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내가 외면했던 시간이 나에게 왔다

 

△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청도대남병원 모습.

“젖먹이 아이가 있어 일주일씩 격리되어 근무할 처지가 못되는데, 출근 못하면 그만둬야 하나요? 잘리나요?”
“(거주인이든 종사자든) 누구라도 잠복기일 수도 있는데, 격리하면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에요?”
“그동안 1주일 넘게 모든 직원이 퇴근 않고 시설 자체적으로 자가 격리하고 있었는데, 지금부터 2주간 또 연장해야 하나요?”
“꼭 7일간 근무를 해야 하나요?”
“연장근무 수당은 주나요?”
“특별수당은 어떻게 산정해서 주나요?”
“24시간 모두가 잠도 안 자고 할 수 없어 우리끼리 조를 나눠 반은 일하고 반은 쉬기로 했는데, 수당이 반만 나오나요?”

 

3월 5일과 9일, 경상북도의 코호트 격리 발표 후 시설 노동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일부 장애인ㆍ노인 요양시설 등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경상북도는 3월 9일부터 도내 모든 사회복지 시설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코호트 격리’ 했다. 

꼭 필요하다면, 코호트 격리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코호트 격리와 같은 강제적인 조치는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이어야 하고, 꼭 필요하더라도 충분히 설명되고 동의를 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의 공포가 넘실대는 지금,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면 공공의 적이 될 것이다. 고민이 여기에 미치는 순간, “아~ 내가 신천지 교인이 아니어서 침묵했던 그 시간이 나에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지난 2월, ‘31번’이라 불리는 환자가 등장하고, 코로나19 감염증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였다. 그 후 어느 의료원의 간호사들이 코로나19 격리병실로 배정되자 육아휴직에 들어갔다는 뉴스로, 그들의 직업의식을 탓하던 때에도 내가 병원 종사자가 아니어서 외면했다.

응급실과 병원이 폐쇄되고, 급기야 병원이 통째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지만, 내가 입원 환자, 폐쇄 병동 입소자가 아니었고, 병원의 종사자가 아니었기에 마음은 불편했지만 침묵했다.

행정력에 의해 대구 신천지 교인과 전국의 모든 신천지 교인들이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 여부와 관계없이 자가 격리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는 추상같은 검진 명령이 떨어졌지만, 나는 신천지 교인이 아니었기에 한편으로는 찜찜했지만 안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집단으로 면 마스크를 만드는 여성들, 자신의 일상을 던져두고 봉사에 나선 사람들의 미담이 이어지며, 그 봉사에 참여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따가운 눈총을 보면서도 의연한 척 고개를 돌렸다.

길거리 방역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행정이란 이름으로 군부대의 화생방 제독 차량을 동원하여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연출하는 그곳에 감히 맞서지 못했다.

대구 코로나라고 불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우한 코로나로 불러서도 안 된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대표가 매번 방송에서 우한 코로나라고 인터뷰하는데도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어서, 아니 괜히 문제 제기하면 시끄러워질까 봐 애써 불편함을 참았다.

그 침묵의 시간이 쌓여 나에게 왔다.

경상북도가 행정명령이란 이름으로 하나의 시설도 예외 없이 일괄적인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고 나서야, 함께 논리를 가다듬고 연대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이 폐쇄되고 격리될 때, 신천지 교인들의 조건과 상황이 모조리 무시된 채 행정명령이 강요될 때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대응과 논리를 찾게 한 원인이었다. 

내가 대남병원 입원자가 아니어서, 내가 신천지 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던 그 시간들을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왜 코호트 격리의 대상들은 폐쇄 병동의 환자이거나, 장애인 시설의 거주인, 요양병원의 노인들이었을까?
왜 대구시가 운영하는 임대아파트는 확진자가 쏟아져도 코호트 격리를 결정하는데 여러 날이 걸렸을까?
왜 재벌의 영업과 관련된 콜센터는 감염 의심자가 나오고서도,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서야 사후적인 대책이 제시되었을까?
결정의 빠름과 느림의 기준이 코로나19 감염 의심의 정도였을까?
시설 거주인들이 일상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사회로부터도 격리가 용이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종사자들과 함께 코호트 격리의 대상이 되었을까?

 

경상북도청 홈페이지 화면캡처
△ 9일, 경북도는 ‘코로나19 박살을 위한 총력 주간’을 선포했다. 경상북도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전 검진 없는 집단 격리는 집단감염을 초래할 위험을 높이는 행위임에도, 어떠한 사전 검진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결정한 것은 그 보호의 방향이 어딘지 명확히 알려준다.

배제되어 위험한 그들로부터 격리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대남병원을 나설 수 있었던 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 다시 대남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 나는 외치고 싶다.
 

“대남병원을 나선 그들을 다시 대남병원으로 돌려보내지 말라!”
“장애인 수용정책 중단하고, 시설을 폐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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