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첫 일정으로 팽목항을 방문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촛불의 시작은 세월호 참사이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외쳤던 것 역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적폐 청산”이었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촛불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5월 10일이 되면 정권교체 3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지켜보자고 밝혔고, 이제 모든 국민이 ‘적폐’라 말하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지난 1월 8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첫 검사 인사를 통해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이성윤은 2014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을 지내며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세월호 참사 수사를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당시 검찰은 세월호 탑승객 구조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 중 해경 123정 정장인 김경일 단 1명만 기소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관들 중 해경을 제외한 해양수산부, 당시 안전행정부, 교육부, 전남도청, 소방방재청, 중앙 119 등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검찰은 군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 해군, 공군, 육군, 기무사 등을 수사할 수 없고, 2014년 전형적인 부실수사를 했던 검찰 역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서 수사 대상이 된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군과 국정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경호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기관이 관련돼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진상 규명도, 철저한 수사도,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의 처벌을 위해 검찰 내 특별수사단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된 <대통령직속특별수사단>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되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 진상 규명을 할 수 없다. 검찰 내 세월호특별수사단의 수사를 믿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교체하고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 가운데 공소시효가 없는 살인과 공소시효 10년에 해당하는 한두 개의 죄목들을 제외하면, 공소시효 5년과 7년에 해당하는 범죄가 대부분이다. 공소시효 5년에 해당하는 범죄들은 2019년 4월 15일 공소시효 완성으로 수사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는 4월 15일 이 되면 공소시효 7년에 해당하는 범죄들도 더 이상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 관련자 대부분이 수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면죄부를 받게 된다. 또한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거들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폐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검찰은 세월호특별수사단을 설치하여 지금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해경 지휘부 6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영장 재청구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2월 6일 1기 특조위 조사방해 관련 재수사와 2월 18일 해경 지휘부 11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밝혔다. 현재 세월호특별수사단의 움직임에서 해경 외에 다른 기관에 대한 수사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수사했던 검찰이 연상되는 이유다.

이는 검찰이 세월호특별수사단 설치를 발표한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임관혁 수사단장이 밝힌 바와 같이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과거 자신들의 상관이 했던 수사를 다시 살펴봐야한. 수사과정에서 2014년 검찰수사의 부실·축소·은폐 수사의 증거가 나온다면, 검찰개혁 요구가 거센 지금 자칫하면 검찰조직은 물론 2014년 수사되지 않은 기관들까지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특별수사단의 수사는 해경 이외 다른 기관들을 수사할 가능성은 없으며, 2014년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 이루치아.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관련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청와대를 향한 진상 규명 목소리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한 시민은 “1년 1개월이 지나면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 대부분은 수사조차 받지 않고 면죄부를 받게 된다. 공소시효가 지나버리면,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수사할 수가 없게 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촛불을 들었고, 정권을 바꾸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성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진상 규명에 계속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진상 규명을 위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온 구미의 이루치아 씨는 “5년 전으로 돌아간 듯 전 정권과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요즘 힘이 든다. 며칠 전 아이 생일날, 생일파티를 해줘야 되나 고민했다. 부족한 엄마로 이런 나라에 태어나게 한 것이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꾸준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전한권 씨 역시 “6년이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힘들고 지친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분명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행동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공소시효가 1년 1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 규명에 침묵하면, 세월호 참사는 과거사가 되고 만다”라며 답답해했다.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생존자 김성묵 씨는 “지금 유가족들과 시민들 모두 청와대 앞으로 가야 한다. 촛불을 들었을 때처럼, 청와대 앞으로 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수사해야 할 군과 국정원을 수사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책임과 의무가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앞둔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원하는 시민들은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진전 없는 진상 규명 상황에 답답해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 더 이상 진상 규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를 만든 시민들의 요구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적폐 청산”이었다. 대부분의 국가기관들이 관련되어 있는 세월호 참사를 철저히 수사하여 관련자들을 처벌한다면, 그것이 적폐 청산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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