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에 마라톤에 나선 별보는 사람들의 돕소니언 망원경
직접 만든 돕소니언 천체망원경과 함께 메시에 마라톤에 나선 별 보는 사람들.


별 보는 사람들이 천체망원경 만들기에 도전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돕소니언이다.

돕소니언 천체망원경은 거리의 천문학자로 알려진 존 돕슨이 뉴턴식 반사망원경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이 천체망원경의 등장은 별 보는 사람들(아마추어 천문가)을 큰 구경의 천체망원경 세계로 이끌었다.

돕소니언 망원경은 별 보는 사람들을 행성이나 가까운 성운, 은하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게 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이해되던 우주 먼 곳(Deep-Sky)에 도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돕소니언 망원경은 별 보는 사람들이 가장 부담스러워서 하는 비용의 문제도 해결했다.

사람들이 천체망원경 만들기에 나설 때 가장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거울이나 렌즈를 갈아내는 데 쓰이는 블랭크(Blank) 구입이다.

하지만, 존 돕슨은 버려진 현창이나 유리 단지 등을 주어서 직접 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경통의 재료로 건축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거푸집을 만드는 판지를 썼다.

망원경을 받쳐주고 움직이게 해 주는 ‘가대’는 주운 합판을 잘라 상자 모양으로 만들어 피브이씨(PVC)관 등을 대고 경통을 상자 안에다 포개어 제작했다.

이로써 망원경을 살짝만 움직여도 하늘 어느 곳이나 향할 수 있는 획기적인 망원경이 탄생한 것이다. 돕소니언 천체망원경의 탄생을 별 보는 사람들이 혁명적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자신이 고안한 방식의 천체망원경 앞에 선 존 돕슨. 이미지 출처 : 존 돕슨 추모 영상 캡처

돕소니언 망원경은 1668년 뉴턴이 혜성을 연구하려고 구상했던 것과 같은 단순한 설계 방식을 사용했다. 경통 아래쪽에는 별빛을 모으는 오목거울을 두고, 위쪽 근처에는 그 빛을 측면의 접안렌즈로 보내는 소형 평면거울을 붙였다.

아주 값싼 재료로 제작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큰 구경의 천체망원경을 사거나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존 돕슨은 “망원경의 가치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수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샌프란시스코에서 길가에 낡은 망원경을 설치한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리 와서 토성을 보세요”, “이리 와서 달을 보세요”라고 권했다. 그는 사람들이 접안렌즈를 들여다보는 동안 그 사람의 귀에 천문학 지식을 속삭이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유명했다.

“저는 망원경의 크기가 얼마이고, 광학장비가 얼마나 정밀하며, 얼마나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광활한 세계에서 여러분보다 특권을 덜 누리는 사람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이 우주를 이해할 기회를 갖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저를 계속 나아가도록 이끄는 유일한 신념은 바로 이것입니다.”

1987년 7월 25일 존 돕슨이 미국의 버몬트 주 스프링필드 근처 관측 명소인, ‘별들의 성지(스텔라파네)’라는 곳에서 별 보는 사람들에게 했던 연설의 한 부분이다.

이 연설은 돕소니언 천체망원경에 깃든 그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게 해 준다.

그는 평생 새롭게 설계한 천체망원경에 바퀴를 달아 끌고 다니며, 거리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광활한 우주로 안내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우주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 존 돕슨.

그는 태어난 지 100번째 해가 되는 2014년 1월 15일 별이 되었다.

 

존 돕슨(John Lowry Dobson)

존 돕슨은 1915년 중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베이징 대학의 설립자였고, 아버지는 동물학 교수, 어머니는 음악가였다.

존 돕슨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1944년 힌두교의 한 교단인 베단탄(Vedantan)협회에서 청빈을 맹세하고 수도승이 되어,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수도원에서 생활했다. 수도원에서 존 돕슨에게 주어진 소임은 천문학과 베단탄 철학을 조화시키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천문학에 흥미를 느낀 그는 천체망원경 만들기에도 관심을 두었다. 청빈을 맹세한 그는 이전에 만들어진 망원경보다 더 값싸게 만드는 방법에 심혈을 기울였다. 버려진 유리 단지, 건축현장의 폐기된 자재, 주운 합판 등을 이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체망원경에 바퀴를 달아 수도원 밖으로 끌고 다니며 많은 사람에게 달과 행성 등을 보여주며 하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기 위해 수도원의 담을 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수도회 생활 23년 만인 1967년 수도회를 떠나게 된다.

이듬해 천문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길거리 천문학회(San Francisco Sidewalk Astronomers)를 창립했다.

이후 그는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자신의 망원경을 끌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하늘 보기를 권하는 생활을 했다.

존 돕슨은 2004년 크레이터 레이크 연구소(The Crater Lake Institute)에서 천문학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2005년 다큐멘터리 ‘길거리 천문학자(A Walkway Astronomer)’로 제작되었다.

2005년 스미소니언 연감은 그를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35명으로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티모시 페리스가 쓰고 이충호가 옮긴 책 『우주를 느끼는 시간』(문학동네 출판사)에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존 돕슨 추모영상 캡쳐
초대형 돕소니언 망원경 앞에선 존 돕슨과 별 보는 사람들. 이미지 출처 : 존 돕슨 추모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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