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선별진료소 운영도 제 각각
확진자 동선 공개 이후 불안감 고조... 선별진료소 방문 이어져

 

23일, 경산보건소 선별진료소.

“접수를 마감합니다. 내일 방문해주세요.”

23일 오후 5시 44분. 경산시보건소 선별진료소 입구에서 방호복을 입은 안내담당자가 진료 접수 종료를 알렸다.

23일 기준 경산시 확진자 수는 23명. 경북지역에서 청도 108명에 이어 확진자 수가 두 번째로 많다. 청도군의 확진자 대부분이 대남병원 내 집단감염인 반면, 경산지역 확진자는 감염 시기와 경로, 거주지가 다양해 시민들의 불안감은 매우 높은 상황. 

현재 경산시보건진료소와 세명병원, 중앙병원 등 세 곳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되었다. 세명병원과 중앙병원 두 곳은 24시간 운영한다.

경산보건소 선별진료소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9시까지 운영한다. 접수 3명, 진료 및 검사 2명을 포함해 총 7명이 배치되어 있다. 이날 최종 진료 인원은 177명이었다. 

선별진료소가 있는 보건소 주차장 공터에서 시민 20여 명이 번호표를 들고 대기 중이었다.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비닐 장갑을 착용한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접수 종료 공지 이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확진자가 다녀간 카페를 방문했다”는 여성에게 담당자는 “대기자가 많아 고열이 없으면 진료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에서 별도의 체온 측정은 없었다. 

경산 시민 A 씨는 “첫째 아이가 감기 증상으로 소아과를 방문했다. 둘째 아이도 기침을 한다”라며 본인도 감기 증세가 있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고 했다. 진료소 측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돌아가 증상을 좀 더 지켜보라”고 했다.

고열과 기침 증상으로 방문한 청년은 접수 종료 이후 도착해 진료를 거부당했다. 선별진료소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요청해 확인한 결과 37.99도였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이었다. 경산지역 내 24시간 운영을 하는 다른 선별진료소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동대구역 내 카페에서 일한다는 그는 37.5 이상 고열 증상을 이유로 다시 한번 의료진에게 진료를 요청했고, 이날 마지막 접수자가 됐다.

지자체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1339나 보건소로 가장 먼저 연락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전화 없이 방문하거나, 1339 또는 보건소 전화 연결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산지역 원룸에서 자취하는 아들과 함께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B 씨는 “1339로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이 안 돼 보건소로 바로 왔다”고 말했다.

안경숙 경산보건소장은 “불안감에 선별진료소를 찾는 분들이 많다. 지금은 확진자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37.5도 이상 고열을 포함한 인후통 등 코로나19 주요 증세가 없거나 확진자 접촉이 없는 경우 경과를 지켜본 후 방문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자와 함께 검체 검사를 마친 C 씨는 며칠 전 모임에 왔던 친구로부터 ‘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는 그는 “진료소 밖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오늘 먼저 다녀간 친구는 3시간 기다렸다고 했다. 많이 추웠다”고 말했다.

진료소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체 검사 결과 확인까지 2일 이상이 걸린다”며, 검사 인원이 많아질수록 확진자 판명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우려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세명병원 선별진료소의 23일 접수 인원은 저녁 7시 기준 약 40여 명이었다. 대기자가 줄지어 기다리던 경산보건소 선별진료소 접수 인원의 4분의 1에도 못미친다. 

세명병원 관계자는 “안내소에서 모든 방문자의 체온을 측정한다. 고열 증세가 있으면 병문안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고, 체온이 37.5도 이상인 분은 선별진료소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대기자가 자리를 비운 경우에는 휴대폰으로 따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세명병원 선별진료소 맞은편 진료안내소. 면회나 응급실 이용, 선별진료소 방문시 진료안내소에서 체온을 측정 해야 한다. 세명병원은 진료안내소 외에 선별진료소 1동과 방문자 대기 장소(소형 천막)를 운영 중이었다.
23일, 경산 중앙병원 출입문에 “검체 용기 부족 코로나 검사 불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청도군 방면 도로변에 위치한 중앙병원 내 선별진료소는 음압 진료소와 컨테이너 진료소 등 2개 동이다. 저녁 7시 23분, 24시간 운영임에도 지키는 사람 없이 텅 빈 선별진료소에 불이 켜져 있다. 

병원 또는 선별진료소 이용자가 오면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병원 밖으로 나와서 체온을 측정하고 대남병원이나 중국 방문 여부 등을 확인한다.

중앙병원 출입문에는 “검체 용기 부족 코로나 검사 불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앞서 경산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방문자들 사이에 중앙병원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았다는 말이 나오자 경산보건소장은 “검체 용기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었다.

19시 30분경 손등이 찢어진 환자가 방문했다. 병원에서 관리 직원이 나와 출입문 밖에서 체온 측정이 이뤄졌다. 환자에게 미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병원 측은 컨테이너 선별진료소에서 상처 봉합 시술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은 드물었다. 중앙병원 선별진료소 이용 인원을 묻자 직원은 “알려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인구 27만의 도시 경산에는 10여개 대학이 밀집해 있다. 또한 감염병특별관리구역인 대구ㆍ청도와 인접해 있다. 23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23일 오전 11시 기준 경산지역 자가 격리 인원은 42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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