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트라우마 포항, “24시간 활동지원 없는 장애인에게는 일상이 재난”
활동지원 24시간 추경예산 마련, 자립생활 정책협의 정례화 등 합의

 

주최 측과 포항시 대표단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백한나

포항지역 장애계가 활동지원 24시간 즉각 시행 등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점거한 19일. 늦은 밤까지 이어진 협의 끝에 농성 대표단이 포항시와 극적 합의를 이뤘다.

19일 오후 9시 30분경, 최규진 복지국장은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대표단과 최종 합의서를 작성하고 사태 해결 노력을 약속했다.

합의서에는 ▲활동지원 서비스 24시간 2020년 1회 추경 안건 상정과 의회 요구, ▲장애인자립생활 정책 협의체 구성 및 정례화, ▲3월 중 1차 협의를 개최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안 마련, ▲활동지원 수행 기간과 협력하여 중증 장애인 기피 현상 완화 노력, ▲재난관련 부서와 협력하여 재난취약계층 안전망 구축 노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오전 11시 30분경,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포항센터)와 경북장애인부모회, 경북피플퍼스트 활동가 10여 명은 시장 면담을 촉구하며 포항시청 9층 시장실 점거에 돌입했다.

 

한 기자회견 참여자가 '지진나서 죽는것 보다 혼자 고립되는 게 더 무섭다! 활동지원 24시간 보장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19일, 포항시청 앞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후 2시 시민사회단체 22곳은 시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필요한 사람에게 즉각 활동 지원 24시간 보장’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강덕 포항시장 후보 시절부터 재난취약계층 대책 마련과 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요구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배제시켰다“라며 “중증 장애인 생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라 규탄했다.

이어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고립되어 있다. 야간에 혼자 체위변경을 할 수 없어 다음날 활동지원사가 출근할 때까지 잠을 안 자고 버티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동료가 있다“며 ”작년 8월부터 센터 직원들이 야간 체위변경과 신병처리를 지원했다. 포항시는 활동지원 24시간 요구에 기다리라는 대답만 했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보기: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장애인의 생명” 이강덕 포항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기자회견 직후 참여자들은 포항시장실을 찾아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과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요구했다.

포항시 정책특보가 ‘시장 면담은 3월 중에 가능하다. 일정을 잡을 테니 돌아가달라’고 했으나, 주최 측은 포항시의 답을 듣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는 입장으로 농성을 계속 이어갔다.

또한, 경북노동인권센터,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등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들도 포항시청을 찾아 농성에 함께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박승억 예비후보(민중당, 포항 남구·울릉)와 임혜진 후보(정의당, 포항시 북구)도 시청 농성 지지 방문을 다녀갔다.

 

포항시청 9층 시장실을 점거한 활동가들
대표단이 포항시와 최종 협의 결과를 보고하는 모습

결국 이날 밤 포항시 복지국은 농성 중인 대표단과 장시간 논의 끝에 상호 합의에 이르렀다. 

중증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대책 마련 요구와 함께, 3월부터 열릴 포항시와 장애계간 협의에서 전체 자립생활 정책 관련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포항시 노인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경북도에서 관련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타 지역 규정도 확인하고 있다”며 “활동 지원 24시간이 필요한 사람을 우선 조사하고, 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해수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번 협의를 시작으로 장애를 가진 시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가 있었기에 협의도 가능했다. 소외되고 고립되는 사람이 없도록 지역공동체와 함께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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