중처분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물었다. (법제처 법령해석에는 통상 3~4달이 걸림)
5. 지난 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120일 행정처분이 가혹하다며 본격적인 편들기에 나섰다.
6. 2월 14일, 120일 조업 정지 처분을 기다리던 영풍석포제련소 폐쇄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검찰청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지금 낙동강 유역민들은, 특히 상류 주민들은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한 낙동강의 오염 때문에 지척에 낙동강을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고 물고기를 잡아먹지도 못한다. 휴가철이면 멀리 떨어진 다른 강으로 피서를 간다.
나 또한 20여 년 전에 안동으로 귀농했을 때 차로 10분만 가면 이렇게나 아름다운 강이 있다는 사실에 황홀했으나 지금은 발도 담그지 않는다.
예로부터 농암과 퇴계가 노래한 낙동강, 지금도 어떤 구간은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겉으로 보기에) 낙동강은 이제 위험하고 외면받는 근심거리가 되었다.
농민들은 가뭄이 들어도 섣불리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쓰지 못한다. 어떤 농민은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랬다가 전체 농지가 오염되어 농작물을 팔면 3천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고지를 받기도 했다.
50여 년간 낙동강은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해 오염되어 왔으며 안동댐은 독극물 저류조가 된 지 오래다. 안동댐 물고기에선 카드뮴 등 중금속이 다른 댐(안동 임하댐 비교)에 비해 현저히 높게 검출되며, 이러한 물고기를 먹은 유역민들은 알게 모르게 앓기도 하고 죽어 가기도 했겠지만, 그 상관관계를 속 시원히 밝힐 수조차 없었다. 사람이 아닌 물고기와 새들의 떼죽음도 마찬가지다.
또한, 직장이나 삶의 터전을 잃을까 염려하여 제련소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석포면 주민들은 대부분 제련소에 다니고 있는데 그들은 당연히 제련소에 가장 근접해 있는 1차 피해자들이다.
한가지 예로 몇 년 전 제련소에 5분간 정전이 되었는데 노동자가 죽었고 그 이유는 환기 팬이 돌지 않아 질식한 것이었다.
낙동강은 1300만 명의 유역민들이 먹는 상수원인데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석포제련소는 최상류에서 독극물을 내보내고 있다.
낙동강에 바로 면해 있는 폐수 저류조가 집중호우(요새는 기후변화로 어느 지역에 집중호우가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등의 요인으로 터지는 날엔 1300만 낙동강 유역민들은 물 대란을 겪게 될 것이고 그 여파는 상상하기 힘들다.
누가 영풍그룹에 1300만 낙동강 유역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도 된다고 허락했나. 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안전을 담보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와 지자체이다. 1970년 개발독재 시대에 일본에서 넘어온, 아연과 독극물을 함께 생산할 수밖에 없는 이 공장을 지금도 경상북도는 비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두 나열하기도 힘든 경북도민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생명,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뭐라고 말할 텐가.
가혹한 정치는 피할 길 없이 모든 삶속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